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 ‘아이 엠 유어 파더’(I am your father)의 목소리로 유명한 배우 제임스 얼 존스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
9일(현지시간)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얼 존스의 소속사는 존스가 이날 오전 뉴욕 허드슨 밸리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31년 미시시피주 시골 마을의 판잣집에서 태어난 존스는 배우를 꿈꾸던 아버지가 일찍이 집을 나간 뒤 6세 때 미시간주의 외조부모 집에 맡겨지면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인종차별주의자였던 할머니의 폭언에 시달리면서 말을 더듬기 시작해 심한 언어장애를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후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의 도움으로 시를 쓰고 낭독하며 언어장애를 극복했고, 미시간대에 입학해 연극 활동을 하면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1960년대부터 뉴욕의 작은 연극 무대에 서기 시작해 1970∼80년대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TV를 오가며 수많은 영화·연극·드라마 작품에 출연했다. 1965년에는 TV 드라마 시리즈 ‘가이딩 라이트’ 등에서 의사 역을 맡아 당시 미국 주간 연속극에 고정 출연한 최초의 흑인 배우 중 한 명으로 기록됐다.
특히 제임스 얼 존스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에서 악당 다스베이더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스타워즈’ 3부작의 두 번째 편인 ‘제국의 역습’(1980)에서 다스베이더가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와 광선검 결투를 벌이던 중 “내가 네 아버지다”라고 고백하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가장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반전 중 하나로 꼽힌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 개그 예능 등의 패러디 요소로 활용되는 명대사다.
존스는 이와 관련해 생전 인터뷰에서 다스베이더의 목소리를 녹음할 당시에만 해도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거둘지 몰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1994)에서 주인공 사자 ‘심바’의 아버지이자 정글의 왕인 ‘무파사’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로도 유명하다.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굵고 중후한 목소리로 많은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시청자들에겐 익숙한 CNN 방송 중 흘러나오는 안내 음성 ‘디스 이즈 시엔엔’(This is CNN)의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존스는 80대 후반의 나이가 되도록 왕성히 배우 경력을 이어나갔다. 토니상과 골든글로브, 에미상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각각 2차례씩 거머쥐었고, 토니상 평생공로 특별상과 명예 오스카상, 케네디센터 공로상을 수상했다. 1992년에는 백악관에서 대통령이 주는 국가 예술 훈장(National Medal of the Arts)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22년 브로드웨이 110년 역사를 지닌 코르트 극장(Cort Theater)은 그의 이름을 따 극장명을 ‘제임스 얼 존스 극장’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