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페이스’ 스틸컷이번에도 조여정의 집에는 비밀 공간이 있다. 다만 ‘기생충’ 때와는 다르게 조여정이 밀실에 갇힌다.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히든페이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김대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이 참석했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확인하는 과정을 다룬다.
‘히든페이스’ 연출한 김대우 감독. 연합뉴스작품은 지난 2014년 공개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원작으로 하며, 과거 ‘방자전’과 ‘인간중독’에서 파격적인 스토리텔링과 감각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김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을 보는데 내 품으로 재미있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도를 넣고 싶었다. 악의, 선의, 장난이 됐든 어떤 ‘의도’를 넣어 설정들을 강력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화 나누는 송승헌-조여정. 연합뉴스앞서 ‘인간중독’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승헌과 조여정의 재회도 눈길을 끈다. 조여정은 “전작 이후로 오랜만에 송승헌을 만났는데 솔직하게 너무 놀랐다. 오빠가 너무 그대로더라. ‘오빠가 왜 이렇게 멋있지?’ 했다. 시간이 지났기 떄문에 나이가 들었는데 너무 멋있더라”라며 근사한 연기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송승헌이 분한 성진은 남 부러운 지점이 없는 지휘자이지만 미주를 만나며 숨겨둔 욕망을 드러낸다. 송승헌은 “성진 캐릭터가 어려웠던 건 대놓고 욕망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감독님은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저의 말투, 표정, 눈빛을 끌어내고 싶어했다. 인간중독보다 더 많은 대화를 했고 저를 더 많이 괴롭혔다”고 설명했다.
웃으며 질문에 답하는 조여정. 연합뉴스비밀 공간을 소재로 한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진출했던 조여정은 ‘히든페이스’에서 한번 더 밀실을 가진 집 주인이 된다. 이와 관련해 송승헌은 “저희도 이번에 아카데미 가는 거냐”고 너스레를 떨었고, 조여정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고 막상 갇히니까 탈출 욕구가 강력했다. 실제 제 집에는 비밀공간이 없다”며 웃었다.
‘기생충’과는 달리 ‘히든페이스’에서는 조여정이 밀실에 갇힌다. 이에 조여정은 “책 볼 때부터 각오는 단단히 했는데 힘들더라. 끊임없이 고함치는 것도 처음과 끝의 느낌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으로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 예를 들면 화장도 점점 지워져야 했다. 끝날 때가 되니 밀실에 정이 들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히든페이스’ 출연한 박지현. 연합뉴스송승헌과 조여정에 이어 새롭게 감독의 선택을 받은 박지현도 기대감을 모은다. 박지현은 밀실 밖에서 사라진 수연을 대신해 오케스트라에 입단, 성진과 금기된 사랑에 빠지는 인물을 연기한다.
박지현은 “저는 배우로서 연기를 하면서 창작자 분께서 머리에 그린 그림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해내는 좋은 재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오는데 김대우 감독님은 그림을 명확하게 갖고 계신 것 같았다”며 김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있었다고 했다.
또 송승헌, 조여정과의 연기 호흡 소감에 대해서는 “너무너무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촬영해서 감사했다. 제가 진심으로 팬이었다. 현장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감사하게도. 그래서 늘 그립고 감사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포즈 취하는 ‘히든페이스’ 감독과 출연진. 연합뉴스이들은 ‘히든페이스’에 대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색(色)다른 영화라고 했다. 이 작품을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이유가 있을까. 김대우 감독은 “사운드에 굉장히 신경 썼다. 그래서 작은 화면이나 축소된 오디오 장비로 보는 것보다 거대한 사운드 안에서 시각적 충격, 경험을 하면 아주 행복한 저녁이 되지 않을까 자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격적인 설정 속 관람객의 귀를 압도하는 사운드, 반전을 거듭하는 ‘히든페이스’는 오는 11월 20일 개봉한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khil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