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시원한 이미지와 대쪽 같은 성격으로 사랑받아온 배우 김도연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제안받았을 때도 쿨하게 행동했다. 겁이야 원래 없으니 공포영화라는 건 문제가 안됐다. 피식피식 웃게 하는 시나리오는 언젠가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건드렸다. 지연(김도연)이 “무서움을 꾹 참고 귀신과의 숨바꼭질에 함께 참여한 친구들을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는 리더”인 점도 좋았다. 무엇보다 영화가 “내가 재료로써 어떻게 쓰일지가 궁금해지는 개성 강한” 작품이라서 속전속결로 출연을 결정했다.
알아가는 걸 즐거워하는 김도연에게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현장은 풍성한 배움터였다. 첫날 첫신부터 그랬다. 영화감독 지망생인 지연이 배우 담당 은별(손주연), 카메라 담당 현정(강신희)과 함께 체육관에서 짧은 영상을 찍는 장면이었다. “사전 리딩 때는 체육관 신에서 지연이 은별에게 ‘그게 연기야? 너 연기가 장난이야?’라고 말하는 대사를 일상적이고 드라이하게 갔다. 그런데 촬영 때는 김민하 감독님의 디렉션대로 진짜 화가 난 듯이 해봤는데 그 톤이 확실히 맞더라. 그렇게 세게 나가니까 지연이 영화에 진지한 캐릭터라는 게 초반에 확실히 잡혔다. 방향이 생기니 술술 풀리는 느낌이 들었고.” 시네필로서 점프 스퀘어를 하는 귀신의 행동을 예측해 상황을 가뿐히 헤쳐나가는 신에선 “핸드헬드로 찍는 촬영감독님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슬로가 걸린 상황에서 배우의 움직임은 어때야 하는지를” 배웠다. “촬영하는 한달간 현장에서 익힌 게 정말 많다.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연기 경험이 쌓일수록 배우로서 자신감도 차오르는 것 같아서 최대한 텀 없이 작품을 하고 싶다.”
지연만큼이나 하고 싶은 일에 진심인 김도연은 연기 공부를 위해 영국에 머물다 얼마 전 귀국했다. 그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업은 마이즈너 테크닉 클래스다. “연기 파트너와 ‘너 지금 나 보고 있어’, ‘나 지금 너 보고 있어’를 번갈아 말하며 앞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훈련이다. 그 시간 동안 서로에게 100%인 상태가 좋았다.” 학문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계속 부딪히던 시간에 크게 자극”받은 김도연은 앞으로도 자신을 도전적인 환경에 틈틈이 데려다놓을 생각이다. 그전에 일단 배운 것들을 실전에 적용하고 싶어 현장에 목마른 상태다. 언젠가 그가 해보고 싶은 작품은 <노매드랜드>와 <퍼펙트 데이즈> 같은 영화다.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갖춘 사람들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편이다. 아무래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삶의 정답을 찾아왔던 김도연은 “연기라는 추상적인 일”을 하면서 가치관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요즘 나는 불확실함을 견디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 들지 말자, 그래도 된다’는 말을 자신에게 매일 해주고 있다. 불확실함 안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도연 선배가 지연에게“지연아, 안녕. 귀신과의 숨바꼭질 이후 너의 삶은 어때? 네가 원하는 선택들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면 참 좋겠다. 그리고 나는 믿어. 너의 집념과 책임감,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를 훌륭한 감독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말이야. 아, 요즘 내가 크게 체감하는 게 있는데 네게도 전하고 싶다. 꼭 성적 때문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잘하기 위해서 공부는 중요한 것 같더라. 태도 측면에서 말이야. 그러니까 지연아, 우리 둘 다 열심히 즐겁게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