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패배만을 반복해 온 사람들에게 단 한 번의 승리가 주는 의미는 얼마나 클까. 신연식 감독의 신작 '1승'은 단순히 배구 속 승부의 세계를 넘어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길 의지도, 실력도 없는 국내 여자 배구팀 핑크스톰에 손을 대는 것 마다 실패한 김우진(송강호 분) 감독이 부인한다. 한때 잘나가는 배구 선수였지만 퇴출에 이혼까지 '인생의 루저'로 낙인찍고 살아가던 김우진은 구단주 재벌 2세 강정원(박정민 분)으로부터 1승을 거두면 상금 20억원을 준다는 공약을 제안 받고 만년 꼴찌 핑크스톰과 함께 단 한 번의 승리를 위해 나아간다.
물론 쉽지 않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법부터 훈련까지 이번에도 실패 위기다. 쏟아지던 주목은 비난과 야유로 변질됐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오기가 생긴 김우진은 선수들을 분석해 1승을 위한 전략을 다시 짜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 역시 처음으로 연대와 열정, 그리고 처음으로 배구 선수로서 관심이라는 걸 받아보며 의지를 다시 태운다.
신연식 감독은 국내 최초 배구 소재로 스포츠 영화로 만들면서 스포츠가 주는 쾌감과 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뒀다. 보통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2등은 고사하고 승리조차 해 본 적 없는 팀의 작은 반란이라는 익숙한 소재로 김우진과 핑크스톰이 승리를 향해 가는 과정의 드라마가 함께 녹여져 있다.
다만 인물들의 이야기 보다는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배구 세계의 한판 승부가 현장감과 속도감을 주면서, '1승'이 가져올 결말을 알면서도 집중하게 된다. 무엇보다 승리를 위한 길목에서 감정 과잉을 부르는 요소들이 제거 됐다. 선수들의 사연도 과감하게 생략된 부분이 많다. 신연식 감독이 많은 걸 깔아놓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한 연출 의도가 엿보인다.
단 1승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이들의 여정이 일상, 더 나아가서는 인생의 작은 성공을 위해 오늘도 실패한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넨다. 즉 오늘도 실패 속에서 버티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다.
'1승'의 스포츠 서사의 얼개를 꽉 채우는 건 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송강호가 신연식 감독과 세 번째 인연을 맺은 작품으로, 회의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김우진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어딘가 있을 법한 인물로 숨을 불어넣었다. 박정민 배구의 세계엔 관심도 없고 돈이나 벌 생각으로 파격 공약을 내건 철부지 재벌 연기로 영화의 감초 역할을 해냈다.
현실적이면서도 개연성 있는 대사로 분위기를 진정시킨다. 그러니까 더욱 신뢰가 간다. 박정민도 처음엔 전형적인 코미디 캐릭터로만 보였다. 구단을 매각해서 돈이나 벌려고 하는 재벌 2세의 허황한 모습을 연기했다. 그러나 점차 진정성을 가진 인물로 진화했다. 다 뜻이 있었던 입체적 인물로 살아났다. 4일 개봉. 러닝타임 10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