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아마존 활명수>▲ 영화 <아마존 활명수>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영화 <아마존 활명수>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진봉(류승룡)이 통역사 빵식(진선규)과 최고 활 솜씨를 갖춘 아마존 전사 시카(이고르 페드로소), 이바(루안 브룸), 왈부(J.B. 올리베이라)를 만나 양궁과 감동을 선보이는 이야기다.
회사에서 승진도 못한 만년 과장 진봉은 정부 협력 사업인 금광개발 사업건을 따내기 위해 볼레도르(가상의 나라)로 파견된다. 정리해고를 눈앞에 두고 목숨만 겨우 붙어 있던 그가 처음으로 쓸모를 발견한다. 바로 볼레도르 일급 육성 종목이 양궁이었기 때문. 전직 금메달리스트였던 영광의 과거를 다시 꺼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뛰어든 아버지는 막대한 임무를 품고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헬기는 어딘지 모를 곳에 불시착하고, 어느 아마존 원주민 마을에 당도한 진봉은 낯선 문화 사이에서 죽다 살아난다. 다행히 한국인 할아버지와 볼레도르인 할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통역사 빵식을 만나 소통이 가능해진다. 결국 각자 다른 목표를 품은 아마존 3인방과 진봉, 빵식은 양궁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티격태격, 고군분투, 좌충우돌 끝에 우정과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된다.
영화는 <극한직업>으로 호흡을 맞춘 류승룡과 진선규의 콤비 결성이 화제가 됐다. 거기에 <극한직업>, <완벽한 타인> 배세영 작가와 <발신제한> 김창주 감독과 협업이 매력적이었다. 배세영 작가는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다가 캐릭터를 떠올려 점차 소재를 발전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코미디 장르에서 다뤄진 적 없는 양궁을 결합해 생계를 위한 사냥이 스포츠화되며 거듭나가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다룬다. 양궁의 나라에서 이보다도 흥미로운 소재가 있을까 싶었다. 이름만 들어도 감이 오는 제작진의 협업에 기대하는 바가 컸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웃음 저격은 실패한 듯 보인다.
아는 맛의 즐거움이 벗어날 때 ▲ 영화 <아마존 활명수> 스틸ⓒ 바른손이앤에이
문제는 진부함에 있다. <쿨러닝>, <국가대표>처럼 오합지졸 팀이 힘을 합해 성공으로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다. 익숙한 바탕에 양궁과 아마존 전사가 어울리지 않아 삐걱거린다. 즉 케미가 부족하다. 류승룡과 진선규의 콤비 설정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류승룡과 진선규의 캐릭터가 행하는 언어·행동의 과한 설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데 있다. <부시맨>에서 다뤄진 낯선 문화 속에 안착한 존재의 기이한 행동이 그대로 재현된다. 청계천에서 낚시를 하거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는 행동은 이 사회에서는 불법이 된다. 아마존이라면 자연스러웠을 행동이지만, 타국의 도시로 옮겨와 억지스러운 상황을 연출한다. 고국에서는 일상의 행동이 타국에서는 웃음거리로 전락한 꼴인 셈이다.
또한 너무 많은 것을 준비했다. 코미디만 있는 게 아니라 한국과 아마존 원주민의 문화충돌, 양궁 스포츠의 이해, 가족과 공동체가 떠오르는 휴머니즘이 후반부에 포진해 있다. 코미디-스포츠-감동 코드로 이어지며 종국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까지 한다. 자본주의 앞에 짓밟힌 소수민족의 자긍심, 각박해진 현대 사회를 꼬집는 순수성의 회기, 정당한 스포츠의 대결의 묘미 등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영화로서의 긴장감과 응원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3인방이 사연이 절실하게 와닿지 않는 까닭이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 한 몸처럼 움직여 밋밋하다. 누구의 캐릭터에도 이입하고 싶으나 그것마저 쉽지 않다. 뻔한 구조가 계속되니 누가 이길지 예상대로 흘러간다.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양궁을 배운 아마존 언더독의 반란은 시대와 국가만 바뀌었을 뿐 199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구조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문화우월주의·계몽주의로 흘러 자칫 오인될 수 있다. 세 아들의 아빠인 가장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피치 못할 사정이란 전제가 있지만,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웃음 유발의 도구로만 쓰인 게 아닐지 우려된다.
자칫하다가는 문화의 우등과 열등을 나누는 기준을 제시하게 되기도 한다. 타 문화의 차이가 틀림이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아마존 활명수>는 상업영화이면서 대놓고 B급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장르적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진봉의 과장스러운 표정과 행동, 빵식의 말투와 외모가 어느 정도 상쇄된다.
아마존 원주민 3인방은 오디션으로 캐스팅됐다. 실제 시카 역의 이고르 페드로소는 아마존 원주민의 후예로서 문신 문양 고증에 힘썼다. 이동시간만 40시간이었다는 아마존 로케이션으로 지구 반대편의 현장성을 중시했다. 한쪽에서는 가뭄이 한쪽에서는 홍수가 나고 있는 아마존의 몸살을 직접 보고 담았다.
다만, 좋은 의도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아는 맛과 새로운 맛의 적절하지 못한 배합에 안타까운 탄식이 나올 뿐이었다.
▲ 영화 <아마존 활명수>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