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 감독 신작[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오랜 만에 극장가에 20대 청춘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등장했다. 대만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청설'이 쌀쌀한 가을 극장가에 청춘의 말간 얼굴을 하고 '처음'이라는 감정에 집중했다.
ⓒ취업을 해야 할 나이지만 아직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용준(홍경 분)은 당분간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에서 일을 하기로 한다. 도시락 배달을 하러 간 수영장에서 수영 선수 가을(김민주 분)의 언니 여름(노윤서 분)에게 한 눈에 반한다.
여름과 가을이 수어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 용준은 대학 시절 배운 수어를 배워 여름에게 다가간다.
마침 여름의 오토바이가 고장 나 용준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여름에게 건네주면서 친해질 기회가 생겼다. 용준은 여름의 전화번호를 받고 연락을 해나가며 가까워지기 노력한다. 여름도 착하고 사려 깊은 용준이 싫지는 않다.
그러나 용준과 웃고 지내는 날이 많을 수록 대회를 앞두고 있는 가을에게 신경 쓰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가을은 언니 여름이 또래 20대들처럼 연애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건만, 자신을 돌보려는 일에 전부를 쏟는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부담스럽다.
어느 날, 여름과 가을 자매에게 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여름은 용준과 멀어질 결심을 한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청각장애인 설정으로 대부분 수어로 진행된다. 이는 대사가 아닌 홍경, 노윤서, 김민주의 눈빛과 표정으로 극이 지탱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 배우는 각기 다른 아픔과 사랑을 세밀하게 표현해 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대사 없이도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다.
노윤서와 김민주는 자매로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애틋한 관계를 맺는다. 김민주는 스크린 연기가 처음이지만 국가대표를 향해 나아가는 당찬 가을의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그렸다. 수어, 수영 눈빛 연기 등 어떤 구간에서도 거슬림 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홍경과 노윤서의 연기도 빼어나다. '아주 먼 곳', '댓글부대' 등 영화에서 특색 있거나 장르적인 색채를 띈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홍경은 '청설'에서 눈빛 하나로 정면 승부한다. 용준의 떨림과 아픔, 좌절 등이 전해지면서, 시네마틱 한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노윤서는 '청설'의 대표 얼굴 그 자체다. 여름이라는 캐릭터에 걸맞게 푸릇하고 싱그러운 여름이 됐다. 여름 캐릭터의 생동감과 순수함을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든든히 지탱하는 노윤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청설'은 흥행 여부를 떠나 존재만으로도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은 작품이다. 모두 20대 배우들로 꾸려졌으며 극장가에서 힘 쓰지 못하는 청춘 로맨스 장르를 용감하게 소환했다. 홍경, 노윤서, 김민주 등 젊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오랜 만에 충무로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