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제 "대중성 고려, 앞으로도 플랫폼 제한 없을 것"[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고 김상만 감독이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전, 란'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시작을 알린다. 부국제가 2021년 OTT 작품을 수용, 스크린 섹션을 신설한 지 3년 만에 영화제의 위상을 상징하는 개막작 자리는 OTT 영화의 차지가 됐다.
ⓒ넷플릭스개막작은 영화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막작은 그해 영화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영화제 브랜드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 시킨다. 이를 통해 영화제의 역사와 규모, 그리고 영화적 지향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박도신 부국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전, 란'은 출중한 실력의 제작진이 완성한 매력적인 사극으로, 개막작에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역대 개막작 중 대중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플랫폼의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부국제가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택한 것은 OTT 플랫폼이 전통적인 영화 산업의 한 축이 됐음을 말해준다. OTT 영화가 영화제의 개막작을 장식한 건 이번에 처음은 아니다. 2022년 베니스국제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제 '화이트 노이즈'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부국제 결정 역시 OTT가 영화제에 등장하는 것을 넘어, 전통적인 영화 상영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수용하려는 영화제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칸 국제영화제처럼 OTT에 계속 저항하려는 쪽이 있고 베니스국제영화제처럼 일찌감치 OTT에 개방한 영화제들이 있다. 아무래도 넷플릭스가 대세고 박찬욱 감독이 제작했다는 신뢰가 있으니 개막작으로 세운 것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반면 부국제가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내세운 판단에는 영화제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라온다. 전통적으로 영화제는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며 그 과정에서 예술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소개해 왔다. 영화제는 단순히 상업적인 작품보다는 감독과 작가의 독창적인 비전과 작품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영화 예술의 진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OTT 플랫폼은 그 본질상 대중성과 상업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넷플릭스 같은 거대 플랫폼은 더 많은 관객에게 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을 우선시로 제작해 왔다. 이는 독립 영화나 실험적인 영화들이 영화제에서 설 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일부 관객들은 영화제가 예술적 가치를 뒤로 하고, 화제성과 상업성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영화제를 기대하는 관객들을 만족 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부국제가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는 능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전통적 영화제의 정체성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더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OTT 영화가 영화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부국제에 방문하면 눈길을 끄는 행사는 모두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 등의 OTT 작품이다. 대중성을 앞세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순 있겠지만, 그들이 차지한 자리만큼 실험적 영화들의 자리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부국제가 앞으로 어떻게 균형을 맞춰나갈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