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베테랑2'의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황정민, 정해인, 류승완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론토 영화제에 참석하고 어제 도착했다는 류승완 감독은 "부산영화제보다 짧은 일정으로 다녀왔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작년에 잠시 파업때문에 분위기가 쳐졌는데 이번에는 극장 분위기가 활기차더라 생각보다 유머코드가 활발한 영화로 인지해주더라.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감동적이었던 건 리셀웨폰을 처음 볼 때 같다는 반응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경찰 영화를 언급해줘서 감사했다."라며 토론토 영화제에서의 반응을 전했다.
사적 복수를 다룬 이번 영화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만들겠다고 하기 전에 몇 번의 버전의 스토리가 있었다. 지금의 버전으로 진행하게 된 건 모가디슈 촬영이 끝나고 2020년도였다. '밀수' 촬영이 끝나고였는데 저는 그 동안 '베테랑2'를 작업했다. 공교롭게 최근에 발생한 일들이 겹쳐질 수 있는데 그건 정말 우연한 것이다. 전작이 빌런에 대한 관객의 반응이 좋아서 빌런이 누구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이번에는 빌런이 누군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빌런의 행위와 그 여파가 중요하다 생각하고 만들었다. 분노하고 반응하는 사건에 대해 우리의 반응이 과연 옳고 정당한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만들었다. 사건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제공된 정보의 소스만으로 순간적으로 분노해서 쉽게 판단하고 다른 이슈가 생기면 금방 넘어가버리는. 개인의 판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개인과 사회는 계속 굴러가고 있다. 그런 현상이 과연 옳은건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과 악의 대결이라기보다 정의와 신념의 충돌이라는 구도로 만들려 했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속 시원한 해답을 가져가기보다 토론해 볼만한 질문거리를 가지고 나서길 바랬다. 그래서 빌런의 서사를 친절히 설명해서 답을 내리지 않았다. 궁금증, 호기심을 더 유지 시키는 게 영화 관람을 돕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이야기했다.
1편의 조태오를 이을 빌런이 누구일지가 관객들의 최대 궁금증일 것. 정해인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1편과 같이 선과 악이 명확한 구도 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전작의 조태오와 같은 인물과 비교가 될 것. 그런데 출발이 다른 인물이라 비교가 불가하다. 전작과 완전 다른 결의 인물이라 신뢰감 있는 얼굴의 배우가 필요했다. 신념이 확고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믿는 사람, 스스로가 자신에게 신뢰를 던져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시동'을 할 때 정해인에게는 신뢰가 있었다. 젊은데 묵직하고 차분하고 편견없고 있는 그대로 흡수하려는 태도가 좋았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이 배우와 하길 참 잘했다 생각한 게 현장 융화력이 너무 좋고 태도가 좋았다. 대사 정보량이 많아 대사 스피드를 빨리 해달라고 할 때 딕션이 정확하게 마이크를 통해 꽂히더라. 엄청나게 훈련이 많이 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완성하고 편집할 때는 동공 연기가 놀라웠다. 어떤 때는 텅 비어있는 것 같고 어떤 때는 선량해 보이고 이 배우가 함께 해준 게 큰 복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정해인을 칭찬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어 제목에 대해 "부제의 한글 제목은 '내가 집행한다'였다. 해외팀에서 이 번역보다 더 직설적이고 강렬한 의미를 위해 다른 영문 제목을 정했다. 왜 그 제목이 필요했는지는 영화를 보면 아실 것"이라 이야기했다.
감독은 "1편 자체가 레퍼런스였고 이미 인물들이 세계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레퍼런스를 참고한 건 없다. 주부 도박단을 잡는 건 1편에서 해결되지 않은 주부 도박단이 있어서다. 2편의 시작은 반드시 1편에서 해결되지 못한 사건으로 하고 싶었다. 봉형사가 앉는 테이블이 밀수에 나왔던 해녀 배우들이 다들 도박장에 있다. 내 딴에는 밀수로 돈 번 해녀들이 도박을 하는 걸로 생각했다. 경쾌한 팝을 쓴 것도 1편과의 톤을 연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후에는 베테랑 2만의 색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매 장면마다 베테랑1과 거리가 먼것에서 가져오려고 노력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작품과 세계관 안에서 만드는 거라 어떻게 하면 베테랑만의 세계관을 잘 만들지를 고민했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더 집중하려 했다. 조덕배의 음악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우연히 들은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을 듣고 분위기가 너무 저를 자극해서 현장에서 그 음악을 입혔더니 장면과 잘 맞아서 썼다."라며 기존의 작업 스타일과 달리 작업했음을 알렸다.
류승완 감독은 "1편의 출발은 황정민으로부터였다. 베테랑 시리즈는 이제 저는 없으면 안되는데 황정민이 없으면 안되는 작품이 되어버렸다."라고 이야기하며 "이 영화는 어떤 방향으로 갈지 황정민과 만나서 같이 상의했다. 자연인 황정민이 가지는 성격의 일부, 태도가 서도철에게 굉장히 많이 들어와 있다. 1편도 마찬거지였다. 당연히 사교성이 좋지 않아서 영화계에 친구가 많지 않은데 황정민은 몇 안되는 친구다. 옆에서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크는 이야기, 속 이야기도 한다. 촬영할 때 아침마다 사우나를 한다. 은연중에 힘들다는 대사가 있는데 그건 연출하는 저의 상태와 맞물려 있었다. 힘들다는 대사 이렇게 많이 썼나 싶도록 많이 나오더라. 저와 황정민의 생각이 비슷해서 나온 것. 이 영화에서 서도철이 마지막에 아들에게 하는 한마디가 굉장히 중요했다. 서도철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의 모습이 얼마나 값지고 고귀한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 황정민의 모습에서 충분히 그런 걸 발견할 수 있어서 시나리오도 쓰고 그런 현장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다.
류승완 감독은 "극장용 영화의 속편을 만든 건 처음. 재탕하고 싶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인물을 알리고 세계관을 아낀다면 다른 모험을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업영화라는 표현을 쓰는 건 지양하는 편이다.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박스오피스 성적이 아니다. 그래서 대중영화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흥행하면 좋지만 숫자에 목표를 두고 하면 저만 괴로운 것 같다. 중요한 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고 그들의 마음에 자리잡는 것. 9년을 기다리다 보니까 다들 홀린거 같다. 제작진도 저의 방향성에 동의해줬고 서도철인 황정민이 제가 무리수를 두는 것에 동의해줬으니까 이 길로 갔다. 같이 만드는 모든 동료의 호흡이 맞아서 자본도 설득할 수 있었다."라며 전편과 결이 다른 속편을 만들 수 있었음을 밝혔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으로 9월 1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