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든 이 세상을, 마음껏 즐기세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에서 배우 김상철은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기존 캐릭터를 재해석해 연기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자신이 올랐던 뮤지컬 무대들을 상기했다. “뮤지컬에선 같은 캐릭터를 여러 배우가 연기하기 때문에 배우간의 비교는 숱하게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에 익숙하고, 배우 각자의 매력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편이라 부담 없이 임했다.” <지옥> 시즌1을 재밌게 본 시청자에서 출연자로 입장이 바뀌면서 김성철은 작품의 세계관을 체화하기 위해 시나리오뿐 아니라 원작 웹툰도 반복해 읽었다. 김성철이 가장 집중한 것은 “정진수의 목표”였다. “작품을 시작할 때 대본을 손으로 써본다. 그러다보면 맡은 인물의 대사에서 반복되는 말들이 걸러진다. 내가 느낀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정진수의 내면엔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진수는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해 이용할 줄 아는 인물이지만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단 남을 내세워 컨트롤하길 선호한다. 배포가 크고 겁이 없다면 남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하겠나. 그만큼 겁이 많은 것이다. 속으론 두려움에 떨면서도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의장 행세를 한다.” 그런 정진수의 간극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정진수의 목소리나 표정이 평범하지 않고 그로테스크했으면 좋겠다는 연상호 감독의 디렉션”에 따라 정진수의 목소리 톤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해 <지옥> 시즌2를 촬영하는 기간 동안 김성철은 “왕도 영웅도 아님에도 모든 말이 진리처럼 여겨지는 인물을 연기하며 무척 흥미로웠다”고 전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1~3화 중 김성철이 꼽은 인상적인 장면은 정진수가 진경훈(양익준)에게 20년 전, 자신이 지옥행 고지를 받았음을 알릴 때다. “이 신에서도 웹툰을 정말 많이 참고했다. 정진수는 지옥행 고지를 받은 뒤 본인이 느껴온 고통을 세상 사람들도 전부 알아야 한다고 여긴다. 눈앞의 경훈이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속내도 털어놓게 된 것이다. 정진수가 어떤 인물이며 뭘 하고 싶어 하는지 각인시키는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제작진과의 첫 미팅부터 촬영에 들어갈 때까지 매일 대본을 보며 놓친 게 없는지 확인했다.” 결국 정진수는 지옥 사자들의 시연 이후 지옥으로 끌려가 고통받는다. 해당 신들은 나중에 CG 작업이 더해질 장면이기에 촬영 현장에선 배우의 상상력이 필요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데 평소 상상을 많이 하고 그 상상을 잘 믿는 편이다. 그래서 준비된 CG 이미지를 참고해 ‘저기서 지옥 사자가 튀어나오겠구나, 이쪽 벽이 무너지겠구나’ 생각하며 오히려 재밌게 촬영했다.” 9시간의 사투 끝에 현재와 같은 강렬한 신들이 완성됐다.
<지옥>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정진수의 부활은 큰 이슈지만 정작 “정진수 본인은 자신이 ‘부활했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성철 배우의 의견이다. “여러 지옥을 끌려다니며 고통받았기 때문에 정진수는 현실로 돌아온 후에도 자신이 또 다른 지옥에 있는지 아닌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래서 부활했다는 사실보다는 언제 또 지옥에 끌려갈지 모른다는 정진수의 불안을 표현하는 게 더 중요했다.” 출연자와 시청자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답변하던 김성철에게선 <지옥> 시즌2에 대한 단단한 믿음과 자신감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