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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광대, 남겨진 인간...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다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07
[리뷰] 영화 <조커:폴리 아 되>(*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개봉 이후 이토록 관객에게 비판을 넘어서 비난을 받고 있는 영화가 있었을까. <조커: 폴리 아 되>는 청불영화로서는 기념비적인 수익을 벌어 들이며 소위 '신화적인' 영화가 되었다. 그리고 5년 만에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의 속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했다. 그는 다수의 예상과 달리 '조커'라는 상징을 철저히 해체하고 그 상징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아서 플렉이라는 불완전한 인간을 탐구한다. 관객들이 원하던 혼돈의 화신은 서서히 지워지고 그저 사랑을 갈구하는 작은 인간만이 남는다.

▲ 영화 <조커:폴리 아 되>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토드 필립스의 변명일까, 혹은 수습일까

DC 코믹스의 상징적 빌런을 가져와서 재창조한 토드 필립스는 전편의 성공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다. 개봉 당시부터 '폭력을 정당화한다', '인셀 문화를 옹호한다', '사회적 혼란을 부추길 것이다'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아이러니하게도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가 이 영화와 겹쳐보였던 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봤을 때 토드 필립스는 영화가 신화가 되기를 막기 위한 철거작업으로서 속편을 내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저 '농담하는 사람(joker)'을 만들고 싶었지만 상업적 흥행을 고려하기 위해 다수가 사랑하는 코믹스 빌런을 사유화했다는 오판을 바로잡고자 하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조커:폴리 아 되>는 사람들을 열광케 한 조커라는 상징보다, 조커라는 그림자에 가려진 인간 아서 플렉을 다시 탐구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캐릭터를 다시금 직시해야만 한다.

▲ 영화 '조커:폴리 아 되'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점차 희미해지는 뮤지컬의 색깔

그러한 점에서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전편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영화의 기조를 미리 알려주는 시퀀스다. 워너브라더스의 루니툰즈 스타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시퀀스는 전편의 이야기가 간략히 요약된다. 조커의 그림자는 무대 위에서 환호를 받지만, 아서 플렉이라는 인간은 무대 뒤 락커 속에 갇혀 있다. 사람들은 아서 플렉이라는 한 인간보다, 그가 만든 조커라는 상징에만 집착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가면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조커는 그저 그림자일 뿐이고 아서 플렉이라는 인간은 사랑받지 못한다.

뮤지컬 형식을 차용한 장면들도 다분히 의도적이다. 영화는 아서와 할리퀸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환상적인 장면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려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노래는 점차 혼잣말에 가까워진다.

뮤지컬 영화로서의 색채가 점차 희미해진다. 계단에서 벌어지는 아서와 할리퀸의 대화 장면은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조커는 사람들이 바람을 대상화한 일종의 환상이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는 극중 인물의 욕망을 춤과 노래로 극대화한다. 조커로서 살기보다 인간 아서 플렉으로 살기를 선택한 인물과는 대화를 거부하고, 그 앞에서 노래만 부르는 할리퀸을 보고 아서는 "제발 노래 좀 그만 불러" 라고 말한다. 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조커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난 아서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걸 말한다. 더불어 조커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이들에게는 구원받을 수 없는 아서의 몰락을 확고히 한다.

▲ <조커:폴리 아 되> 스틸컷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욕을 먹을 수밖에 없지만, 피하지도 않았다

영화는 관객들이 조커라는 상징에 집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커의 가면 뒤에 숨은 인간 아서 플렉의 이야기만을 집중해서 포착한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조커'는 없다. 대중이 찾던 광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조커는 대중의 기대 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일 뿐이다'라고 말이다.

토드 필립스는 조커라는 상징을 해체한다. 이는 철저히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작업이다. 전편이 '조커'의 기원과 탄생을 그렸다면, 속편은 그렇게 우상화된 상징을 환상에서 끄집어내려 해체하고 가면 뒤의 초라한 인간을 현실에 안착시키는 영화다. 혼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DC코믹스의 빌런이 탄생한 걸 지켜본 관객들은 속편에서 그의 불러올 또다른 혼란을 기대했을 테지만, 관객은 조커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목격할 뿐이다.

<조커: 폴리 아 되>에는 조커가 없다. 우리는 아서라는 평범한 인간을 마주할 뿐이다. 그 인간은 대중이 원하던 혼돈의 상징도, 악당도 아니다. 그저 사랑을 갈구하다 무너져가는 인간일 뿐이다. 토드 필립스는 혼돈의 상징에 지나치게 몰입한 인간들에게 그저 '환상 속 그림자'일 뿐이라고 확실하게 명시하며, 몰락하는 평범한 인간의 초상을 응시한다. 흥행이 보장된 TV쇼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이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해 보려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매체에도 실립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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