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인물이 다시 한번 살아 움직이는 시간.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의 무비 프로파일링 토크쇼 <지선씨네마인드>가 1년6개월 만에 돌아왔다. 파일럿 방영 당시 송출됐던 유튜브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 채널에서 방영될 이번 시즌은 <그알>의 연출자인 SBS 도준우 PD가 2년여 만에 다시 상대역으로 나선다. 특히 ‘HIDDEN TRACK’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번 시즌은 영화 애호가로 유명한 박지선 교수가 그간 다루고 싶었던 숨겨진 작품들을 마음껏 파헤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첫 공개에 한달 앞선 지난 11월12일 CGV 씨네드쉐프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VIP 시사회 현장을 전한다. 피 튀기는 예매 전쟁에서 승리한 팬들과 진행자들간에 예리한 질문이 하나둘 오가자 상영관은 금세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선공개된 <지선씨네마인드 HIDDEN TRACK> 1·2화의 짧은 미리보기도 함께 소개한다. <지선씨네마인드 HIDDEN TRACK>은 유튜브 <그알>에서 12월4일부터 매주 수요일 한편씩 공개된다.
도준우 PD, 박지선 교수(왼쪽부터).<지선씨네마인드 HIDDEN TRACK>을 누구보다 먼저 엿볼 기회. <지선씨네마인드> VIP 시사회가 지난 11월12일 오후 7시 CGV 씨네드쉐프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특히 이날의 상영관인 스트레스리스 시네마는 이번 시즌의 모든 편이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두 진행자가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지선씨네마인드>를 즐기려는 ‘그앓이’(<그알>의 팬 커뮤니티 애칭)들의 치열한 예매 경쟁에 준비된 50여석이 단 2분 만에 매진되었다는 후문. “‘그앓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드리고 싶었다”라는 도준우 PD의 말처럼, 든든한 케이터링과 함께 박지선 교수의 최애 간식인 소금빵, 시사회 한정 필름마크와 경품들까지 풍성한 선물이 제공되었다.
각자 푹신한 리클라이너 좌석에 몸을 맡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시사회가 막을 열었다. 이날 선공개된 영상은 총 8화 중 첫 2개 에피소드 분량으로, 각각 영화 <다크 나이트>와 <세븐> 속 악인들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심층 분석이 이루어졌다.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 영화 안팎의 이야깃거리를 엮어냈던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해 이번 시즌은 박지선 교수의 전문성을 살린 범죄심리학적 해석에 방점을 두었다. 이를 증명하듯 작품 선정 또한 범죄 스릴러의 두 걸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2년 만에 진행자로 돌아온 도준우 PD의 노련한 진행도 돋보였다. 박지선 교수가 철저한 분석파라면 도준우 PD는 직관적인 감상과 제안을 던지며 꾸준히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도준우 PD의 농담과 질색하는 듯 은근히 즐거워하는 박지선 교수의 반응에 객석은 편안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알>로 관록이 쌓인 연출가답게 의외의 지점을 짚어내는 날카로움도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밀스(브래드 피트)의 취미인 농구와 파트너 서머셋(모건 프리먼)의 취미인 다트가 어떻게 그들의 성격과 연결되는지 짚어낸 지점에서는 객석에 앉은 모두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80여분간 스크린에 펼쳐진 영화 속 인물 분석은 마치 두 진행자의 열정적인 GV를 현장에서 함께하는 듯한 생생하고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했다.
“와이, 소, 시리어스?” 상영이 마무리된 후, 1화에서 선보였던 조커의 익살스러운 성대모사를 재현하며 도준우 PD가 등장했다. 조금은 당황한 미소와 함께 뒤이어 들어온 박지선 교수까지 화면 속의 익숙한 케미스트리가 그대로 펼쳐졌다. <지선씨네마인드> 시즌2 제작보고회 당시 만삭의 몸이었던 박지선 교수는 어느덧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다닌다며 그간의 근황을 전했다. 어쩌면 GV에 대한 GV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까. 두 진행자는 이번 시즌의 제작 과정과 미처 담지 못한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를 30여분간 들려주었다.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은 상위 1%의 ‘그앓이’답게 이날 관객들이 제시한 날카로운 질문은 하나같이 진행자들을 깊은 고민에 빠트렸다. 한 질문자는 <세븐>의 범인이 1년간 준비한 범행 계획에 두 형사 또한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었을지에 대한 의견을 청했다. 박지선 교수는 “완벽주의적인 범인에게 계획을 변경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형사들을 만났을 때는 엄청난 위협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며 “복수를 위해서 그들을 계획 속에 끌어들인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영화 속 범죄자들과 같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의 발현을 예방할 방법을 궁금해하는 관객도 있었다. 범죄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 화답한 박지선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본인의 가치가 타인의 평가나 실패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 건강한 자존감”이라고 답했다.
박지선 교수처럼 흉악범죄 사건을 업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잔혹한 범죄의 우울감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노하우가 있을까? 모두가 한번쯤은 궁금했을 질문에 박지선 교수는 <나는 솔로>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으로 기분 전환을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너무 깊게 이입했을 때는 그 영화를 곧바로 다시 본다. 관찰자의 시각으로 빠져나올 수 있더라.”(박지선) 도준우 PD도 “이제 범죄물에 너무 익숙해져서 잔인한 장면에 많이 무뎌진 것 같다”며 직업상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의 백미는 7대 죄악 중 어떤 항목이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도준우 PD는 고민 끝에 ‘시기’를 꼽았다. “시기가 많은 사람과 가장 가까워지기 힘들 것 같다. 특히 시기는 자신만 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감정이지 않을까.” 박지선 교수는 잠시 머뭇거리다 “각자 가장 큰 죄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 자신에게 가장취약한 부분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감탄과 부끄러움이 절반씩 섞인 표정. 도준우 PD의 얼굴과 똑같은 반응이 객석을 뒤덮었다.“처음 100만 조회수를 넘겼을 때의 감동과 설렘이 다시 느껴지는 자리였다”라는 박지선 교수의 인사말처럼 온라인 너머에 있던 동료 관객과 마주한 현장의 주파수는 남다른 공명을 일으켰다. 유튜브 콘텐츠를 영화관에서 만나는 드문 경험이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영화에 대한 열정 어린 이야기가 있었기에 어색하지 않았다. 이와 비슷하게 CGV는 최근 <베놈: 라스트 댄스>와 <글래디에이터 II> 등 시리즈물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영화 유튜버 ‘삐맨’과 함께 제작한 전편의 요약본을 오프닝으로 상영하는 ‘씨네브리핑’ 기획을 도입하기도 했다. 한바탕 즐겁게 영화 수다를 나눴던 밤은 유튜브와 영화를 동시에 끌어안을 수 있는 극장의 넉넉한 가능성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