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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으로 칸 경쟁부문 초청... 어떤 영화이길래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15
[김성호의 씨네만세 852] <바넬과 아다마>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가 바로 칸영화제다. 이 영화제에 작품이 공식 초청되기만 해도 창작자에겐 대단한 영광이다. 제 돈 주고 이력삼아 참가하는 몇몇 부문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칸영화제 경쟁부문 만큼은 영화계에서 가장 존중받는 자리라 해도 별 이견이 없다. 면면을 보자면 당대 최고의 영화인들, 그들이 공들여 만든 수작들이 서로 경쟁하는 자리가 바로 여기니까 말이다.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한 편의 영화가 깜짝 이름을 올렸다. 무려 데뷔작으로 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데뷔작부터 경쟁부문에 초청되기가 쉽지 않기에 영화의 감독이 누구인지 일찌감치 관심을 모았다.

감독은 프랑스의 세네갈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라마타-툴라예 시. 1986년생으로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시는 그간 프랑스 영화산업에서 작가와 연출부 활동을 병행하며 쌓아온 실력으로 지난 몇 년 간 직접 작품을 감독했다. 2021년 만든 단편 <아스텔>이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23년 내놓은 장편 데뷔작 <바넬과 아다마>로 칸영화제에 이름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데뷔작부터 칸에 입성한 거지? 전 세계 창작자와 평자들의 관심이 기운 것도 당연한 일이다.

▲ 바넬과 아다마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데뷔작으로 칸 경쟁 진입, 어떤 영화이기에?

이야기는 세네갈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소를 키우고 땅을 파먹는 전통적인 마을에 젊은 청년 바넬(카디 바네 분)과 아다마(마마두 디알로 분)가 살아간다. 바넬은 본래 아다마의 형수다. 그러나 형이 죽은 뒤 마을 풍습에 따라 아다마가 그녀를 떠맡게 됐다. 유목 문화권에서 흔히 발견되는 형사취수제가 세네갈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어찌됐든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된 바넬이 아다마의 짝이 되었다. 본래 아다마에게도 예정된 혼처가 있었지만 바넬을 맞이하게 되니 모든 것이 달라진다.

얼핏 바넬과 아다마는 더없이 어울리는 한 쌍처럼 보인다. 서로 잠시라도 떨어져 있지 못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이보다 금슬이 좋은 이가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잠자리도 뜨겁고 낮에도 늘상 함께 붙어 있는 그들의 모습에 천생연분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들에겐 꿈이 하나 있다. 어른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마을에서 벗어나 마을 외곽으로 따로 나가 사는 것이다. 마침 모래폭풍에 파묻힌 외딴 집이 한 채 있어, 바넬과 아다마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가 모래를 퍼낸다. 언젠가 모래를 모두 걷어내고 나면 둘만의 신혼을 함께하리란 생각으로.

▲ 바넬과 아다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죽고 못사는 한 쌍, 그들에게 일어난 일

<바넬과 아다마>는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 사는 부부의 이야기다. 다만 그들의 행복이 아닌 그들의 무너짐을 잡아낸단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 바넬과 아다마를 가만히 내버려두었다면 더없이 행복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삶이 어디 그러하던가.

아다마에겐 윗대부터 내려온 책무가 있다. 촌장이 되는 것이다. 그는 대대로 촌장직을 대물림한 집안의 적자다. 그간 나이가 어려 나이가 찬 마을 사내가 그 역할을 대신 했지만,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책무가 그에게 떨어진다. 바넬과 사랑을 나누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촌장일을 해야 한다니. 아다마에겐 청천벽력 같은 얘기다. 하고 싶지 않다고 의견을 말해보지만 대대로 이어온 전통을 네가 끊어먹을 것이냔 눈초리에 풀이 죽을 밖에 없다.

