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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게임에서 선택한 남자가 연쇄살인범이라면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1-01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오늘의 여자 주인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오늘의 여자 주인공>의 한 장면.ⓒ 넷플릭스
1970년대 말 미국 할리우드, 셰릴은 콜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배우가 되고자 오디션을 보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멀리 뉴욕에서 무연고의 LA까지 와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친구, 아니 말동무라곤 비슷한 처지의 테리밖에 없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기회 아닌 기회가 찾아온다. 매니저가 얼굴을 알리고 인지도를 쌓을 요량으로 일회성 프로그램 <데이팅 게임> 출연을 권유한 것이다.

셰릴은 얼떨결에 프로그램에 출연해 3명의 독신남에게 질문을 하고 목소리만으로 1명을 선택한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명이 로드니 앨칼라로 여성들만 골라 살해한 연쇄살인범이었다. 관객으로 온 로라는 그가 과거 자신의 친구를 강간하고 살해한 사람이 맞다고 확신하곤 도움을 청하고자 하는데 쉽지 않다. 그녀가 흑인 여성이어서일까?

한편 로드니는 뉴욕대학교 출신으로 박학다식함과 특유의 나른함으로 중무장한 채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자신의 모델이 되어 달라는 식으로 여자들을 꾀었다. 그렇게 1971년 첫 살해 후 살해를 이어갔다. 그가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 살해를 이어가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는 자신이 당대 여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는 걸 잘 알았을 테고 그걸 이용했을 것이다.

데이팅 게임 살인마와 빙퉁그러진 시대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오늘의 여자 주인공>의 한 장면.ⓒ 넷플릭스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지에서 젊고 유망한 여성만 노려 성폭행을 자행하고 살해한 연쇄살인범 로드니 알칼라. 그는 명문대 출신으로 소위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듯하며 사진 기사로서 예쁜 사진을 찍어 모델로 만들어 준다는 명목 하에 무시로 여자들에게 접근했다. 그의 입장에서 이중 뭐라도 걸려들면 될 것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오늘의 여자 주인공>은 로드니 알칼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피치 퍼펙트> 시리즈로 유명한 안나 켄드릭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녀는 주연도 도맡았다. 젊은 여성만 골라 성폭행과 살해를 자행한 알칼라뿐만 아니라 1970년대 당시 여성을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은 수많은 남성의 모습을 통해 빙퉁그러진 시대상을 담으려 했다.

로드니 알칼라에겐 '데이팅 게임 살인마'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데, 주지했듯 그가 당대 유명한 연애 프로그램인 <데이팅 게임>에 출연해 우승해 출연 여성과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놀랍고도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당시 알칼라는 범행을 멈추지 않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범하기 이를 데 없는 행각이니 바로 그 출연 여성도 살해하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영화는 흥미롭기까지 한 게임 이야기를 중심에 놓되 수시로 시점을 과거로 되돌려 알칼라의 살해 행각들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알칼라에게 나쁘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다가 겨를 없이 당하고 마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아가 <데이팅 게임>에 출연한 셰릴의 경우 남성 영화감독, 프로듀서, 진행자, 출연자 등에게 수시로 무시당하고 인간 이하 취급을 받기도 한다.

남성들의 성인지감수성을 돌아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오늘의 여자 주인공>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를 들여다보면 등장하는 모든 남성, 심지어 경비원이나 남자친구도 여성을 발아래 두려 한다. 아니 이미 발아래 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성인지감수성은 태생적이지 않을 것이다. 인권감수성, 젠더감수성, 생태감수성 등처럼 교육을 통해 배우고 정립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쉽지 않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전개된 제1세대 여성주의, 1960~70년대에 전개된 제2세대 여성주의, 그리고 1990년대 이후의 제3세대 여성주의까지 그 역사가 결코 얇지 않음에도 만인 대중에게 뻗어나간 건 2010년대 들어서다.

그만큼 남성 상위-여성 하위의 개념이 더 오랫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10년대 중반 전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시작된 '미투 운동'의 여파로 관련된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많은 이가 충격을 받고 감화되고 생각을 고쳐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게 커졌을 것이다.

<오늘의 여자 주인공>이 지금 나왔다는 건 아직도 여전히 우린 알아야 할 게 있고 배워야 할 게 있고 정립해야 할 게 있다는 말이다. 다분히 중의적이면서 반어적인 제목을 보라. 극 중에서 셰릴은 <데이팅 게임>에서 '오늘의 여자 주인공'이자 로드니 알칼라 입장에서도 '오늘의 여자 주인공'이었다. 문제는 두 경우의 주인공 모두 무시당하고 철저히 도구화되며 착취와 학대의 대상일 뿐이라는 점이다. 1970년대 얘기라고? 지금이라고 과연 다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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