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7TV 3377TV

[인터뷰] 김상만 감독 "10년을 간 칼" (넷플릭스 ‘전,란’)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0-15
김상만 감독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어 더욱 화제가 된 넷플릭스 무비 <전,란>은 김상만 감독의 회심의 역작이다. 그런데, 김상만 감독의 경력이 예사롭지 않다. 김상만 감독은 1997년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영화 <접속>의 영화포스터 디자인 작업으로 처음 충무로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공동경비구역JSA>,<기생충> 등의 포스터 작업을 했고, 여러 영화에 다양한 스태프로 참여했다. 감독은 <걸스카우트>(2008), <심야의FM>(2010),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 이후 10년 만이다. 전작들을 보면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궁금한 게 많은 감독에게 <전,란>의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Q. 우선 공개되고 반응이 좋다.
▶김상만 감독: “오랜만에 영화 찍으니까. 기대감도 있었다.” (각본을 쓴 박찬욱 감독의 반응은?) “축하한다고 문자 주셨다. 제겐 스승 같은 분이시다. 이 작품 만들 때 감독의 재량권을 주셨으니 제가 온전히 책임을 져야했다. 큰 힘이 되었다.”

Q. 궁금한 것은 박찬욱 감독은 왜 이 작품을 김상만 감독에게 맡겼을까?
▶김상만 감독: “24년 전에 <공동경비구역JSA>의 미술감독으로 만났었는데. 왜 나에게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생각해 보면 이 영화가 가진 액션요소를 제가 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같이 작업하며 결이 잘 맞은 것도 있었다.”

Q. 힘든 부분은 없었는지.
▶김상만 감독: “물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즐겁게 찍은 것 같다. 배우와의 합이 좋았다. 하나를 던지면 둘을 해내는 배우들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표현을 잘해 현장은 즐거웠다. 장편영화는 시간적인 압박이 있다. 압축해야하는 부담이 있었는데 무난히 끝낸 것 같다.”

Q. 영화 초반에 판소리 가락으로 노비의 신세, 조선시대의 계급관계를 적절히 보여준다.

넷플릭스 '전,란'

▶김상만 감독: “그 장면을 판소리를 소개하는 것은 시나리오에 있었다. 일종의 설명하는 신인데 없어도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천영이라는 캐릭터가 매를 대신 맞는 장면 등 노비가 분업화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세팅이다.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다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떠올랐다. 그걸 너무 좋게 봤기에. 시나리오 보는 순간 그렇게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래 길이와 카메라 구성으로 완성했다. 그 장면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오마쥬가 맞다. 또 하나, <서편제>의 명장면도 오마쥬 했다. ‘쾌지나 칭칭나네’하는 롱샷 장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가 갑자기 총소리와 함께 깨지는 장면이다. 그건 오마쥬와 함께 변형을 준 셈이다.”

Q. ‘너무 잘 생긴 노비’ 강동원에 대해.
▶김상만 감독: “이 정도 작품을 만들 때 강동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천영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액션을 잘 소화해내야 한다. 목표의식이 강해야하고, 아울러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동원 배우에게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이 있다. 그런 게 천영 캐릭터와 잘 맞을 것 같았다. 물론 유일한 걱정은 너무 잘 생긴 것 아닌가. 내부적으로 그런 걱정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이말년의 웹툰 <조선쌍놈>을 떠올렸다. 그런 아이러니가 재밌을 것 같았다.” (이말년 시리즈 ‘조선쌍놈’에서는 ‘테리우스’ 같은 쌍놈과 아주아주 못생긴 양반의 대비가 웃음을 안긴다)

Q. 그럼, 양반집 자제 박정민 배우?
▶김상만 감독: “박정민 배우는 <동주>에서의 맑고 고운 이미지를 떠올렸다. 박정민이 맡은 종려는 감정의 부침이 세다. 다이내믹한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어지간한 연기를 가진 배우가 아니면 안 될 것이다. 적역이었다고 생각했고, 예상대로 정말 잘 표현해준 것 같다.”

Q. 볼거리가 충만하다. 로케이션 관련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김상만 감독: “흔히 보아온 사극 세트 말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순천에서 찍은 의병주둔지이다. 검투를 펼치는 계곡도 그렇고. 실제 가보면 풍광이 좋다. 놀기는 좋은데 촬영하기는 정말 힘들다. 주둔지는 산중턱에 위치해 있는데 너무 가파른 곳이다. 제작환경이 좋지 않다. 하지만 고집을 피워서 그곳에서 찍었다. 우리 말고는 여기서 찍지 못할 것이라고 제작진을 설득했다.”

