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2’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마녀의 저주’가 풀리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도 다 풀린 것이 아니다. 완벽한 해갈을 위해서는 작품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2’가 지난해 12월7일 진행한 ‘세트 비지트’ 즉 현장 공개의 엠바고(보도유예)를 지난 11일 비로소 풀었다.
지금 시점에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과연 보도유예가 해제된 현재 그렇게 새로운 소식이 많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실제 보고 들은 것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에 위치한 세트에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 2’의 세트는 두 군데, 그것도 다 알고 있는 곳이었다.
당시 공개된 세트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과 455명의 참가자들이 ‘오징어 게임’을 위해 들어서는 분홍색의 복도 세트 그리고 참가자들이 게임을 한 후 생존자만이 몸을 뉠 수 있는 공동숙소 세트였다. 시즌 2라고 해서 새로 생긴 세트는 아예 취재진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질의응답이 허용되지 않았다.
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2’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이미 복도 세트는 ‘오징어 게임’의 기이한 분위기를 설명하는 소재로 충분히 알려졌다. 그리고 숙소 세트 역시 시즌 1의 분위기와 거의 비슷하다. 넓은 세트 안으로 원래 456개가 있었을 다층 침대들이 당시 3라운드 촬영 후 줄어든 숫자만큼 100여 개로 남아있었다.
화면에선 찾기 쉽지 않을 수 있으나 변화된 부분도 다소 있었다. ‘오징어 게임 2’ 채경선 미술감독은 “복도 세트는 높이가 11m로 높아졌고, 평수 역시 시즌 1 95평 정도에서 시즌 2에는 120평 정도 넓어졌다”면서 “복도의 핑크빛은 시즌 1의 페인트집을 똑같이 찾아 맞췄다.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Escher)’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2’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공동숙소 역시 규모가 커졌다. 채 감독은 “숙소세트 역시 높이가 11m에서 13m로 높아졌으며 전체 평수도 늘려 400평에 달한다. 제작기간은 두 달 보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이미 예고편 참가자들의 오른쪽 가슴 패치로 알려진 것처럼 투표의 결과가 진영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공동숙소 세트의 바닥에는 조명을 단 ‘O’와 ‘X’ 마크가 선명했으며, 이는 참가자들에게도 달린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 1에서 게임을 그만두는 ‘OX’ 투표를 한 부분을 발전 시켜 게임이 끝날 때마다 투표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2’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의 현장 모습. 사진 넷플릭스그는 “요즘 지역, 성별, 계층, 종교를 이유로 한 갈등과 전쟁이 많은데 서로 자기가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을 보고 틀리다 말하고 공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에서 출발해 대전으로 갔다, 돌아오는 일정 사이 취재진이 알 수 있는 건 이 정도의 정보였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그 기한을 알 수 없는 엠바고를 요청해 취재진은 1년이 가까운 시간 현장에서 알아낸 약간의 정보도 발설할 수 없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최근 티저 예고편을 시작으로 조금씩 콘텐츠 관련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한 ‘오징어 게임 2’의 홍보 일정보다 취재진의 정보가 한참은 늦었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OX’ 투표를 전하기 전 이미 예고편을 통해 영상이 공개됐고, 이날 취재진이 볼 수 없었던 게임이나 숙소의 면모도 이미 예고편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다음 달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2’의 연출자 황동혁 감독의 현장 모습. 사진 넷플릭스그렇다면 다시 한번 당시 취재진의 ‘세트 비지트’는 무슨 의도로 기획됐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기한 없는 보도 유예에 그것도 이미 공개된 예고편에서 다 나온 정보를 취재진은 무의미하게 되풀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오징어 게임 2’는 다음 달 26일 공개된다. 황 감독은 당시 “조만간 다시 작품에 대해 소상히 이야기하고 궁금증에도 답할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오징어 게임 2’ 홍보의 열기 속에 국내 취재진의 입지는 그다지 넓지 않아 보인다. 1년 전 기억을 애써 떠올리며 이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의 답답한 기억 속에서 오로지 ‘안 것을 말할 수 없다’는 ‘마녀의 저주’에 대한 확신만이 선명하게 떠오를 뿐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