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최승현, 가장 역할에 적합한 배우"[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본인이 저지른 일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곽경택 감독이 '소방관' 제작보고회에서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이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이는 영화계에서 물의를 빚은 배우들을 품고 가며 '제 식구 감싸기'가 반복되는 행태와 대조적인 발언이었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뉴시스그도 그럴 것이 '소방관'은 지난 2020년 촬영을 마쳤지만 팬데믹 여파에 이어 곽도원이 2022년 9월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돼 활동을 중단하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 그렇게 4년을 창고에 갇혀 있었다.
또한 '소방관'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그리는데 주인공 소방관 곽도원의 '범죄자' 이력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 수 밖에 없다.
곽경택 감독의 발언은 영화계의 도덕적 책임과 배우 개인의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까지 영화계에서는 물의를 일으킨 배우들이 빠르게 복귀하거나, 그들의 잘못을 감싸는 분위기가 반복되었고, 이는 대중의 눈에 영화계의 윤리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음주운전을 저지른 배성우는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를 통해 복귀했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인 하정우도 넷플릭스 '수리남' 공개에 이어 영화 '하이재킹' 개봉까지 마쳤다. 대마초 투약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최승현은 기대작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 출연한다.
'더 에이트 쇼'의 한재림 감독은 한창 음주운전으로 논란이 되고 있었을 때 배성우 캐스팅했고 이에 대해 "캐릭터가 잘 맞아서 다들 납득을 했고 결과물 역시 잘 해냈다"라고 변을 내놨다.
'수리남'으로 복귀한 하정우와 연출자 윤종빈은 영화계 '대표 절친'이다. 2005년 중앙대학교 동문으로 '용서받지 못한자', '비스티보이즈' '군도: 민란의 시대', '범죄와의 전쟁'을 함께한 이력이 있었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게임' 시즌2 간담회에서 최승현 캐스팅 논란에 대해 "캐스팅 하기로 했을 때 꽤 시간이 지났던 일이었고, 이미 선고가 내려졌고 집행 유예 기간도 끝났었다. 이쯤 되면 다시 뭔가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했다"라며 "논란이 커 제가 생각이 짧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 해 그만큼 검증을 많이 했는데 강한 의지와 노력, 재능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배우였다. 작품을 보시면 저희가 이 결정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최승현 본인도 이 작품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걸 이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중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편하게 해결하려는 태도를 더욱 부각시켰다. 특히 최승현은 마약 투약 혐의를 비난하는 네티즌에게 연예계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기까지 했다.
배우나 감독은 산업의 얼굴로서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속한 산업과 작품들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된다. 때문에 배우들이 논란을 일으킬 경우, 허울 좋은 말들로 두둔하는 것이 과연 영화계를 위한 일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곽경택 감독의 발언은 영화계가 내부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더욱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배우, 감독, 그리고 영화 제작자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한국 영화계는 과거의 전성기를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K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으나, 거품이 빠진 상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한국 영화는 예전만 못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관객 수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팬데믹과 대중의 외면을 원인으로 삼기 전, 내부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회를 갖지 못한 재능 있는 배우들은 넘쳐난다. 범죄를 저지른 배우들의 좋은 연기, 작품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은믿어줄 만큼 대중은 순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