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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우는 지휘자로 변신한 송승헌…"배우로서 일탈 재밌죠"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1-15
'히든페이스'서 비호감 캐릭터 연기…"배드신 앞두고 물·견과류만 먹어"
"김대우 감독, 노출 위한 노출신 안 해…반전 스토리에 관객들 놀랄 것"


영화 '히든페이스' 속 송승헌
[스튜디오앤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멜로 드라마 '가을동화'(2000)부터 복수극을 그린 대작 '에덴의 동쪽'(2008), 스릴러물 '블랙'(2017), 범죄 추적극 '플레이어' 시리즈(2018·2024)까지.

배우 송승헌은 그동안 멋지고 정의롭고 바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큰 키와 조각 같은 얼굴 덕에 이런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대우 감독의 영화 '인간중독'(2014)에서 부하의 부인과 사랑에 빠지는 군인 역을 소화하며 변신을 꾀했다. 그간 쌓아온 이미지와는 정반대인 '불륜남'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20일 개봉하는 김 감독의 차기작 '히든페이스'에서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이 돌연 잠적한 후 그의 후배 미주(박지현)와 바람을 피우는 지휘자 성진 역을 맡았다.

"감독님께 내내 '얘(성진) 너무 별로다'라고 말했어요. 사회에서 별로 안 만나고 싶은 사람이랄까요, 하하. 뭔가 의뭉스럽고 욕망은 있는데 아닌 척하고…하지만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솔직한 내면을 가진 남자라서 연기하기엔 재밌겠다 싶었어요."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승헌은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인간중독'을 기점으로 더 열린 마음으로 캐릭터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배우로서 이런 일탈이 너무 재밌고 안 해본 것도 더 하고 싶게 됐다"며 웃었다.

영화 '히든페이스' 주연 배우 송승헌
[스튜디오앤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히든페이스'는 얼핏 에로티시즘에만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세 주인공의 과거를 하나씩 밝히고 서스펜스를 쌓아가면서 장르적 재미를 준다. 성진과 미주의 정사 장면을 수연이 집안 밀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설정도 파격적이면서도 신선하다.

송승헌은 "단순히 '관음 멜로'인 줄 알았던 관객은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를 보면서 '정말 저런 거였다고?' 반응할 것"이라면서 "이 작품에 제가 끌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인간중독'으로 김 감독에 대한 신뢰가 쌓인 덕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히든페이스'를 어렵지 않게 선택했다고 그는 말했다.

"예전부터 감독님께 어떤 역할이든 할 테니까 알려달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만큼 믿음이 컸습니다. 감독님은 '노출을 위한 노출'을 하는 분이 아니에요.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고, 그런 장면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배드신을 보여주시는 거지요."

김 감독은 "배가 좀 나오면 어떠냐. 운동 안 해도 된다"며 부담을 덜어주려 했지만, 송승헌은 극한의 다이어트로 탄탄한 몸매를 만들었다. 3주 동안 물과 견과류만 먹고 운동을 하며 버텼다고 한다.

반면 촬영 자체는 큰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었다. 김 감독이 마치 액션 장면의 합을 맞추는 것처럼 모든 동작을 미리 정해줬기 때문이다.

"감독님의 디렉션(연기 지시)은 굉장히 정확해요. '알아서 해봐라'라는 식으로 하는 감독들도 있어서 어떤 배우들은 힘들어하기도 한다는데, 김 감독님은 그런 게 전혀 없으세요. 조감독님과 함께 (배드신)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그걸 보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하하."

영화 '히든페이스' 속 송승헌
[스튜디오앤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6년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통해 배우로 데뷔한 송승헌은 '가을동화'로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기를 누린 '원조 한류스타'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엔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시대"라면서 "이런 때일수록 부담도 느끼고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엔 예능 프로그램을 기피했던 송승헌이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럭', '라디오스타' 등에 잇따라 출연한 것도 주연 배우로서 짊어진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이제는 내가 예능 프로그램에 안 나가고 싶다고 해서 안 나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고, 홍보도 우리(배우들) 몫"이라면서 "한편으로는 연륜이 생기면서 거부감이나 불안감이 없어진 것도 같다"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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