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사흘', 매력적인 소재와 그렇지 못한 밸런스

▲ 사흘. 제공ㅣ쇼박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파묘'가 극장가를 강타한 올해, 어느 때보다도 오컬트 장르를 향한 관객들의 호의와 관심이 가득한 때다. 뜻밖의 후광을 업고 나온 '사흘'은 관객들의 과분한 기대치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영화 '사흘'(감독 현문섭)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오컬트 호러다. 배우 박신양이 11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자 '파묘' 이후 개봉하는 한국 정서의 오컬트 물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한국의 장례문화인 삼일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정체불명의 '그것'에 잠식된 죽은 딸 소미(이레)를 구하기 위한 아빠 승도(박신양)의 고군분투와 그 사이에서 구마를 하려는 사제 해신(이민기)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능력있는 외과의사 승도는 병을 앓는 딸 소미에게 성공적으로 심장을 이식하지만, 소미는 수술 이후 뭔가에 씌인 듯 변해버린다. 이후 구마사제까지 동원해 성공적으로 구마 의식을 치르는 듯 했으나, 결국 소미는 목숨을 잃고 만다. 승도는 딸 소미를 잃고 자책하며 고통받다가 장례식장에서 딸의 환영 혹은 악령을 보고 그가 죽지 않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 사이 해신은 끝내 구하지 못한 소미를 떠올리며 의식을 녹화한 영상을 다시 보다가 소미의 몸에 악마가 깃들어 부활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악마가 부활하기 전 소미를 화장해야 하지만, 승도는 이미 죽은 소미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시신을 훔쳐 달아나는 등 기행을 벌인다.

도입부에는 삼일장에 맞춰 장례 1일 차 운명, 2일 차 입관, 3일 차 발인까지 챕터를 나눠 몰입감을 더한다. 그럴싸한 분위기에 몰입이 되려던 차에 밸런스가 와르르 무너진다. 섬뜩한 공포감과 긴장감으로 차근차근 조여가다가, 어느 순간 '이게 맞나?' 싶은 이도저도 아닌 전개가 펼쳐진다.

▲ 사흘 박신양. 제공ㅣ쇼박스

특히 시도때도 없이 '소미야'를 부르짖으며 시신을 들고 도망치는데다 구마의식까지 방해하는 미쳐버린 승도는 이 영화의 진짜 빌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고 환장하겠다는 태도의 영안실 관리인의 모습에선 웃어도 되나 싶은 실소가 터진다. 심지어 시종일관 심각한 구마사제 해신과 '서프라이즈'의 재연 코너같은 '빅마마' 신에서는 남은 모든 기대가 사라진다.

배우들의 호연 덕에 '혹시 괜찮아지지 않을까' 꽤 오래 속아넘어갈 뻔 하지만 결국 빈약한 디테일과 허술한 설정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원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텐션이 오락가락한다.

후반에는 승도의 각별한 부성애에 무게가 실린다.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기적까지 만들어버리는 그의 모습이 감동적이긴 하지만, 이미 '파묘'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맛의 오컬트로 스며들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오는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