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장을 가득 채운 웃음소리, 한결 여유로운 표정과 분위기가 편안해진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배우 정우가 더 강력한 매력을 장착했다.
지난달 17일 개봉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김민수 감독)는 수사는 본업, 뒷돈은 부업인 두 형사가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우는 불법업소의 뒤를 봐주는 형사 명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2018년 촬영에 돌입해 2019년 촬영을 마쳤으니 6년 만의 개봉이다. 코로나19 등 여러 상황이 겹쳤다. 정우는 “배우들은 그사이 다른 작품을 찍었지만, 김민수 감독은 이 작품만 보고 있지 않았나, 얼마나 애가 탔을까. 오히려 코로나19 때보다 극장이 조금 더 살아난 지금 개봉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며 “무엇보다 시간이 흐른 게 전혀 느껴지지 않은 편집이 고맙더라. 음악도 좋고, 심플하게 말하는 영화라 좋았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제목부터 눈에 띈다. 수많은 대본 속 감독의 센스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정우는 “일단 제목부터 꽂혔다. 검은돈을 잘못 건드려서 꼬이고, 맞이하는 파국을 풀어내는 방식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도 많고 혼란스럽던 시기에 읽은 작품인데, 물 흐르듯 읽히더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명득은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폭의 돈에 손을 댄다. 정우는 “그땐 부성애 연기를 제대로 하진 못한 것 같다. 당시 딸이 3살이었다. 그래서 매달리고 구걸하는 느낌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며 “이번에 영화를 봤을 때 명득의 상황이 공감이 가더라. 지금 하라고 하면 정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연기 잘하는 걸로 두 말하면 입아픈 배우의 겸손함일까. 특히 생활연기, 느와르, 코믹은 정우 특유의 호흡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다.
그는 “연기에 대한 고민은 정말 치열하게 하는 거 같다.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연습도 많이 한다. 대사가 내 입에 붙을 때 까지 수 백번 해본다. 전체 시나리오를 이유 없이 계속 읽는다. 그리고 현장에 간다”고 전했다. 그런데 현재는 마음을 내려놨단다.
정우는 “지금은 방법을 바꿨다. 그러면 제 자신을 괴롭히게 되더라. 정도가 지나치면서 부작용이 일어나니까 놓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싶었다”며 양궁의 예를 든다. 그는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참 잘하잖나. 엄청나게 많은 연습을 하고, 시합 때는 그 연습에 몸을 맡기고 쏘는 거다. 나도 그렇게 때로는 그냥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10점 만점 과녁에 맞지 않더라도 다음번에 잘하면 되니까”라고 현재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 “원래 연기가 제 인생의 전부였다. 지금은 연기가 다가 아니다. 가족도 챙기고 싶고. 저도 다독이고 싶다”라고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