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뉴스엔 배효주 기자] 촬영 종료 4년 만에 드디어 '소방관'을 대중에 선보이는 곽경택 감독. 그는 개봉 연기의 큰 이유였던 곽도원의 음주운전 논란을 "족쇄"라고 표현하며, "원인제공자가 원망스럽다"는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영화 '소방관'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은 11월 28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곽도원 논란에 대한 일련의 소회를 밝혔다.
오는 12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다.
'소방관'은 4년 전인 2020년 촬영을 완료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개를 미뤄왔다. 그러던 중 주연배우 곽도원이 2022년 9월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서 애월읍 봉성리까지 약 10km를 술을 마시고 운전한 혐의로 입건돼 개봉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었다.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이에 앞선 2020년에는 '소방관' 회식 자리에서 곽도원이 스태프를 폭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소속사는 "고성이 오갔을 뿐 폭행은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무려 촬영 종료 4년 만에 개봉하는 소회를 묻자, 곽경택 감독은 극 중 '진섭' 역을 맡은 곽도원을 언급하면서 "발목에 큰 족쇄가 채워진 느낌"이라며 "저도 사람이다 보니, 원인 제공자가 원망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앞서 '소방관' 측은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곽도원의 분량을 편집했다고 밝혔으나, 곽도원이 연기한 '진섭'의 비중이 작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 분량을 대폭 드러내지는 못했다. 이에 시사회 후 기자 간담회에서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의 분량을) 편집하지는 않았다"고 직접 밝혔다.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이날 인터뷰에서는 "(곽도원의 분량을) 완전히 편집 안 한 건 아니다"고 정정하며 "극 중 '술이 치료제다' 하는 대사가 있는데, 배우가 술 마시는 장면은 다 빼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곽도원의 분량을 빼게 되면, 상대 배우의 분량까지 날아가는 게 싫었다"며 "다른 배우와의 형평성을 위해 대부분은 유지했다"고 말했다.
곽도원의 음주운전 논란은 촬영이 모두 끝난 후 터졌다. 곽경택 감독은 개봉이 늦어진 이유를 하나하나 짚으며 "코로나19 여파가 첫 번째고, 두 번째가 곽도원, 세 번째는 투자 배급사 변경과 같은 일들이 겹쳐지며 4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며 "꼭 곽도원만의 탓으로 개봉이 늦어진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도원의 책임이 큰 것 역시 사실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곽도원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냐는 질문에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은 사과하고 싶어 한다. 당연히 죄송하다고 하고, 몸 둘 바 몰라 한다. 그 마음은 이해한다"고 전했다.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진섭' 캐릭터가 꼭 곽도원이어야만 했던 이유를 묻자, 곽경택 감독은 "그냥 떠올랐다. 왜 떠올랐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연기를 잘한다. 시나리오도 곽도원에게만 줬고, 그도 하겠다고 바로 연락 왔다. '진섭'이란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묵직함도 있어야 하고, 외골수적인 모습도 있어야 해서 그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유명인의 음주운전 이슈가 터질 때마다 "곽도원이 소환되니까 미치겠다"고 말하기도 한 곽경택 감독. 그는 "다 찍어놓고 최초로 개봉 못 하는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단 두려움도 있었다. 그렇다고 OTT 측에서 사지도 않을 거 같고.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저야 '열심히 찍은 작품, 언젠가는 개봉하겠지' 하더라도 투자하신 분들의 손해가 있기 때문에 염려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마음 고생을 한 만큼, 또 한편으로 "'소방관'은 저를 겸손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한 곽경택 감독은 "감독으로서 열심히 연출하는 건 두 번째 일인 것 같다. 원래 작품은 자기가 가진 운이 있다. '소방관'은 4년이란 시간을 기다리게 했고, 마음을 힘들게 한 작품이다. 그러나 '친구'로 성공하며 '좋은 작품만 찍는 거 아냐?' 생각했던 걸 반성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다음부터는 같은 이슈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그다. 곽경택 감독은 "과거에 마동석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할 뻔했는데 못한 경험이 있다"면서 "그때 보니 마동석 배우는 스태프나 배우들을 세팅할 때 다른 현장에서의 매너나 사생활도 하나하나 다 체크하더라. 많이 배웠다. 저도 앞으로 그러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