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김대우 감독은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 등 관능적이며 도발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이 매번 화제를 모은 데에는 탄탄한 연출력과 대담한 소재뿐 아니라,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여배우를 발굴하는 탁월한 선구안도 큰 몫을 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히든페이스' 스틸컷'음란서생'(2006)에서 김 감독은 이미 주목받던 배우 한석규와 함께 한 배우 김민정을 새로운 조합으로 선보이며 김민정의 색다른 매력을 극대화했다.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파격적이고 섬세한 연기를 이끌어낸 김 감독의 연출력은 김민정의 커리어에 큰 전환점을 제공했다.
이후 '방자전'(2010)에서 김대우 감독은 조여정을 캐스팅, 충무로에 각인시켰다. 조여정은 단순한 '섹시 이미지'를 넘어 강렬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간중독'(2014)에서는 당시 신예였던 임지연을 주연으로 발탁해 또 한 번 주목 받았다. 상업영화 데뷔작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임지연은 단숨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단순히 스타 배우에 의존하기보다,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발굴해 작품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김 감독의 안목을 증명한 셈이 됐다.
김 감독은 10년 만의 신작 '히든페이스'에서 박지현을 새 뮤즈로 발탁,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영화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리메이크지만 '밀실로 스스로 사라진 약혼녀'라는 설정만 가져왔을 뿐 영화는 전혀 다르게 흘러 간다. 박지현은 사라진 약혼녀 수연의 빈자리를 꿰차는 미주 역으로 그가 가진 결핍과 욕망을 관능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수위 높은 노출과 정사신까지 과감하게 선보이며 지금까지 작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뒤집고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영화 끝난 후 박지현의 노출 보다는 그가 그려낸 솔직한 본능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김대우 감독의 이번 선택은 박지현이 작품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박지현은 "배우로서 굉장한 도전이었다. 제가 작품을 볼 때 생각하는 부분이 '내가 이 캐릭터를 내 옷으로 잘 만들어낼 수 있을까'다. 노출은 계산하지 않는다. 사실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노출신) 부담보다는 화면 속에 제가 미주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잇을지 확신이 부족해 부담을 느꼈다. 감독님, 선배님들과 소통하며 점점 확신을 갖게 됐고 연기하며 많은 걸 배웠다"라고 밝혔다.
최근 충무로는 젊은 여성 배우들이 활약할 영화들이 많지 않을 뿐더러, 주연과 원석 자리는 화제성과 연기력을 갖춘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배우를 새롭게 발굴하고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 온 김대우 감독의 계보에 박지현 또한 충무로의 새로운 젊은 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