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주지훈이 영화 ‘탈출’에서 합을 맞춘 강아지와의 촬영 소감과 함께 과거보다 훨씬 개선된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권을 언급했다.
주지훈은 10일 오후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이하 ‘탈출’)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탈출’은 짙은 안갯속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나고,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풀려난 통제 불능의 군사용 실험견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재난 생존 스릴러다.
주지훈은 ‘탈출’에서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렉카 기사 ‘조박’ 역을 맡아 파격 비주얼 변신에 도전했다. 주지훈이 연기한 ‘조박’은 시종일관 급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극의 분위기에 숨통을 불어넣어주는 ‘쉼표’ 같은 캐릭터다. 처음 조박의 인상은 사회적 시선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렉카 기사란 직업에 자신의 돈과 안위,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속물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자신의 파트너인 강아지 조디를 친아들, 가족처럼 애지중지하는 책임감, 도움이 필요한 결정적 순간 용기를 낼 수 있는 일말의 인간애, 미워할 수 없는 능청스러움으로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주지훈과 동물의 호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영화 ‘젠틀맨’에서 강아지와 찰떡 케미를 발산했던 주지훈은 신작 ‘탈출’에선 베테랑 연기견 ‘핀아’와 또 다른 느낌으로 가족처럼 친숙한 케미를 뽐낸다. 주지훈은 “강아지가 진짜 얌전하고 착하더라. 무엇보다 현장에서 느낀 게 요즘은 강아지 복지가 솔직히 배우보다 훨씬 좋다”고 회상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노동시간이 아예 정해져 있고, 굉장히 짧게 촬영한다. 쉴 시간이 확실히 정해져있다”며 “마음 좋은 사람들이 현장에 뭉쳐서인 것도 있다. 극 중 조디가 주로 조박의 가방 안에 들어있는데, 그 상태로 촬영을 하면 아이가 뼈를 다치거나 위험할 수가 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예산을 들여 그 친구와 아예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들었다”고 뜻밖의 비하인드 비화를 밝혔다.
이어 “강아지와의 촬영 대부분은 그 친구(인형)와 찍었고 실제 살아있는 강아지 친구는 직접 꼭 필요할 때, 직접 강아지가 움직여야 할 때 함께 찍었다”고 덧붙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영화에서는 조박이 기지를 발휘, 군사실험견들의 위협 속에서 갖고 있던 위스키 술을 입으로 횃불에 뿜어 뜻밖의 불쇼(?)를 선보이며 이들을 내쫓는 인상적 장면이 등장한다. 김태곤 감독에 따르면 이는 CG가 아니었다. 주지훈이 자처해 직접 위스키를 입에 머금고 불쇼를 선보인 것이라고.
주지훈은 해당 장면의 촬영 과정도 털어놨다. 그는 “그 장면 쉽지 않았다. 되게 무서웠던 것은 맞다. 주변에서도 당연히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했었다”면서도, “물론 대부분의 장면은 실제 영화를 완성할 때 편집해서 쓰이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그 장면 속 감정들을 연속성있게 쭉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 점에서 제 욕심일 수 있지만 리얼함을 구현하고 싶었다. 이기적이었던 이 친구가 어쨌든 도움을 주는 장면이니 중간의 연결되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마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진짜 불 없이는 표현이 안 될 것 같더라”고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장이 옛날에 비해 훨씬 좋다. 응급팀이 늘 있고 저도 사전에 몇 번 연습하고 소화했다. 극 중 상황상 다들 땀에 젖어있고 긴장 상태인 설정이라 안전을 위해 머리카락에 물도 많이 발라둔 채 촬영했다”며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겁을 먹긴 했던 것 같다. 불쇼를 하고 난 뒤 턱이 너무 아파 병원을 갔더니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너무 크게 입을 벌린 탓에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위스키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침샘이 역류해 염증이 생기기도 했다”고 후일담을 토로했다.
한편 ‘탈출’은 오는 1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