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페이스'로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송승헌을 만났다. '인간중독'을 함께 했던 김대우 감독의 10년 만의 작품인 '히든페이스'에서 송승헌은 하루아침에 약혼녀 '수연'을 잃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성진'으로 분해, 영상 편지만 남기고 갑자기 사라진 약혼자로 인해 혼란스럽지만 '수연'을 대신해 합류한 첼리스트 '미주'에게 본능적인 끌림을 느끼는 인물을 연기했다.
작품 속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연기했던 송승헌이다. 그는 "조여정과 박지현은 첼로를 배워야 했다. 그에 비해 지휘는 좀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냥 손만 저으면 되는 줄 알고 연습을 시작했는데 생각 밖이었다."며 지휘자로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현직 지휘자에게 1:1 레슨을 받았음을 알렸다.
평소에 클래식을 자진해서 들은 적이 없다는 그는 "이 영화 때문에 3개월 동안 클래식만, 슈베르트만 들었다. 클래식도 듣다 보니 좋더라."라며 클래식 초보자였기에 지휘자 연습이 더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지휘를 한다는 건, 오케스트라의 음악도 다 알아야 하지만 지금 어떤 악기의 소리가 나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한 박자 먼저 신호를 줘야 하는 거더라. 악보도 잘 보는 편이 아니었는데 악보도 알아야 하고 완전히 한 곡을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오케스트라 분들에게 내 손을 보지 말고 알아서 연주를 해주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그분들은 그게 익숙하지 않다며 내 손끝만 보시고, 내 손이 빨라지면 연주도 빨라지고 느려지면 연주가 느려지더라. 그게 너무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더 잘하고 열심히 해야 했다"며 실제로 영화 속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연기를 했음을 알렸다.
송승헌은 "내 손짓에 전체 오케스트라가 따라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마치 말을 타는 것 같더라. 말도 안장 위에 앉아서 고삐를 쥐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움직이는데 지휘도 마찬가지였다. 왜 오케스트라가 지휘자를 존경하는지, 지휘자에 따라 왜 곡의 분위기가 달라지는지 알겠더라."며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공유했다.
지휘하는 연기를 하고 오케스트라는 별개로 연주를 한 줄 알았는데 그 장면들이 실제였다고. 송승헌은 "김대우 감독님의 원칙이 절대 대역을 안 쓰시는 거다. 어떤 장면이든 진짜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실제로 지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얼마나 하는지 보자'는 느낌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으니 너무 긴장이 됐다. 내 인생에서 클래식 연주를 그렇게 집중적으로 많이 들었던 시기는 그때뿐일 것."이라며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을 했다.
영화 속 송승헌은 지휘자로 오케스트라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약혼녀의 후배를 유혹하는 장면으로 여심을 설레게 한다. 피아노를 치는 송승헌의 모습은 처음 보는 장면이라 신선하기도 했지만 그의 비주얼과 곡이 너무나 잘 어울리고, 아무 말 없이 피아노 연주만으로 이성을 유혹한다는 설정도 대단히 매혹적이었다.
송승헌은 "사실 피아노에 제가 한이 있다. 유치원 때 한차례 배웠는데 선생님이 결혼하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중단했고, 중학교 때 한 번 더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손을 세우라고 볼펜으로 손등을 너무 아프게 찌르셨다. 그게 너무 겁나서 결국 피아노를 어느 정도까지 마스터하지 못하고 중단했었다. 끝까지 배우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며 피아노와 얽힌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러며 "이번에 피아노도 배우라고 하셔서 그 곡의 앞부분만 겨우 따라 하면서 배웠다. 사실 영화 속 클라이맥스 부분은 제가 연주한 게 아니다. 앞부분의 도입만 제가 한 것. 음악 켜놓고 손가락 싱크 맞추는 것도 참 어렵더라"며 매력적이던 장면의 비밀을 공개했다.
'히든페이스'에서 송승헌은 더욱 멋진 비주얼을 뽐낸다. 원래도 잘생긴 얼굴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일부러 잘생긴 설정을 하지 않고 그저 거울에 비친 모습만 보이는데도 새삼스레 멋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숙미가 돋보인다. 데뷔 때부터 숯검둥이 눈썹으로 이목을 끌고 한류스타로 한 시대를 군림한 그이지만 좋은 연기, 개성 있는 캐릭터와 더불어 지금이 오히려 리즈시절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쑥스러운 듯 웃으면서 "감독님께서 멋지게 잡아주신 덕이다. 캐릭터는 외도를 하고 욕망에 가득 찬 인물이었지만 지휘할 때는 카리스마 있게 찍어주셨더라."며 감독 덕에 멋있게 보였을 뿐이라며 겸손한 말을 하는 송승헌이다.
그러면서 "특별히 관리를 하지 않지만 그래도 담배를 끊은 건 정말 잘한 것 같다. 담배를 끊은 지 20년 됐는데 그거 하나는 나 스스로 칭찬할 만하다. 술, 담배 중 하나만 하자고 해서 담배를 끊었고 술은 좋아하긴 하는데 많이, 잘하는 편은 아니다."라며 자기 관리의 비법으로 금연과 운동을 꼽았다.
또한 송승헌은 "배드신도 그렇고 영화 속의 모든 감정 연기는 미술의 도움이 컸다. 밀실 촬영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영화에서 보이는 대로 밀실이 있는 집을 통째로 지어 놓으셨더라. 그래서 현장에서 엄청 집중하기 편했고 그런 집이 주는 기운이 있어서 연기에 도움이 되었다"며 편안해진 연기의 비결은 미술에 있었다고도 했다.
인간의 욕망, 본능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히든페이스'다. 인간 송승헌의 개인적인 욕망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는 "어느 순간부터 욕심을 부릴수록 불행해진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얼마 전 어떤 부유하신 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인생이 참 허망한 것 같더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자는 생각을 한지는 몇 년 됐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게 오늘을 행복하고 후회 없이 살려고 한다. 그러려면 욕심을 버려야 하더라. 미래를 꿈꾸지 말고 욕심을 버릴수록 내가 느껴지는 행복이 더 커지는 것 같다."며 행복을 위해 욕망, 욕심을 버리려고 노력하는 중임을 알렸다.
송승헌은 "이 영화는 원작이 있다. 그런데 원작의 설정만 가져오고 디테일한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원작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만든 영화인데, 이 영화를 보시고 나의 욕망이 뭔지 생각해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관전포인트를 알렸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혀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로 11월 2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