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수상
6년 만에 한국 스크린 컴백[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배우 심은경이 영화 '더 킬러스'로 국내 스크린에 6년 만에 컴백했다. 2003년 10세의 나이에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하면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심은경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국민 여동생'으로 활약했다. 특히 심은경은 '써니'와 '수상한 그녀'를 성공 시키며 아역배우의 그림자를 뒤로 하고 충무로의 미래가 됐다. 이후 활동을 국내에서 일본으로 넓혀 영화 '신문기자'로 2019년 국인 최초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20년 '블루아워'로 다카사키 영화제에서 카호와 함께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런 심은경이 국내 복귀작으로 기지개를 켠 작품이 '더 킬러스'다. 심은경의 6년 만의 국내 컴백작으로 헤밍웨이 단편소설 '더 킬러스'를 대한민국 대표 감독 4인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4편의 살인극이다. 심은경은 4편 모두 등장해 영화의 중심이 됐다. 전체 크리에이터를 맡은 이명세 감독으로부터 '더 킬러스' 대본을 받고 실험적인 연기와 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방식의 시각에서 이야기 하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옴니버스 영화도 제 필모그래피에서는 처음이고요. 언젠가는 이런 작품을 선보여야지라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있었던 작품이라 제안을 받고 기뻤어요. 이 영화가 제 전환점이 됐다고 말하고 있는데 배우로서 가고자 하는 길의 완벽한 나침반은 아니지만 제 중심을 이전보다 잘 잡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죠. 앞으로도 다양하게 도전하는 작품들에게 한 영화의 팬으로 응원하고 싶고 배우로서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싶어요."
심은경에게 한 영화 안에서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감독과 작업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면서 네 명의 감독과 작업한 소감과 에피소드들을 전했다.
"김종관 감독님과 작업할 땐 내가 뱀파이어 역할에 열의가 많아 아이디어와 예시를 많이 던졌어요. 저의 역할 연구를 위해 감독님과 소통하는 과정이 많이 있었고요. 실제로 제가 감독님께 보내준 음악을 가편집 때 쓰시다가 너무 좋다면서 그대로 써주시기도 했어요. 노덕 감독님의 대본을 봤을 대 소민 역할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 제게 도전이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다가올 수록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역할 같더라고요. 노덕 감독님 작품이 첫 촬영이라 많은 걸 소화해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오기도 하더라고요.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사사건건, 말의 어미까지 의견을 보내서 문자를 보내니 '잘 할 거면서 걱정도 많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많은 제약 안에서 제가 역할을 잃지 않고 연기를 해야 했는데 감독님이 많이 도와줬고 의지가 됐어요. 장항준 감독님 편엔 잡지 표지로만 등장해 가장 편하고 쾌적하게 촬영했어요. 감독님은 그걸 자랑스러워하시더라고요.(웃음) 이명세 감독님은 모니터 앞에 앉아있지 않고 직접 발로 현장을 뛰어다니세요. 누구보다 열정이 있으시죠. 그 힘을 받아 연기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어요."
이명세 감독의 영화는 무성영화로 심은경은 몸의 움직임이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되는 경험을 했다. 그는 촬영 전 일주일 동안 리허설을 하며 최대한 이명세 감독의 의도를 고스란히 표현하고 싶었다.
"배우에게 몸을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건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제가 그 동안 이 점을 신경 쓰지 못한 걸 느꼈어요. 그래서 그 일환으로 펜싱을 배웠어요. 잘 움직이려면 몸의 중심이 잘 잡혀야 해서 펜싱과 발레가 최적화된 운동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명세 감독님께서도 슬랩스틱의 원조 격인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레퍼런스로 그런 움직임을 익히길 바라셨고요. 그래서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그런 것들을 반복해서 하다 보니 내 것으로 체화가 되더라고요. 그렇게 촬영을 시작하면 한번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심은경은 일본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시상식 '블루아워'로 다카사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 받은 동시에 드라마 '7인의 비서', '아노니머스~경시청 손가락 살인대책실', '군청영역',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등에 출연하며 대중성까지 챙겼다. 다만 심은경은 거창하게 자신을 포장하는 말에는 손사래를 쳤다.
"해외 진출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들이 항상 제 안에 있었어요. 제가 이 길을 개척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선배님들이 갈고 닦은 길을 보며 '나도 이렇게 해나가고 싶다'라고 생각했고, 그걸 제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중인 거죠."
일본 활동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건 연습의 중요성과 기본에 대한 재발견이다.
"언어가 제일 크게 부딪친 벽이었어요. 당시 번역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일본어도 매일매일 연습했어요. 그 때 했던 연습들이 제가 지난 날에 연습했던 방식을 떠올리게 해줬어요. 어릴 때 드라마 촬영 할 때 대본이 헤질 정도로 반복해 읽고 밑줄 치면서 연습했었어요.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연습을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내 안에 잘 갖고 있다가 날 것 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때 마음 한편으로는 충실하게 연기하고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맴돌았어요. 그거 뭘까 생각해왔는데 지난 날의 연습 방식을 다시 경험하니 '아 이거였지!' 싶더라고요. 대본을 계속 읽다 보면 전체가 보이거든요. '전체를 바라보기 위해 연습이 참 중요했다'라는 걸 상기시키게 된 계기가 됐어요."
심은경은 벌써 연기를 시작한 지 21년차가 됐다. 짧지 않은 시간 연기를 해왔지만 하면 할 수록 답을 모르겠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자신을 푹 빠지게 만드는 것 역시 연기라는 점에 매료돼 있다.
"연기와 저는 애증관계예요. 항상 어렵고 미울 때도 많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계속하고 있는 거야'라고 혼자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살펴보면 아직 내 안에서 보여주고 싶은 게 남아있더라고요. 사실 연기는 제가 성격을 바꾸기 위해 학원에 다니면서 시작했고, 해보니까 열정이라는 감정이 느껴진 것이 계기가 됐죠. 아직도 매일 '나는 과연 배우로서 적합한가', '이대로 괜찮은가', '계속 해나갈 수 있을까' 매일 생각해요. 정말 연기란 지겹고 어려워요. 하지만 또 연기를 하면 푹 빠지게 돼요. 저는 이 관계가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