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연출[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 학생들 사이에서는 '빨간마스크' 괴담이 다시 퍼진다. 롱 코트를 입고 빨간마스크를 쓴 여자가 나타나 "내가 예쁘니?"라고 묻는데, 예쁘다고 말하면 "너도 똑같이 만들어줄게"라면서 가위로 입을 찢어버린다는 흉흉한 괴담이다.
ⓒ친구들과 빨간마스크 괴담 이야기를 나눈 후 학교 길, 육상부 시연은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를 마주친다. 빨간 마스크를 쓴 여자의 손에는 피다 뚝뚝 흘러 넘치는 가위가 들려있다. 여자는 "내가 예쁘니?"라고 일본어로 묻는다.
알아들을 리 없는 시연은 냅다 도망치기 시작하고, 빨간마스크를 쓴 여자는 육상부 시연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지쳐 벤치에 앉아 쉬던 여자 앞에 경찰이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타깃을 바꾼 여자는 경찰에게 "내가 예쁘니?"라고 일본어로 묻고 가위를 가지고 달려들지만 경찰의 테이저건으로 제압된다.
경찰서에 연행된 여자가 일본인이라 의사소통이 쉽지 않지만 작은 기침 소리 하나에 경찰은 마스크를 올려 쓰고 손을 소독한다. 가위를 갖고 달려드는 미친여자보다 무서운 것이 코로나 감염이다. 기회를 보던 여자는 가위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내가 예쁘니?"라고 묻고 경찰 습격을 시도한다. 그러나 수갑으로 인해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여기서도 여자의 괴담 실현은 계속되지만 병원 사람들은 여자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불법체류자인지도 귀신인지 모르겠는 여자의 정체는 궁금하지 않다. 일본 여자가 우리나라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맞고, 경찰서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소식이 언론에 퍼져나갈까 걱정이다. 여자의 입이 찢어진 것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오해 받을까봐 머리를 감싼다.
이에 정부와 병원은 여자의 찢어진 입을 봉합한다. 붕대를 풀고 거울을 본 여자는 만족스러워하고 "마스크는 이제 안녕"이라는 성형외과 광고판 모델이 됐다.
김민하 감독의 단편 영화 '빨간마스크 KF94'는 1990년대 유행했던 일본의 괴담 '빨간마스크'를 현대의 팬데믹 시대에 맞춰 재해석한 호러 코미디 작품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 마스크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빨간 마스크를 쓴 괴담 속 여자가 다시 등장한다. 괴담 속 빨간마스크 괴담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여자는 팬데믹 시대의 빠르고 바쁜 일상 속에서 어딘가 부조리하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그려졌다.
괴담이 지닌 공포가 현대인의 빠르고 바쁜 삶 속에서 일종의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김민하 감독은 영화를 만들 당시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영화를 찍었다 라고 기억해 주길 바랐다"라면서 의도를 밝혔다. 2년 후 2024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됐고 김민하 감독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러닝타임 1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