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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잇츠 낫 미' 레오스 카락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이야기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11


과작으로 유명한 레오스 카락스가 <아네트> 이후 3년 만에 신작을 내놓 았다. <잇츠 낫 미>는 원래 파리 퐁피두센터의 요청에 따라 제작된 현대 미술 작품이었다. 레트로스펙티브 전시를 위한 10분가량의 ‘자화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전시 자체가 무산되고 대신 칸영화제의 요청이 들어 오면서 40분짜리 중편영화가 됐다. “만들어놓고 보니 딸이나 강아지까지 나오고 너무 개인적인 작업이 됐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이미 영화제 상영이 결정돼서 무를 수 없었다. (웃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바지에 접어들 때쯤 한국에 들어와 축제의 열기를 끝까지 달군 명실상부 시네필의 스타지만, 그는 해운대 곳곳을 누비는 특유의 자유로운 기질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었다.

- 니나 시몬부터 베토벤까지, F. W. 무르나우와 장 비고의 무성영화부터 고전기 할리우드까지 다양한 예술이 영화를 채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골라낼 때 기준이 있었나.

= <잇츠 낫 미>가 나의 자화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자화상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혼란 속에 살고 있는 나의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에는 오리지널 숏들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잘안됐다.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미 지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내면이 투영됐지만 특별한 순서나 기준은 없었다.

- 반면 새로 촬영해야만 했던 영상이 있다. <도쿄!>의 ‘광인’ (Merde), <홀리 모터스> <아네트>를 촬영한 카롤린 샹페티에 촬영감독이 참여했다.

= 20~30대 때는 장 이브 에스코피에 촬영감독과 함께 작업했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 나는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카롤린 샹페티에를 만났을 때가 셀룰로이드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필름은 장과 디지털은 카롤린과 함께 찍게 된 거다. <잇츠 낫 미>는 천천히 작업해나간, 순수한 오픈 프로젝 트였다. 집에 있는 ‘아기 아네트’ 인형을 오랜만에 꺼내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딸이 피아노 치는 모습을 찍고, 미스터 똥(<홀리 모터스>에서 드니 라방이 연기한 자아 중 하나) 씨도 찍고…. 자유롭게 내가 찍고 싶은 것을 담았다.

- 이드웨어 드 무이브리지의 <움직이는 말>로부터 <나쁜 피>가 이어지는 부분은, 당신 작품에 초기 영화의 이미지가 삽입되고 무성영화적 연출을 보여줬던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에 데뷔한 영화감독에게 무성 영화와 누벨바그, 고전기 할리우드의 의미는 무엇인가.

= 선생님이 하는 말을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서 학교를 일찍 그만뒀다. 16살 때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할 때 영화를 보게 됐다.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파리로 갔다. 그곳에서 무성영화, 고전영화, 미국영 화, 러시아영화, 프랑스 누벨바그영화 등등 정말 많은 작품을 보았다. 처음엔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게 참 좋았다. 영화야 말로 가장 큰 힘을 가진 예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만든 영화를 통해 이같은 힘을 재창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영화를 시작했다.

- 나치즘에 관한 직접적인 이미지가 나온다.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나치 즘의 유령이 유럽영화에 미친 영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 어머니는 유대계 미국인, 아버지는 독일계 프랑스인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5년 뒤 내가 태어났다. TV를 틀면 흑백 채널 딱 하나가 나왔는데 늘 전쟁, 나치, 부역자들, 수용소 이야기가 나왔다. 마치 잠들기 전 부모님이 읽어주던 잔혹 동화 같은 느낌이랄까. <잇츠 낫미>에 자연스럽게 나치의 이미지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 트럼프, 푸틴, 김정은 등 현대 정치인들의 얼굴도 등장한다. 시리아 내전 으로 부모와 함께 유럽으로 이주하던 중 조난 사고를 당했던 3살배기 아이 알란 쿠르디의 사진에 조나스 메카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등 동시대 난민 이슈도 일깨운다.

= 이 영화에는 아이 같은 관점이 녹아들어 있다. 누구나 자신이 처음 거짓말을 한 순간을 기억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은 잘못한 일이 있으면 거짓말을 하고 “내가 안 했어요” (It’s not me)라고 한다. 첫 번째 거짓말은 통할 수 있지만 이후는 그렇지 않다. 지금 시대 ‘잇츠 낫 미’ 를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이들이 독재자다. 그들은 본인이 아니라 유대인이나 우크라이나가 문제라고 말한다. ‘잇츠 낫 미’라고 하지만 사실은 ‘잇츠 유’다. 지금까지 픽션을 만들면서 이런 이야기를 넣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번 작업에서는 최근 역사와 정치를 연결해보고 싶었다. 이것이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 로만 폴란스키가 수용소에서 보낸 어린 시절, 아내 샤론 테이트의 죽음, 성폭행 가해 등이 등장한다. 최근 프랑스 영화계에 뒤늦게 미투(#Metoo) 물결이 시작됐다는 걸 감안하면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지점인데.

= 이 부분에 대해 한번도 얘기해본 적이 없다. 나는 변호사나 검사도 아니고 그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다. 그의 잘못을 거론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한 인간이 나이를 먹으면서 20세기에서 21세 기로 건너온 영화사의 변천을 함께 따라온 모습을 보여준 거다.

- 장뤽 고다르 작고 이후에 나온 영화다.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있고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이미지 북>을 연상케 하는 지점도 많았다. 누벨 바그를 대표하는 고다르에게 누벨 이마주의 감독 레오스 카락스가 영화적 이미지가 사라지는 21세기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받아들여도 될까.

= 오마주는 아니다. 나는 원래 오마주를 하지 않는다. <잇츠 낫 미>는 내삶에 대한 영화다. 다만 내가 10대 때 봤던 영화를 만든 감독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고다르 역시 20세기의 셀룰로이드 필름과 21세기 디지털 이미지의 다리 역할을 했다. 때문에 장뤽 고다르가 <잇츠낫 미>에서 망령처럼 떠돈다고 볼 수도 있겠다.

- 결국 미디어 과잉의 시대에 영화의 위치를 애도하는 작품으로 읽혔다. 영화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나.

= 어렸을 때 나도 이미지를 많이 봤다. 그때도 미디어는 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오즈 야스지로가 두개의 이미지를 볼 땐 하나를 보고 눈을 씻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요즘은 이미지가 폭발적으로 쏟아져서 거의 무기처럼 인간의 눈을 폭격하고 있다. 세상엔 너무 많은 이미지와 사운드가 있다. 내가 독재자가 될 수있다면 1인당 한달에 한개의 이미지만 올리라고 할 것이다. 이달은 고양이, 다음달엔 나무, 이런 식으로. (웃음) 이 또한 생태계인데 이미지가 과잉되면 결국 오염될 것이다. 하지만 혹시 아는가. 젊은 세대가 우리의 눈을 보호해달라고, 자신의 관점을 주체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요구할지. 어렸을 때 내가 만든 영화를 갖고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를 다니는 게 무척 좋았는데, 이후 내가 나이를 먹고 영화제를 와도 내 영화를 보는 관객은 계속 젊었다. 새로운 세대가 다시 한번 봉기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영화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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