Q. 강동원과 박정민은 양반가 노비의 브로맨스를 펼친다. 여기서 계급에 대한 접근은?

넷플릭스 '전,란'

▶김상만 감독: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계급이 가진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억눌린 계급이 저항하는 이야기이다. 각 계급들이 그들의 계급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시나리오가 좋았다. 최종적으로는 계급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것이 궁극의 주제일 것이다. 영화에서 그런 갈등과 화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우정이나 사랑일 것이다. 그렇게 인물관계를 설정한 것 같다. 원한 대로 나온 것 같다.”

Q. 후반부 해무가 잔뜩 낀 모래사장에서의 필사의 검술 대결을 펼친다. 명장면이다.
▶김상만 감독: “해무를 뿌린다고 제작비가 절감되지는 않았다. 바닷가에서 그 장면을 찍는 것이 가장 난이도가 높았다. 현장에서 찍기가 쉽지 않았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있어 하루 4시간밖에 촬영을 못한다. 바람이 너무 불어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액션을 위한 액션 보다, 좀 더 감정을 싣고 싶었다. 해무 속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 어디서 칼이 날아올지 모르는 긴장감. 종려와 천영은 7년의 해묵은 감정을 그 곳에서 풀어야한다. 마지막에 그 감정이 풀렸을 때 해무가 걷히는 것까지 생각했다. 해무 장면부터 세트에서 찍었다. 겐신과 종려가 싸울 때 보이는 바위는 세트인데 제작비가 만만찮았다.”

Q. 영화포스터 작업으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 그리고 <기생충>의 포스터를 디자인 했었다니 궁금해진다. 포스터 속 인물은 왜 눈을 가렸는가.
▶김상만 감독: “영화 포스터란 것은 영상 이미지를 한 샷으로 대표해야하는 작업이다. 구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샷을 설계할 때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기생충> 포스터는 우연의 산물이다. 이 가족들의 범죄행위는 보편성을 가진 것이 아니다. 너무 특정하면 ‘하층’인에 대한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범죄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불현 듯 떠오른 것이다. 눈을 가린 것은 위험한 시도였는데 봉준호 감독이 좋아했다.”

Q. 차승원이 연기한 선조에 대해.
▶김상만 감독: “선조라는 인물은 기본적으로 욕망의 집합체였으며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란이 일어나자 도망갔다는 무능한 왕으로만 취급하는데 사실 그가 거느린 신하들의 면면을 보면 역대급이다. 그만큼 머리가 좋고, 만만한 사람이 아닌데 출신의 콤플렉스가 있다 보니 그걸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왕권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쪽으로만 촉이 발달한 인물이라고 본다. 차승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선조를 영악하고 비열한 인물로 표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차승원 배우는 그걸 뛰어넘었다. 차승원이 연기하는 선조는 왕으로서 0.1프로의 의심도 없는 사람이다. 백성은 자기의 사고 안에는 아예 없다. 그래서 궁이 불타오를 때 ‘아니 백성이 왜?’라고 말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차승원이 연기하는 것 보고 쇼크 먹었다.”

Q. 왜장 겐신(정성일)의 일본어 대사는 옆에 따라다니는 통역관이 실시간으로, 유려하게 우리말로 옮긴다. 통역의 순발력, 어감, 실력이 영화 흐름에 완벽하게 녹아든 것 같다.

넷플릭스 '전,란'

▶김상만 감독: “많은 경우. 서로 다른 두 언어가 부딪힐 때 퉁치고 간다. 시간의 압박 때문이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은 리얼리티를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통역이 필요했다. 동어반복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데 부산영화제에서 관객들이 그렇게까지 웃을 줄 몰랐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마지막 해변 결투신에서는 다리가 잘려나가고도 통역한다. 군인은 상명하복이 생명이니까 죽어가면서도 통역해야한다고 생각한다.”

Q. 김신록 배우가 연기하는 범동은 천민, 여성, 피압박자를 대변한다.
▶김상만 감독: “범동은 좌충우돌하면서 제 할 말 다하는 역할이다. 보통 개그캐릭터가 될 수도 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남성 캐릭터였다. 그 때 <지옥>이 공개되고 김신록 배우의 연기에 충격 받았다. 범동 캐릭터를 저 배우가 하면 다른 느낌이 올 것 같았다. 김신록 배우가 시나리오를 분석해 왔는데 7년의 전란을 겪으면서, 천민으로서 온갖 더러운 꼴을 다보고 살아남았으니 그런데서 오는 통찰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명분으로 싸우는 세상이 하찮고 한심해 보일 것이다. 그래서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여성이기에 여성적 요소로 각색할 생각은 안 했다.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 대사체도 그대로 유지했다. 범동의 캐릭터에 설득력이 생겼다.”

