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 44초'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노트북' 포스터(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일반적인 상업 영화가 '100만 관객'의 고지를 넘기기도 어려운 시대가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극장의 수익은 크게 줄었다. 역대 극장 최고 매출액을 달성한 2019년(1조 9139억 8472만 858원) 이후 이듬해인 2020년에는 무려 약 1/4수준(5103억 7392만 2191원)으로 하락했다. 2021년부터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왔으나, 2023년(1조 2614억 1201만 7092원)과 2024년(1조 158억 2366만 8366원)에는 여전히 코로나 이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액수를 기록했다. 더불어 올해 개봉한 상위 50편의 작품 중 100만을 넘긴 작품은 14편 밖에 되지 않으며, 이 중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극장은 계속해 자구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중 돋보이는 것들이 스낵무비와 재개봉작, 콘서트 실황 영화의 개봉이다.
'스낵무비'라 불리는 초단편 영화들은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최근 관객들의 소비 행태를 겨냥한 기획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작품은 지난 6월 손석구가 주연 배우와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밤낚시'(감독 문병곤)로, 러닝 타임 13분에 티켓 가격 1000원인 작품이었다.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이 '숏폼' 스릴러는 4만 6000만명 이상의 누적 관객을 동원했다. 극장 수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운 성과지만 현대차가 차량 노출 효과를 노리고 기획한 일종의 광고인 점, 그 때문에 티켓 수익은 모두 CGV가 가져갈 수 있었던 점에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내포한 시도였다.
'숏폼' 형태의 작품은 CGV뿐 아니라 경쟁 극장 체인인 롯데시네마에서 최근 시도됐다. 역시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 '4분 44초'는 총 44분짜리 작품으로 1편당 4분 44초 러닝타임인 8편의 에피소드를 합쳐놓은 작품이다. '4분 44초'는 '숏폼'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약 3~4년 전부터 자체 기획 개발을 해온 작품이다. 현재 이 영화는 7일 기준 3만 2504명의 누적 관객을 동원하며 '밤낚시'의 뒤를 따르는 중이다.
'스낵무비'는 절대적인 매출액 증가보다는 관객 유입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주목할 만한 시도로 여겨진다. CGV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밤낚시'를 보러 극장에 왔다가 다른 작품들까지 본 관객은 19% 정도다. 5명 중 1명이 '밤낚시'를 본 뒤 다른 영화를 함께 본 것이다.
또 하나 최근 극장에서 적극적으로 상영을 유치 중인 '콘서트 실황 영화'도 주목할 만한 상업 영화의 대체재다. 가장 최근 성공한 콘서트 영화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2024년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 실황을 담은 '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으로 지난 8월에 개봉해 누적 35만 763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콘서트 실황 영화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34만 2366명을 동원한 기존 1위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2018)를 6년 만에 깬 기록이다.
임영웅 외에도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콘서트 실황 영화는 수두룩하다. 걸그룹 아이브의 '아이브 더 퍼스트 월드투어 인 시네마'가 10월 16일, NCT 태용의 '태용: 티와이 트랙 인 시네마'가 9월 25일 개봉했고, 원로 가수 남진의 '오빠 남진 라이브 콘서트'가 13일, 엑소 백현의 '백현: 론스달라이트 닷 인 시네마'가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콘서트 실황 영화가 자구책으로 주목받는 것은 안정적인 수익성 덕분이다. 유명 가수의 '팬덤'이라는 명확한 타깃 층이 있는 영화라는 점, 그리고 가수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팬들의 'N차 상영' 비중이 많은 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콘서트 실황 영화의 경우 아이맥스나 4DX, 스크린X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특수상영관에서 관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콘텐츠다.
더불어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는 재개봉 영화들에도 주목을 해볼만 하다. 지난 9일 20년 만에 재개봉한 로맨스 영화 '노트북'은 재개봉 이후 누적 1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중이다. 재개봉 영화는 '피아니스트의 전설' '이프 온리' '비트' '태양은 없다' '레미제라블' 같은 오래된 영화뿐 아니라 지난해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2021년 작 '드라이브 마이 카' 등 비교적 최근작도 포함된다. 재개봉 영화도 '팬덤 무비'인 콘서트 실황 영화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이미 흥행이 보장된 과거 흥행작들을 극장에서 다시 보려는 열정적인 관객 층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관객몰이가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관객 기근에 빠진 극장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컬처웍스 커뮤니케이션 팀 이신영 팀장은 8일 뉴스1에 "극장에 영화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상영관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상영관을 놀리면 손실이 있다, 이렇게 부족한 라인업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스낵무비나 콘서트 실황 영화, 재개봉 작품들의 개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이들 기획이)영화관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기보다는 상영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 있고, 마니아층을 노렸을 때 확실한 수요가 있어 추가적인 수입을 노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