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X박정민 ‘전,란’, 폼에 죽고 폼에 살았다 [Oh!쎈 리뷰]

[OSEN=유수연 기자] 양반 박정민의 몸종 강동원, 이라는, 어째 잘못 읽은 것만 같은 배역으로 공개 전부터 흥미를 끌었던 ‘전,란’이 베일을 벗었다. 전쟁통에서 헤어진 애절한(?) 두 신분의 인물이 난리통에서 적으로 조우한다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로 시작한 ‘전, 란’은 두 배우의 전복된 역할처럼, 익숙한 맛에서 조금씩의 변주로 시원하게 내달린다.

‘전,란’ 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신철 작가와 박찬욱 감독의 완성도 높은 각본과 김상만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운명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밀도 높게 담아냈다.



사실 소재와 큰 이야기의 줄기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신선함을 기대하기엔 어렵다. 군중의 반란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군도: 민란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일본군이 숨겨 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모이는 천영, 종려, 겐신(정성일 분)의 마지막 조우와 전투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연상되기도 한다.

다만 무능력한 지도자들과 혼란에 빠진 민중의 모습은 물론, 신분제로 인한 갈등으로 묘사된, 혐오와 편견이 사회를 넘어 개인에게 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지 등. “이 작품이 우리나라 역사의 짧은 시기, 한 특정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에 담고 있는 삶에 있는 개인이라는 주제는 상당히 보편적”이라는 김상만 감독의 말처럼 ‘전,란’은 시대극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폼’ 나는 액션이 영화의 한 축을 잡고 있음에도 불구, 과감하게 ‘19금’으로 수위를 올린 점도 인상 깊다. 애매한 수위로 때깔 좋은 스타일리쉬 액션을 선보였다면 악역까지 맥락 없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부작용이 발생했을 테지만, 전쟁의 잔혹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캐릭터의 설명과 묘사 톤을 적절하게 조절해 냈다.

어쩐지 최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견고해지고 있다만, ‘전,란’은 타 ‘OTT용 영화’로 함께 분류되기에는 억울한 면이 있어 보인다. 결국 강동원과 박정민의 브로맨스로 시작하고 끝나는, 눈에 익숙한 메인 플롯은 아쉽지만, ‘강동원의 검술 액션’이라는 기대치에는 충분히 부응할 것이기 때문.



또한, '올드보이'부터 '헤어질 결심'까지 박찬욱 감독과 늘 협업해왔던 조영욱 음악감독이 참여, 고전과 현대가 결합된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영화 '아가씨', '신과함께' 시리즈의 조상경 의상감독, '외계 인' 2부, 시리즈 '무빙'의 류성철 무술감독까지, 단순 시대극 액션에 클리셰를 비틀기 위해 노력한 제작진들의 공들인 때깔 좋은 연출력도 볼거리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설명이 필요 없는 연기력의 소유자들이 보여준 캐릭터 플레이도 인상적이다. 전사와 설명이 가득한 주역 배우 강동원, 박정민과 ‘선조’ 차승원은 물론,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배우의 역량으로 확실한 캐릭터성을 보여준 천민 출신 의병 범동 역의 김신록과 의병장 김자령 역을 맡은 진선규까지 고루 매력적으로 표현되어 보는 맛을 더한다.

10월 11일 넷플릭스 공개, 19세 이상 관람가, 1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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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