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결혼,하겠나’ 이동휘의 진짜 메소드 연기, 대도시의 진짜 사랑법 (김진태 감독, 이동휘 한지은)

<결혼,하겠나

김진태 감독의 <결혼,하겠나>라는 영화가 지난 주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모라동>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작품이다. 1년이나 지나 제목을 바꾸며 개봉된 작품이다.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감독의 진정성과 무게감으로 먹먹할 정도이다. 영화는 바뀐 제목(결혼,하겠나)처럼 선남선녀가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온갖 고난을 담고 있다. 이동휘가 출연한 것으로 보아 코미디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선우(이동휘)는 대학(아마도 건축학과)에서 시강으로 열심히 전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오랜 여친 우정(한지은)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뜻대로 이뤄질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덤덤히 힘이 되어 주던 아버지(강신일)가 쓰러지신다. 중풍인 것 같다. 병원으로 급하게 모시면서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된다. 특히 경제적 상황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래전 이혼했고, 아버지가 여태 계시던 집도 그냥 얹혀살던 상황이었다. 병원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원무과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라고. 학교 전임 자리를 위해선 눈코 뜰 새도 없는 선우, 결혼을 코앞에 둔 선우는 이제 병원과 동사무소를 오가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중환자실에 있는 아버지. 엄마는 ‘저 인간~’하며 외면하고, 삼촌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란다. ‘기초생활수급자’ 도장 받는 것도 쉽지가 않다. 병원비는 현실적으로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결혼을 약속한 우정조차 흔들린다. 이게 병원비로 끝날 문제가 아닐 것이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어디에 모실지는 가족의 굴레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은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에 사는 ‘청년 결혼예정자’ 선우에게 닥친 문제이다.

<결혼,하겠나

<결혼, 하겠나>는 김진태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데뷔작은 <운동회>라는 작품이다. (2018년에 KBS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되었다) <운동회>는 부산 사는 한 가정의 해체, 혹은 재결합드라마이다. 부모, 삼촌, 할아버지가 제각기 사연이 있는 집안이 아이의 학교 운동회를 계기로 하나로 뭉친다는 소박한 드라마였다. 이 집안도 경제적인 문제로 허덕인다. 제 아무리 발버둥 쳐도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운동회’의 이인삼각경기를 통해 열심히 살아가는 희망찬 소시민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결혼, 하겠나>도 그런 경제적 절벽에 선 소시민의 절박함과 처절함을 통해 끝없는 추락 끝에서 만나는 인정과 믿음, 사랑의 소중함을 전해준다.
<결혼 하겠나>는 이동휘 배우의 또 다른 면을 만나볼 수 있다. 코믹하거나 위대한 조연이었던 이동휘는 생의 고비에서, 등 떠밀려 선택해야하는 청춘의 불안과 흔들리는 사랑을 애잔하게 연기해 낸다. 그의 피앙세 한지은은 과연 ‘절벽에 서있는 그를 기다려주고, 손을 내밀어줄까. 현실적으로 말이다. 뇌출혈로 입이 돌아가고, 몸이 불편한 아버지 철구를 연기한 강신일의 생활연기와 이혼해서 남이 되었지만 극악의 상황에서 매몰차게 돌아설 수만은 없는 엄마를 연기한 차미경. 그리고, 나머지 조연들도 ’결혼, 하겠나‘를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영화의 완성과 결혼의 성공을 위해. 특별출연한 유재명이 특별한 ’우리 이웃‘을 증명해 보인다.

마지막에 ‘기초생활수급자’ 시스템에 대해 개선되고 있다는 자막이 나온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케이스로 그나마 불안한 생활, 절망적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선우’와 ‘우정’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사랑은 현실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

▶결혼, 하겠나 ▶감독:김진태 ▶출연:이동휘(선우) 강신일(철구) 한지은(우정) 차미경(미자) 박성근(철용) 박소진(혜영) 김미향(할머니) 태용(허준석) ▶특별출연:유재명(경비) ▶제작:㈜영화사 이창, 영화사 질주 ▶배급:㈜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개봉:2024년10월23일/102분/12세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