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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영화미술 대표하는 류성희 감독…“편견이 기회의 문이 됐다”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06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까멜리아상 수상 기념 간담회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 등 작업
“장르 영화에서 여성에 대한 선입견 깨”
5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성희 미술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살인의 추억’(2003), ‘올드보이’(2003), ‘괴물’(2006), ‘박쥐’(2009), ‘국제시장’(2014), ‘암살’(2015),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이 작품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 때로는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이야기들이 류성희 미술감독의 손을 거쳐 독보적인 미장센으로 관객 앞에 펼쳐졌다는 점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미술의 수준을 증명해 온 류 감독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까멜리아상을 수상했다. 까멜리아상은 전통적인 규범과 사고에 도전하며 미래 세대 여성들이 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연 영화인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샤넬이 올해 신설한 상이다.

류성희 미술감독이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5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류 감독은 “이 상의 첫 수상자가 된 것이 무한히 영광스럽다”며 “상 받을 때 늘 쑥스럽다. 영화는 나 한 사람만의 작업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항상 잊지 않으려 한다”는 겸손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홍대 도예과를 전공하고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영화를 공부한 류 감독은 미국에서 독립영화 제작에 참여하며 미술감독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영화 산업이 발전한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향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다.



그는 “사막에서 작은 서부 영화의 세트 작업을 하던 밤 한국으로 돌아올 결심을 했다. 내가 동경했던 서구 문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에 회의감이 들었다”면서 “내게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그들이 해 온 것을 열심히 답습하면서 비슷하게 잘하려 애쓰기보다 실패하더라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200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영화 현장에서 여성의 입지는 지금과 달랐다. 특히 장르 영화는 남성의 영역이란 인식이 확고했다.

류 감독은 “포트폴리오를 들고 이름 있는 영화사를 일일이 찾아다녔다”며 “당시 영화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술감독은 대부분 남자였다.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멜로 영화를 만들게 되면 한 번 연락은 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지만, ‘멜로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봉준호, 박찬욱 등 새로운 감독들이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류 감독에게도 기회가 왔다. 훗날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창작자가 된 이들은 소개해 준 건 ‘피도 눈물도 없이’(2002)에서 만난 류승완 감독이었다.

류 감독은 “장르 영화와 함께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기를 보냈다. 세 감독이 아니었으면 영화 산업에서 튕겨 나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운이 좋았다”며 “그들은 당시 너무나 진지했고, 올바르고 빛나는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영감 가득한 글 안에서 그들의 세계를 찾아내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 산업 안에서 여성의 성공은 우연으로 여겨졌다. 그런 인식을 깨기 위해 ‘모든 종류의 장르 영화에 도전하겠다’는 약속을 나 자신과 했다”며 “누아르와 스릴러를 계속하다가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멜로 영화인 ‘만추’ 작업을 했다. 선입견을 먼저 돌파해야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까멜리아상 트로피를 전달 받는 류성희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세 감독과 작업해 오면서 느낀 점도 털어놨다. 그는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에너지와 흥이 넘쳐 어떻게 하면 영화 속에서 그 수위와 리듬을 이어갈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다”며 “‘살인의 추억’ 당시 봉 감독은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도 이미 전생부터 준비해 온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게 준비된 사람이었다. 한국 사회에 대해 느끼는 가깝지만 낯선 감정들, 로컬리티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류 감독은 “박찬욱 감독은 내가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 묻는 사람이었다”며 “인간에 대해 섣불리 정의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관객에게 모호하게 질문을 던지는 세계관에 공감하며 여전히 함께 탐구하고,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류성희 감독이 까멜리아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는 박찬욱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아가씨’로 2016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벌칸상을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벌칸상은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미술, 음향, 촬영, 편집, 시각효과 등에서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이룬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번외상이다. 칸 영화제에서 미술감독에게 이 상이 주어진 것도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류 감독은 “내가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사람들이 나를 얘기할 때 ‘여성 미술감독’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난 ‘미술감독 류성희’다. 그걸 위해 여태껏 노력했고, 그게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사진. 모호필름 제공

앞으로 그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판타지와 SF다. 류 감독은 “그 장르의 영화를 잘 만들어내는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처음 영화 일을 시작할 때부터 우리도 관객들이 공감하고 감탄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만들고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시기가 올 때까지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한 세계를 온전히 만들려면 기술력과 상상력, 재능 있는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후배들이 그런 작품을 만드는 데 적어도 다리 역할을 하고 나서 은퇴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F라는 장르는 영화의 발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규모가 커야 한다는 인식부터 바꾸고 싶다”며 “작게 시작해서 많은 실패를 딛고 이뤘을 때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구의 방식이 아니라 다른 식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한국 SF 영화 멋있다’ 하고 감탄이 나오는 영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작자로서 목표는 뭘까. 류 감독은 “탁월함”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그는 “여전히 한 분야에서 탁월한 사람이 돼 가는 과정에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에게 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류 감독은 “장르 영화를 내 정체성으로 만들어 선입견을 돌파했다. 여성 영화인들이 성별을 떠나 본인이 꿈꾸는 바를 더 분명히 하고 그것을 향해 더 박차를 가하면 좋겠다”며 “편견과 부딪쳐 싸우기만 하다 보면 힘들어 나가떨어질 수도 있지만, 편견이 오히려 기회의 문이 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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