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9년만의 속편… 13일 개봉
류승완 감독, 처음으로 속편 연출… “답습 않으려 고민, 시간 오래 걸려”
황정민 “1편때 의상 그대로 착용”… 액션 호쾌해지고 깊이는 더해져
1341만 전편 기록 깰수 있을지 관심영화 ‘베테랑2’에서 범인을 쫓는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모습. 배우 황정민은 지난달 20일 제작보고회에서 “2편은 1편의 에너지를 비롯한 모든 것을 뛰어넘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다”며 “‘베테랑3’도 빨리 제작하면 좋겠다”고 했다. CJ ENM 제공방금 쪽잠에서 깨어난 듯 곱슬머리가 여기저기 뻗쳐 있다. 매일 입어 색바랜 청바지, 목이 늘어난 티셔츠 때문에 인상은 영 별로다.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껄렁껄렁 팔자로 걷는다. 입엔 욕설을 달고 살고, 동료를 때리는 게 취미(?)인 모습만 보면 직업이 깡패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범죄 현장에선 눈빛부터 달라진다.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열정적으로 범인을 쫓는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칼에 찔려도 포기를 모른다. 옳다고 믿는 것을 사수해 내기 위해 온몸을 바친다.
열혈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9년 만에 돌아왔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2’에서다. 서도철은 2015년 개봉한 뒤 1341만 명을 모은 전작 ‘베테랑’에서 절대 악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았다. 이에 비해 신작에선 사적 복수를 자행하는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며 깊이를 더했다.
‘부당거래’(2010년), ‘베를린’(2013년), ‘모가디슈’(2021년) 등 완성도 높은 액션 영화를 선보여 온 류승완 감독이 속편을 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계에선 ‘베테랑’ 시리즈가 ‘신과함께’, ‘범죄도시’를 이어 1, 2편 모두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으는 ‘쌍천만’ 작품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류 감독은 지난달 20일 제작보고회에서 “속편을 내놓는 데 9년이 걸린 건 전작의 성공을 답습하면 안 되고, 동시에 새로운 것만 추구해서도 안 됐기 때문”이라며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서도철의 외면은 그대로다. 특히 서도철은 신작에서 전작에서 입었던 카키색 항공 점퍼를 다시 착용했다. 황정민 배우 본인이 가지고 있던 옷을 골라 입었었는데 이를 제작사가 보관했다 다시 착용한 것. 황정민은 “9년이 흘러도 서도철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라며 “1편의 의상을 그대로 착용했고, 헤어스타일도 똑같이 했다”고 했다.
류 감독 특유의 액션은 더 호쾌해졌다. 남산에서 범인을 쫓는 장면에서 배우들이 온몸으로 구르며 선사하는 타격감은 관객석에 오롯이 전달된다. 비가 쏟아지는 옥상에서 벌어지는 통쾌한 액션 장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을 떠올리게 한다. 불법 도박장을 단속하는 오프닝 장면은 과장된 동작이나 소리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 코미디’ 방식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다만 서도철의 내면은 복잡해졌다. 전편에서 서도철은 ‘조태오’라는 절대 악에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통해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반면 신작에서 서도철은 대중이 원하는 ‘사적 보복’을 거부하며 공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반성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엮을 수 있는 거 다 엮어서 빵(감방)에 보내줘?”라고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다가도 사적 복수로 이뤄진 살인 현상 사진을 찍으려 몰려든 이들을 향해 “사람 죽이는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라고 일갈한다.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사실 검증 없이 방송하는 ‘사이버 렉카’ 등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도 녹였다. 전작보다 복잡한 서사지만 그 덕에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베테랑2’의 막내형사 ‘박선우’(정해인). CJ ENM 제공새로 합류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선우는 민첩한 판단력과 무술로 서도철의 눈에 띄어 강력범죄수사대에 들어간다. 처음엔 범인을 잡기 위한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본모습을 드러내며 극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