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기도 사랑도 진심인 연기 광인 배우 김신록(43)이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사극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 모호필름·세미콜론 스튜디오 제작)에서 굳센 의지를 가진 의병 범동을 연기한 김신록. 그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전,란'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열정을 고백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왕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전,란'은 아름다운 영화적 미장센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 연기력으로 작품을 빛내는 배우들의 강렬한 앙상블이 정점인 사극 영화로 지난 11일 공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전,란'의 홍일점 김신록은 천민 출신 여성 의병 범동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눈앞에 목표물과 도리깨만 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하는 거침없는 여성 의병으로, 의병장 김자령을 존경하고 따르며 굳센 의지와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전,란' 초반 남성 캐릭터였던 범동은 김상만 감독이 팬이었던 김신록을 캐스팅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로 바꿀 정도로 애정을 쏟은 인물. 김신록 특유의 걸크러시 매력이 가득 묻어난 범동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사진=넷플릭스이날 김신록은 "초고를 받았을 때 남성 캐릭터 그대로 받았다. 그 당시 범동은 한 마디로 힘캐(힘 있는 캐릭터)였다. 여기에 약간의 개그를 담당하는 캐릭터였다. 힘캐의 전투력을 어떤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지 그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캐릭터는 너무 중요하고 좋은 캐릭터였다. 민초를 대변하는 캐릭터이지 않나? 분량이 많지 않지만 아주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해 출연하게 됐다"며 "확실히 '전,란'의 범동은 다른 방식의 연기 표현이나 나의 다른 결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작업이었다. 지적이고 이성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범동은 상황을 판단하기 보다는 직감적이고 본능적인 통찰을 가진 인물이다. 표현하는데 있어서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느낌의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본이 수정돼 다시 내게 왔을 때는 힘캐 특성이 빠진 상태로 들어왔다. 중립적인, 중성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 김상만 감독도 이미지를 그렸을 때 범동이 여성 캐릭터라고 해서 머리에 쪽을 지거나 앞치마, 치마를 입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촬영 테스트 때 그런 부분을 해보기도 했지만 실제론 범동의 중성적인 느낌이 더 좋아 지금의 모습으로 그려지게 됐다"며 "구조적으로 이 작품 전체가 신분 차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지만 범동과 자령, 그리고 선조로 이어지는 권력과 민중 구도에서는 그 구도가 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범동의 캐릭터를 향한 전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이 캐릭터를 연기할 때 민중의 한 사람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고민했다. 선하고 용감한 사람이다. 순리에 맞는 의를 행할 수밖에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범동이지 않을까 싶다"고 캐릭터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이어 "범동도 남자 배우가 연기했으면 신선함이 떨어졌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캐스팅이 돼 혼자 성별이 다르다 보니 신선하게 봐주는 것도 있는 것 같다"며 "솔직히 남성 캐릭터가 나 때문에 여성 캐릭터로 바뀌었다는 지점에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원래 모든 작품에서 캐릭터를 바라볼 때 성별을 지우고 보려는 편이다. 드라마 기획서가 와도 성별을 지우고 본다. 아마 다른 남자 배우도 그럴 것이다. 실제로 박정민도 범동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했고 나도 선조 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들은 확실히 캐릭터를 더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라남도 광주 출신으로 이번 범동 캐릭터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맛깔난 사투리 대사를 소화해 호평을 얻은 김신록은 "범동이 사투리를 쓸 수 있는 지점이 나에게 편안했다. 사실 사투리 연기를 이 작품에서 처음 도전해봤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고향의 말이다 보니 조금 더 토속적이고 타고난 에너지 같은 것을 쓸 수 있었다. 범동의 덜 사회화 된, 본능적인 면모와 내가 잘 맞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다. 좀 더 날 것의 면모가 드러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도리깨를 무기로 파워풀한 액션을 소화한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신록은 "액션 스쿨이라는 곳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다녀봤다. 연극 할 때는 여러 방식의 신체 활동을 한 게 도움이 됐지만 액션의 합을 맞춘 것은 처음이었다. 액션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액션 스쿨 선생님들이 너무 칭찬을 해주더라. 그 이야기를 또 이성민 선배한테 했더니 '처음 가면 선생님들이 다 칭찬해준다' '의지를 돋아 주는 과정이다'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범동이 도리깨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강력한 무기는 김상만 감독이 생각을 해냈다. 도리깨는 곡물을 터는 기구다. 나중에는 도리깨가 개량돼 여러 무기로 사용 됐다고도 하더라. 무기로 사용하기 유용해서 실제 여성인 범동이 힘이 센 남자와 맞붙어 싸워도 도리깨가 큰 개연성을 만들어 주더라. 다만 나는 무기와 훈련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 내 신체 사이즈에 맞는 도리깨였고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넷플릭스2007년 지역 극단 워크숍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 지난 2016년 부부의 연을 맺은 남편이자 동료 배우 박경찬에 대한 '찐사랑'도 털어놨다. 김신록은 "연기 외에 좋아하는 것은 남편과 시간 보내는 것이다. 남편과 결혼하고 더 좋다. 사실은 나는 의외로 참을성도 많이 없고 어떤 것을 꾸준하게 배우지 못하는 편이다.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오래 하는 일이 연기와 연애다. 그래서 남편이 내겐 더 각별하다. 의지박약이거나 참을성이 없어 자괴감에 빠질 때 연기와 남편이라는 존재로 극복한다. 여러 역경과 사연을 이기고 남편과 계속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이 '내 삶이 그래도 괜찮게 흘러간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며 "아무래도 남편이 같은 일을 하니까 서로 대본을 받으면 대본을 두고 토론을 많이 한다. 나에겐 우리집에 있는 금두꺼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존재다. 내가 하는 연기의 많은 지분을 남편과 나눠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전,란'은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그리고 차승원이 출연했고 '심야의 FM'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김상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