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설'한국극장가에서는 비장미와 인공미, 허풍미가 철철 넘치는 중국영화는 잘 개봉되지 않지만 소소하고, 사랑스럽고, 연애감정 듬뿍 담긴 대만영화는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2010년 개봉된 대만영화 [청설](원제: 聽說/Hear Me)은 그런 기조의 작품이었다. 진의함, 진연희, 팽우안이라는 대만의 핫한 청춘스타가 출연한 이 영화는 한국관객의 감성에 딱 들어맞았고, 세월이 좀 지나 원작의 풍미에 한국적 감성을 더해 리메이크 되었다. 홍경과 노윤서, 김민주의 청춘 드라마를 어찌 놓칠 수가 있을 것인가. 수어(手語)는 전혀 몰라도 영화 끝날 때 즈음이면 그 제스처가 “난 널 좋아해”일 것이란 것은 배우게 될 따듯한 영화이다.
용준(홍경)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웃청년이다. 대학을 나와서 무얼 할지 몰라 방황할 때 일단, 엄마아빠의 조그만 가게의 도시락 배달을 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한다. 스쿠터를 타고 나간 첫 배달은 수영장이었다.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여름(노윤서)을 보게 된다. 알고 보니 동생 가을(김민주)의 수영 연습을 적극적으로 뒷바라지 하는 마음 착한 언니이다. 동생 가을은 ‘장애인’ 올림픽대회에 나가는 것이 꿈인 수영선수이다. 용준은 ‘여름’을 위해 고장난 스쿠터도 고쳐주고, 맛있는 도시락도 만들어주고, 운 좋게 익힌 수어로 자매의 공간에 들어간다. 푸르른 하늘, 청량한 공기, 상쾌한 꽃 내음만큼 온통 관객을 설레게 하는 수어와 수영과 스쿠터의 질주가 이어진다.
'청설'● 언니의 꿈, 동생의 꿈, 청춘의 꿈
영화 [청설]은 호감도만 가득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관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홍경은 여리여리한 얼굴표정에서부터 청춘의 한 때를 적확하게 잡아낸다. 어느 순간 가슴에 팍 꽂힌 사람을 위해 도시락 배달이나 수어 익히는 것이 대수 겠는가. 외계어라도 익히는 것이 저 때의 열정일 테니. 영화 마지막에 나름의 대반전을 주는 여름 역의 노윤서는 이 영화를 사랑스러운 로맨스 영화로 만들 뿐만 아니라, 이른바 K-장녀의 성장담을 공감하게 만든다. 그런 관계와 성장의 한복판에는 가을(김민주)이 있다. 세 사람은 웃고, 설레게 하고, 다음 날을 기다리게 하며, 감정을 키워나간다. 아마도 관객들은 세 사람의 행동과 선택에 자연스레 공감하며, 응원하게 될 것 같다.
결국, 이 영화는 CODA의 범주에서 극적 긴장감을 주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 언어와 소통과정에서 조금의 오해가 있더라도 결국 더 큰 사랑으로 맺어진다는 로맨스의 정석을 따른다. 세 청춘의 아름다움과 그들의 부모님의 넉넉한 인심이 이 모든 로맨스를 찬란하게 빛낸다. ‘청설’은 ‘(상대의)말을 듣는 것’이다. 입으로 말 하든, 손으로 말 하든, 가슴으로 말 하든. 다 들린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귀에는 말이다.
▶청설 ▶감독:조선호 ▶원작: 대만영화 <聽說>(2009) ▶출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현봉식 정혜영 정영주 ▶제작: 무비락,어너더픽처스 ▶배급:플러스엠 ▶개봉:2024년11월6일/109분/전체관람가 ▶제29회부산국제영화제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