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성공적인 리메이크는 흔치 않다. 작품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는 것 자체가 원작의 엄청난 매력이나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에 플러스알파의 결과물을 내기 어렵다.
오늘(20일) 개봉한 '히든페이스'는 콜롬비아(스페인 합작)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음란서생', '방자전', '인간중독' 등을 만들며 '에로티시즘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얻은 김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승헌, 조여정, 박지현이 주연을 맡았다.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그렸다. 로그라인을 보면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작은 설정의 파격과 에로틱한 장르적 매력으로 사랑받았고 인도, 터키, 멕시코 등에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단점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것이다. 설정은 흥미로우나 마무리가 '김 빠진 사이다'에 가까웠다. 주요 캐릭터의 서사도 공백이 많아 행동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았다.
김대우 감독의 '히든페이스'는 매력과 한계가 뚜렷했던 원작의 장,단점을 취사선택하며 준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우선 원작에서 가장 매력적인 설정이었던 '밀실'은 살렸다. 원작의 반전이 한 번이라면 리메이크에서는 두 번의 반전을 선사한다.
두 번째 반전의 경우, 두 주인공의 고난을 해프닝이 초래한 비극으로 처리했던 원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로 인해 유리창 너머의 '훔쳐보기'는 '보여주기'라는 양면을 띠게 되고, 긴장감 지수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이는 각 인물들이 표현하는 욕망의 동기가 구체화 됐다는 점에서 서사의 보완재 역할을 한다. 리메이크의 시나리오는 노덕('연애의 온도', '특종'의 감독), 홍은미 작가가 썼다. 여성이 구체화한 여성의 욕망이라는 점에서 사랑과 질투, 소유욕과 욕망을 포괄하는 인물의 다채로운 내면 묘사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김대우 감독은 각색으로 자신의 연출 철학과 취향을 반영했다.
제작진이 내세운 콘셉트는 '색(色)다른 밀실 스릴러'다. 영화에는 노골적인 성애 묘사가 몇 차례 등장하고, 배우들의 노출 수위도 높은 편이지만 자극만을 위한 노출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이 장면들은 의도치 않은 훔쳐보기와 의도한 보여주기, 그로 인해 유발되는 배신과 질투, 복수에 이르는 점층적인 감정 변화로 이어진다. 또한 세련된 영상미와 품격 있는 음악도 '그들만의 세계'와 '인간의 숨은 욕망'를 보여주는데 효과적인 기능을 한다.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수연을 연기한 조여정이다. 수연은 에고이스트이자 나르시시스트로서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인물이다. 조여정은 갇히기 전과 후의 감정선을 극대화해 관객을 몰입시킨다. 특히 갇히고 난 후 인물이 느낄 절망감과 원망, 복수심 등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해 내며 후반부의 반전이 허무맹랑하게만 다가가지 않도록 기반을 다진다.
미주를 연기한 박지현도 청순함과 관능미를 발산하며 캐릭터의 욕망을 구체화했다. 노출에만 포커스가 집중될 수 있는 위험한 도전이었지만, 핵심적인 장면에서 캐릭터의 이중적 면모를 당차게 연기해 냈다.
그러나 수연과 미주의 캐릭터 설정과 감정선에 비해 성진은 평면적이다. 성진은 성공욕구와 열등감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묘사와 표현에 있어서 충분한 할애가 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여성 캐릭터에 의해 대상화된 인물에 그치고 말았다는 인상을 남긴다.
'히든페이스'는 약 7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완성한 작품이다. 상업영화계에서 19금 장르 영화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고 제작한 패기가 돋보인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140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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