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첼리스트 수연(조여정)은 영상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녀의 애인인 지휘자 성진(송승헌)은 수연이 남긴 영상을 보며 괴로워한다. 오케스트라의 단장이자 수연의 어머니(박지영)는 공석인 첼리스트를 구할 것을 권하고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그 자리를 채운다. 그렇게 단원이 된 미주는 성진과 점점 가까워진다. 같이 술잔을 기울인 어느 날 둘은 수연이 없는 대저택에서 거사를 치른다. 수연은 이 모습을 밀실에 갇힌 채 바라보며 절규한다.
<히든페이스>는 어느 날 영상만 남기고 떠난 한 여자를 둘러싼 비밀과 욕망을 그린 스릴러영화다. 안드레스 바이스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밀실’이다. 원작과 달리 이번 밀실은 단순히 사람이 갇힌 공간이 아니다. 밀실은 추억의 장소다. 이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어린 시절의 수연과 미주가 흑백 화면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의 관계성을 통해 밀실은 영화의 끝에서 다시 한번 변하며 관객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아쉬운 점은 극이 진행될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주가 비밀을 가지고 상황을 쥐고 흔들 줄 알았지만, 부여받은 캐릭터의 설정값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 값은 수연의 시녀다. 성진 역시 마찬가지다. 역설적으로 밀실에 갇힌 수연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지휘자인 셈이다. 이 영화는 신분과 계급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세계의 운명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