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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야만 속이 후련하냐” 밈까지 가세… 영화 재개봉 열풍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1-19
연말 재개봉 많아지는 이유는
10주년 재개봉 한 달 만에 관객 20만명을 넘어선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왼쪽)./판씨네마20주년 재개봉으로 17만명을 모은 로맨스 고전 ‘노트북’./에무필름즈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배우 김래원의 울분에 찬 대사로 유명한 영화 ‘해바라기’가 오는 28일 재개봉한다. 2006년 첫 개봉 이후 18년 만이다. ‘해바라기’는 짧고 인상적인 대사가 1020 세대에게 유튜브 쇼츠와 인터넷 밈(meme·짧은 유행 콘텐츠)으로 널리 알려져 ‘심리적 천만 영화’로 불렸다. 유튜브 영상엔 “영화관에서 보면 대사를 따라 떼창할 것 같다” “나도 줄줄 읊을 것 같다”는 댓글이 여럿 달려 있다. ‘해바라기’ 배급사인 블루필름웍스 측은 “짧은 영상으로만 알려진 영화의 본편을 극장에서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아 다시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올 들어 수십 년 명작의 4K 리마스터링 버전 위주로 불던 재개봉 열풍이 연말로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신작 영화의 힘이 하반기 들어 크게 떨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추석에 나 홀로 흥행한 영화 ‘베테랑2′ 이후엔 200만명 이상을 모은 영화가 전무하다. 주말 전체 관객이 10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충격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안방의 편안한 OTT를 놔두고 굳이 극장 나들이에 나서는 관객은 티켓 값을 지불할 ‘안전한’ 영화를 원하지만, 높아진 눈높이에 맞는 신작이 없는 탓이다. 결국 안전한 영화, 즉 작품성이 입증된 구작이 잇따라 극장에 걸리게 됐다.


거세진 재개봉 바람엔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앞장섰다. 업계 관계자들이 극장 소생의 기대를 걸었던 ‘조커’ 2편인 ‘조커: 폴리 아 되’가 1편 관객 530만명의 9분의 1 수준인 60만명 동원에 그친 충격파가 컸다. 1편의 성공이 신작인 2편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자 CGV·메가박스 등은 재개봉 기획전 마련에 들어갔다. CGV는 이달 아예 ‘월간 재개봉’이라는 고정 코너를 신설했다. 매월 명작 1편을 선정해 2~3주간 전국 CGV에서 상영한다. 오는 20일 첫 주자로 겨울이 배경인 로맨스 영화 ‘캐롤’을 올린다. CGV 측은 “최근 재개봉작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져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메가박스도 지난 13일부터 ‘콜롬비아 100주년 기획전’을 열고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2017)와 ‘베이비 드라이버’(2017)를 걸었다.

극장에서 내려간 지 1년 안팎인 영화들도 “차라리 우리가 신작보다 낫다”며 앞다퉈 나섰다. 지난해 개봉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재즈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가 대표적이다. 클래식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을 담은 ‘크레센도’도 1년 만에 다시 극장을 찾았다.

18년 만에 재개봉하는 영화 '해바라기'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감옥에서 출소하고 새 삶을 갈망하던 주인공 오태식(김래원)이 모든 희망이 꺾이게 되자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후련했냐"고 외치고 있다. /블루필름웍스
재개봉 영화는 특징이 뚜렷하다. 장르로는 멜로나 로맨스가 두드러진다. 극장가 주관객층인 2030 세대의 데이트용으로 적합한 데다 결말을 알고 봐도 감동이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20주년·5주년 등 기념작도 많다. ‘나이브스 아웃’은 개봉 5주년에 맞춰 내달 4일 올라간다. ‘해바라기’처럼 유튜브 쇼츠로 인지도가 높거나, 반복 관람할 팬층이 두꺼운 영화도 재개봉에 적합하다.

검증된 재개봉작은 흥행 성적도 어지간한 신작보다 준수하다. 최근 박스오피스 일일 순위 10위권에 2~3편은 꼭 포함된다. 17일 박스오피스 순위에선 ‘컨택트’(7위·3147명)와 ‘날씨의 아이’(10위·2092명)가 10위 안에 들었다. 수십만 동원도 가능하다. 10주년 기념 ‘비긴 어게인’은 지난달 개봉 한 달 만에 20만명을 넘어섰다. 20주년 ‘노트북’도 17만명을 끌어모았다. 반복 관람 관객이 특히 많은 ‘괴물’은 재개봉 첫날인 지난 7일 좌석판매율 1위(24%)에 오르며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괴물’ 배급사인 NEW의 류상헌 유통전략팀장은 “작년에 다른 개봉작 스케줄에 밀려 내려가고도 다시 보고 싶다는 팬이 많았다”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라 재개봉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재개봉 바람은 명작의 재발견 측면에선 반길 만하나, 신작 부진 탓에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할 길이 난망한 극장가의 깊은 골도 보여준다. 업계에선 재개봉 행렬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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