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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었어? 냉장고에 담긴 우리의 현실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15
[리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스시 장인: 지로의 꿈>(*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주거 형태의 변화만을 예고하지 않는다. 냉장고에 담긴 간편식과 소량의 식재료들은 우리의 삶과 사회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반영한다. 이는 소비 패턴뿐 아니라 정서적 소통 방식, 나아가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뭇 다른 두 개의 영화를 교류하며, 이러한 세태 변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Between Calm and Passion, 2003)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물리적·정서적 거리감 속에서 점점 멀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삶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면서 연인은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감정적 거리감은 현대 1인 가구가 경험하는 정서적 고립과도 맞닿는다. 물리적으로는 가까워졌지만, 심리적으로는 더 멀어진 사회적 현상이자 타인과의 관계를 회피하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확장한다.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Jiro Dreams of Sushi, 2012)에서 작품이 보여주는 장인 정신은 흥미로운 대비를 제공한다. 실존 인물 지로는 오랜 세월에 단련된 완벽함을 추구하며, 타인에게 제공하는 음식에 심혈을 기울인다. 반면, 1인 가구의 냉장고는 이런 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식사를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혼자만의 필요에 맞춘 최소화된 먹거리는 정서적 교감이 퇴색된 생활을 보여준다. 즉석식품과 간편식으로 해결하는 이런 일상은 자족적인 삶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 관계와 교류를 강화하는 식사가 이들 1인 가구원은 자발적으로 배제한 채, 효율성 위주의 식사 방식을 택한다.

냉장고라는 작은 무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중 한 장면ⓒ (주)디스티네이션
1인 가구의 냉장고 안 풍경은 단지 음식을 저장하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냉장고는 정서적 거리감과 사회적 단절을 상징하는 작은 캔버스가 됐다. 냉장고를 열면, 오로지 자신의 취향에 맞춤 된 몇 끼의 분량이거나,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식사 거리가 있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화한, 나아가 사회적 연결의 가능성마저 끊은 상태에서의 자족적인 생활 방식으로 연결된다. 히키코모리처럼 방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형태의 삶은 냉장고의 상태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현대인이 기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부터 이탈하여 전혀 다른 형태를 창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1인 가구의 냉장고 풍경은 어떤 사회적 변화를 의미할까.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대인은 점점 더 관계를 회피하며 개인화된 삶을 살아간다. 그 결과, 냉장고 속 간편식처럼 우리의 일상은 간결하고 기능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 또는 공동체와의 식사가 중요한 사회적 행위였지만, 이제는 개인의 필요에 맞춘 최소한의 섭취로 대체되었다. 이는 단순히 사회적 관계의 변화가 아니라, 정서적 소통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과의 감정적 교류가 줄어들면서, 그 공백을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생활 방식이 채우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대인의 개인화된 소비가 어떻게 정서적 거리감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연인의 관계에서 머물지 않고 사회적으로 확장된 시대로 돌입했다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서로에게 접근하려 하지만, 정서적 소통의 장벽은 둘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를 메우지 못한다. 이에 더 나아가 현대의 1인 가구들은 정서적 연결을 포기하고 공백을 혼자만의 기능적 생활로 채워간다. 이는 우리 사회가 정서적 소통보다는 개인의 자족적인 삶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다큐멘터리 <스시 장인 : 지로의 꿈(Jiro Dreams of Sushi, 2012)> 스틸컷ⓒ 찬란
1인 가구의 냉장고는 현대인의 삶과 감정이 얼마나 변질되고 메말라 가는지 보여주는 작은 무대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은 냉장고 안, 혼자만의 찬기를 유지하는 인간관계로 대체된다. <지로의 꿈>에서 주인공의 정성과 장인 정신을 더 이상 1인 가구의 냉장고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로가 한 조각의 초밥에 쏟아부었던 수많은 시간과 애정은 이제 빠르고 간편하게 소비되는 정크푸드로 대체 됐다.

냉장고에 채울 수 없게 된 정성은 곧 현대 사회에서 사라진 인간적 교감의 메타포다. 정서가 건조해진 먹거리 시대는 이미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미래의 냉장고는 어떤 모습으로 생산될지 궁금하다. 모든 필수품이 일회성이자 기능성만을 필요로 할 때, 1인 시대에서 1:1로 매칭되는 서비스 산업이 성장할 것이다. 각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을 제공하는 업체가 성행하면서 냉장고의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누군가와의 공유나 배려를 위한 대비가 필요 없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일이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냉장고가 존재하더라도 인간의 고립된 마음을 담은 차가운 상자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 안에는 뜨거운 정이나 따뜻한 교감이 깃들지 않는다. 이러한 미래는 영화 '지로의 꿈'에서 쏟았던 장인 정신은 소멸하고 남는 거라곤 빠르고 차갑게 소비되는 현대 개인의 한 끼에 집중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어.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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