Q. 역사적 모티브를 받은 인물이 있는지.
▶김상만 감독: “선조나 이덕형은 실존인물이고. 진선균이 연기한 의병장 김자령은 선조에 의해 죽은 김덕령을 모티브로 얻었다. 나머지는 창작이다. 도움을 받은 책은 <조선왕조실록>이다. 투항한 왜군을 관군으로 삼아 민란을 제압한다는 이야기도 실록에 있다. 선조가 ‘시끄럽다. 내말대로 해.’라고 하는 것도 실록에 나오고, 몽진할 때 중전이 가마가 엎어지자 ‘말을 타고 가지 그랬어‘하는 것도 실록에 있다. 몽진 행렬이 디테일하게 나와 있다.”

Q. OTT작품인데, 부산영화제에서 큰 극장 스크린으로 먼저 선보였다. 소감은.
▶김상만 감독: “큰 화면으로 볼 때 체험의 크기가 다를 수 있다. 어렸을 때 <주말의 명화>를 작은 TV화면으로 재밌게 잘 봤었다. 플랫폼을 동일시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무조건 극장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이것도 괜찮다고 본다.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인 것 같다. 관람태도의 변화일 것이다. 예전에 필름이 디지털로 넘어갈 때도 ’필름룩 디지털룩‘이니 하며 싸웠었다. 객관적으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한다.”

Q. 역사물을 다룰 때 고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예를 들어 궁을 불태운 게 누구인가 같은 문제.

넷플릭스 '전,란'

▶김상만 감독: “불을 지른 게 백성이냐 왜군이냐의 문제는 서로 다른 기록이 있다. 그런 경우 우리는 백성이 불을 붙였다고 선택한 것이다. 이 영화는 계급의 이야기이니까. 계급의 문제성을 드러내는데, 외부의 힘이 들어왔을 때 그 내부의 문제가 표출되는 것이다. 그걸 이야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 장면에서 백성들이 축제분위기이다) “그 장면은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준 것이다. 통탄하는 사람도 있고, 약탈하는 사람도 있다. 장구 치는 장면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다. 군중들의 모습을 한 가지 톤으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자기파괴적인 군중도 보여주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았다. 깽판 부리는 것처럼. 보조출연자에게 꽹과리 쳐보신 분 있는지 찾아서 즉석에서 연출한 것이다.”

Q. 계급성이 철저히 표출된다. 지금 시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상만 감독: “그 때 같은 양천(良賤)의 구분은 없지만 지금은 사회적 권력이나 경제적 계층화 등 계급화가 점점 심해진다고 본다.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도 그냥 수사가 아닐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이 내재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계급의식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된다. 이런 사회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전복할 것인가 개선할 것인가.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관객들이 각자 생각해봤으면 감사하겠다.”

Q. 강동원과 박정민의 관계는 문학적이며, 다층적이다. 혹시 편집에서 빠진 장면이 있다면.
▶김상만 감독: “과거 장면 중에 편집에서 뺀 것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까운 장면이다. 강동원이 자신이 맞던 회초리 사리나무로 (박정민의) 갓난아기에게 공을 만들어준다. 그 공을 아기에게 굴러주니까 아기가 자기 쪽으로 와서 놀아주는 장면이다. 그 때 부인이 들어오면서 ’더러운 것‘하고 갖다 버린다. 나중에 비슷한 장면도 있어 동어반복 같아서 잘랐다. 그 장면 찍을 때 갓난아기라 원하는 대로 안 움직일 것 같았는데 자기 쪽으로 움직이니 강동원도 놀랐었다.”

김상만 감독은 <전,란>을 끝내고 드라마를 찍기 시작했다고. <스위트홈>의 김칸비(스토리)아 천범식(작하)의 네이버웹툰 <돼지우리>이다. 장기용, 차승원, 박희순, 노정의, 김대명 등이 캐스팅되었다.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차승원 등이 출연하는 넷플릭스 무비 <전,란>은 지난 11일 공개되어 글로벌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THE END
10
로컬 재생 기록 클라우드 재생 기록
로그인 계정
발표
이 사이트는 영구적 인 도메인 이름 TV3377.CC 활성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억하고 TV3377.CC 에서 응모해 주시면 계속해서 최신 영화와 동영상을 더 많이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