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운드’ ‘더 킬러스’ 이어 ‘왕과 사는 남자’까지...장항준 원픽 충무로 샛별
배우 김민. 사진|유용석 기자무색의 허약 소년이 살벌한 냉혹 킬러로 얼굴을 갈이 끼웠다. 배우 김민(26)의 파격 변신, 그 놀라운 가능성을 품은 ‘더 킬러스’(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편, 감독 장항준)다.
‘더 킬러스’는 헤밍웨이 단편소설 ‘더 킬러스’를 대한민국 대표 감독 4인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 김민은 그 중에서도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편에 출연했다. 1979년 밤, 매혹적인 주인 유화(오연아 분)가 운영하는 한적한 선술집에서 왼쪽 어깨에 수선화 문신이 있다는 작은 단서만으로 살인마를 기다리는 사내들의 이야기다.
새하얀 얼굴에 반듯한 제복을 입은 ‘순경’으로 나타난 그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놀라운 반전 에너지를 발산한다. 베테랑들의 노련한 아우라에 낯설고도 신선한 한 줄기의 날카로운 빛을 던지며 예측불허의 액션을 펼친다.
김민은 “장항준 감독님의 ‘리바운드’로 스크린 데뷔했는데 또 다시 연이 이어지게 됐다”며 “이렇게 실험적이고 재밌는 폼의 영화를 만나 기쁘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영화였기에 어떻게 세계관이 이어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찍으셨는지 기대하면서 봤고, 그 결과물은 놀라웠다.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우 김민. 사진|유용석 기자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단편 영화이다 보니 정보가 많진 않았다. 내가 자유롭게 해석하고 표현할 여백이 많아 용기를 내야했다. 감독님이 준 큰 미션은 ‘의외성’이었는데 내가 가진 무기들을 활용해 완수하고 싶단 욕심이 생겨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촬영 내내 모두를 속여야겠단 마음으로 임했어요. 한정된 공간, 적은 시간 내 박진감 넘치는 반전을 보여줘야했기 때문에 부담감이 상당했죠. 감독님 그리고 선배님들과 이야기하고, 합을 맞추고, 여러 버전을 촬영하면서 밀도 있게 촬영했어요. 찍고 나서도 ‘내가 잘 한 게 맞나’란 의구심이, 두려움이 컸지만 많은 분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여요.(웃음)”
상업영화 데뷔작인 ‘리바운드’에선 허재윤 역으로 출연했다. 당시 김민의 가능성을 제대로 알아본 장 감독의 ‘픽’으로 ‘더 킬러스’에서는 정반대의 색깔을 내는데 성공, 그의 신작 영화에도 캐스팅 됐다. 연달아 세 번을 함께 하게 된 것.
김민은 “장 감독님이 구현한 세계에 제가 쓰일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일 따름”이라며 “감독님은 확고한 신념이, 그려놓은 그림이 확실하시다. 그러면서도 배우의 생각을 충분하게 들어주시고 납득이 간다면 유연하게 받아주신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상징”이라고 했다. 더불어 “감독님의 성향을 알고 있어서 이번 작업이 큰 도전이었음에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워가는 게 정말로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할 때는 자유도를 많이 주셨다. ‘네가 하고 싶은 데로 다 해봐라. 그러니까 더 부담이 되더라. 믿어주셨으니 잘해야되겠더라. 집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 캐릭터에 이면성을 두고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했다”
사실 그는 이미 검증된 실력파다. 충무로 스타들을 대거 배출한 한국종합예학교 출신. “중학교 때부터 예체능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사촌 형들이 다 그 쪽이었다. 기타를 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운동을 하는...없는 건 연기자뿐이었다. 어릴 때 형들을 너무 좋아해 나도 막연하게 예체능을 하고 싶었고, 형들을 따라 영화를 많이 봤다. 그러다 ‘바람’이란 작품을 보고 완전하게 빠져 버렸고, 바로 입시 준비에 돌입했다. 다행히 첫 문턱을 무사히 넘어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중”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빠른 년생이라 저는 17학번”이라며 “동기 중에는 ‘펜트하우스’에 출연한 최예빈과 ‘하이라키’에 출연한 지혜원도 있다. 뮤지컬을 하는 친구들도 많고, 끼쟁이들”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배우 김민. 사진|유용석 기자특히 ‘전설의 10학번’을 넘는 게 한예종 재학생들 모두의 꿈이라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김민은 “저희 가 다닐 때부터 10학번 선배님들은 정말 유명했다. 저희 동기들도 이에 못지않은, 아니 뛰어 넘는 기수가 되자고 늘 파이팅을 하는데 사실 우리 뿐만 아니라 모든 재학생이 그렇다. 너무 훌륭하신 분들이 많으니까 든든하고 자랑스럽고 욕심도 생기고 다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차기작은 사극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제, 감독 장항준)는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을 보살피는 유배지 촌장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민은 극 중 산골짜기 마을 광천골 촌장(유해진)의 아들 역을 맡는다.
그는 “내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 이런저런 준비에 한창”이라며 “사극에 대한 두려움이 분명 있긴 하지만 부담보단 설레는 마음이 크다.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선배님들과 함께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 감독님의 언어를 이전보다 잘 알게 됐고, 부족하지만 계속 멈추지 않고 도전에 임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무사히 완주할 거라고 믿고 있다. 이 간절함, 감사함,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계속 지니고 간다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 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 계속 꿈을 꾸고 도전하며 가리지 않고 경험을 쌓을 거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더 킬러스’는 제23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28회 판타지아영화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제 57회 시체스영화제까지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얻었다. 지난 23일 정식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