영화는 마을에 닥친 위기를 인상적으로 잡아낸다. 세네갈, 그중에서도 이들이 사는 마을은 척박하기 짝이 없다. 땡볕에서 여자들이 하는 노동으론 간신히 먹고 살 곡식이 떨어지는 정도, 주업은 역시 사내들이 소를 키워 파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엔 벌써 몇 주 째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고 있다. 천이 마르고 풀이 나지 않으며 소는 배고픔에 픽픽 쓰러지는 것이다. 마을의 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기 시작하자 아다마도 그저 손 놓고 바넬을 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 바넬과 아다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남편을 독차지하려는 아내의 욕망

마을의 전통과 닥쳐온 위기, 그로부터 위협받는 바넬과 아다마의 애정이 이 영화의 관심이다. 지구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남녀의 사랑은 그 자체론 죄가 되지 않는다. 이들의 마음이 괴로움에 몸부림치게 되는 건 기후위기로 마을이 가물어 소들이 죽어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아다마는 어찌할 수 없이 촌장직을 수행케 되고, 기우제를 지내고 소를 돌보는 등 마을 일에 앞장서게 된다. 더는 방구석에 틀어박혀 바넬만 어루만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바넬은 이 모두가 마뜩잖다. 제 남편이 한갓 사내들과 똑같이 마을 일에 진을 빼니 말이다. 오로지 제게 속한 사람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녀에겐 참아낼 수 없이 화가 난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규범이 부딪히는 모습은 영화의 주된 긴장이다. 집 안의 큰 어른인 아다마의 어머니를 바넬은 좀처럼 존중하려 들지 않는다. 결혼을 하였으니 아다마는 오로지 제게 속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하루 빨리 마을 바깥으로 벗어나 저들만의 세계를 꾸려가겠단 바넬의 목적은 순수하다면 한없이 순수하다.

그러나 마을이 존재하는 이상 바넬의 이상은 실현될 수 없다. 바넬 또한 아다마와 떨어져 다른 여성들처럼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는 농사일을 해야 한다. 아다마 역시 촌장일을 수행하게 되면서부턴 바넬과 끌어안고 달콤한 말만 속삭일 여유가 없다. 아다마가 그저 그런 남정네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넬에겐 더없이 공포스럽다. 제가 아다마의 정신을 꼭 쥐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상황이 그렇게만 돌아가진 않는 것이다.

▲ 바넬과 아다마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이 영화가 아니라면 만날 수 없을 풍광

영화는 좀처럼 관객이 만나기 어려운 세네갈의 작은 촌락의 풍경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그 풍광이 그대로 영화적 연출이 되는 가운데, 가뭄과 같은 위협이 그들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출한다. 시장에서도 더는 우유를 팔지 않고 소를 먹일 물이 동이 난 상황은 그저 도시에서 지구온난화며 기상이변을 이야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파괴력을 갖는다. 이와 같은 현실이 바넬과 아다마에게 가져온 변화는 인간이란 존재가 환경 앞에 한없이 나약하단 인식을 갖도록 한다.

감독 라마타-툴라예 시는 자연과 인간, 사랑과 전통을 물질 문명으로부터 동떨어진 세네갈 촌락의 풍광 속에서 대비하여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려 든다. 잔잔한 전개와 열린 결말에 대하여 던져 놓은 질문을 회수하기 버거워하는 감독의 한계로 무책임함으로 느낄 수도 있겠으나, 칸은 그보다도 정면으로 어려운 주제를 감당하려 한 젊은 감독의 패기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 아닐까.

수준급 아프리카 영화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바넬과 아다마>가 반사이익을 받은 게 아니냔 비판에도 나름의 설득력은 있다. 아름다운 영상미라 하는 것도 실상은 카메라 앞에 얼마 서본 적 없는 아프리카계 배우들이 아프리카 촌락에서 하는 연기, 또 아프리카의 낯선 풍광이며 문화 때문이지 않느냔 것이다. <바넬과 아다마>에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서구적 시선을 배제하면 과연 얼마만큼의 특별함이 남을까.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시간의 세례를 맞은 뒤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인지를 알도록 한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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