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페이스'로 '기생충'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조여정을 만났다. 조여정은 영화 '히든페이스'에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이자 지휘자 '성진'의 약혼녀로 어느 날 갑자기 영상 편지만 남기고 밀실에 갇힌 뒤 그곳에서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게 되는 '수연'을 연기했다.
조여정은 "스릴러 느낌의 작품 속도감도 있고 좋았다. 제가 관객으로도 재미있게 봤다."며 완성된 영화 '히든페이스'의 관람평을 알렸다.
배우 스스로도 재미있게 볼 정도로 영화는 스릴러로의 매력도 있으면서 연기, 미장센 등도 뛰어났다. 특히 조여정의 연기는 대단했다. 부잣집 고명딸로 아쉬울 게 없는 그녀가 밀실에 갇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공포감과 절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언론시사 이후 연기 호평에 대해 조여정은 "칭찬을 받으면 스스로 많이 누르는 스타일이다. 마냥 기뻐하지도 못하고 아휴 다행이다라고 하고 있다. 지금 남해 쪽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어서 기사를 다 보지 못했다. 기차에서 이동하면서 최대한 보려고 하는데 너무 좋은 표현들을 해주셔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싶다. 얼떨떨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크다."며 들뜨지 않으려 하고 있음을 알렸다.
'상당한 에고이스트이고 나르시시스트, 외동딸로 부족함 없이 자라서'라고 캐릭터를 설명하는 조여정은 "그렇게 자라면 이렇게 될 것 같더라. 타인에 대한 배려, 특히 타인의 감정에 대한 배려는 마음속에 들어올 공간 없이 자란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라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까로 캐릭터 표현을 접근했다."며 한마디 말투만 들어도 '재수 없다'라고 느껴지는 캐릭터를 만들어 간 과정을 설명했다.
수연을 연기하기 너무 어려웠다는 조여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려웠다. 첫째는 평소 내가 자라온 나의 인격과 거리가 멀어서다. 정상 환경이 완전히 다르니까 이 인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더라. 두 번째는 상황이었다. 아주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는 인물이다. 이 두 가지가 다 있는 인물이라 관객들을 영화 속 세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며 아주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가 벌이는 이상한 사건을 납득시키기 위해 고민이 많았음을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연기해낸 조여정은 그 공을 상대 배우 박지현에게 돌렸다.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싶었는데 그 중요하고 어려운 신을 내가 해낼 수 있게 앞에서 연기를 해줬다. 그게 정말 고맙더라."는 조여정은 "이 작품에서 연기를 미리 계산하는 게 의미 없겠더라. 그래서 그야말로 리액션만 한다 생각하고 현장에 갔다. 저 집 안에서 뭘 하고 그게 나에게 어떤 기분을 주는지는 현장성이 중요해서 정말 송승헌, 박지현의 연기에 집중했다. 그거밖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며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의 호흡으로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는 말을 했다.
밀실에서 고군분투했던 조여정은 "유리창과 쇠파이프를 두드리느라 멍도 많이 들고 아팠는데 그게 너무 당연한 작품 어서 아프고 힘들었다 말하기 민망하다"며 "힘조절을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스태프들이 저를 케어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 극 중 손을 다쳐 손수건으로 손을 묶는 장면이 있는데 그 안에 뭐라도 대줘서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려 했다. 그저 두드리기만 해도 몸이 아픈데 액션 하는 배우들은 어떻게 하는 건지 액션 배우들을 너무 존경하게 됐다. 그리고 영화를 보니 그 장면이 잘 담겨서 기분이 좋았다. 그걸 위해 이렇게 한 건데, 그럼 됐지 싶다."라며 격렬했던 감정 장면의 비하인드를 알렸다.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실제로 만나본 조여정은 연기를 위해 유난을 떨거나 자신의 준비 과정에 대해 조금도 대단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라며 모든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다녀오고 미국배우조합상을 받았다는 자랑스러운 경력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그는 "아카데미 여배우라는 말, 저에게 부담도 되고 원동력도 되는 말이다. 상이 저를 변하게 하지는 않았다. 진화하는 과정 중에 일어난 상상치 못한 너무 좋은 일일 뿐이지 상이 진화를 멈출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상을 받았기에 어떻게 변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음을 알렸다.
조여정은 "원래 성격이 큰 그림, 미래의 청사진 이런 거 없이 그냥 오늘 하루만 안 부끄럽게 살자는 주의다. 후회하는 게 싫다. 그날그날 최선을 다 해야 발 뻗고 자는 성격이다. 그래도 안 되는 건 받아들인다. 지금의 모든 것들이 예전에는 생각도 못한 것들이다"라며 지금의 조여정을 만들어 낸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혀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로 11월 2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