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콘진원 21~22 '콘텐츠 인사이트' 개최
국내외 콘텐츠 분야 전문가 강연
'흑백요리사' 제작 비하인드, 예능 IP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 살펴21일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2024 콘텐츠 인사이트' IP 세션에서 '흑백요리사'를 연출한 김학민·김은지 PD가 패널로 나와 발언하고 있다. 콘텐츠 인사이트 라이브 갈무리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190개국 전 세계 시청자들이 모두 재밌어할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면 굉장히 평이해질 수밖에 없다. '흑백요리사'는 까다롭고 예민한 한국 시청자들을 최대한 만족시키려 노력했다. '흑백요리사 시즌 2'에서 해외 시청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1순위는 무조건 한국 시청자들이다"
넷플릭스 최초로 3주 연속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연출한 김학민·김은지 PD는 21일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2024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흑백요리사'의 성공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김학민 PD는 이날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사로잡는 IP(지식재산)의 진화'를 주제로 열린 'IP 세션'에 패널로 나와 "넷플릭스 측도 글로벌에서의 인기는 차후의 일이고, 한국 콘텐츠를 만들 때 제일 신경쓰는 것은 한국시장이라는 입장"이라며 "기본적으로 한국 시장만 제대로 잡으면 충분하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김은지 PD도 "흑백요리사, 흑수저, 백수저라는 개념 자체가 글로벌에서는 매우 불리한 포맷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흙수저'를 약간 비틀어 만든, 대한민국 사람들만 이해하는 코드"라며 "'한국 시청자들이 잘 봐줬으면 좋겠다, 국내 순위만 잘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한국을 만족시키려 최대한의 노력을 하니 글로벌 시청자들도 재밌게 느낀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짚었다.
JTBC의 '싱어게인'을 연출했던 김학민·김은지 PD는 넷플릭스로 이적한 뒤 요리 예능 프로그램을 하기로 기획하면서 싱어게인의 '무명' 개념을 차용했다. 김학민 PD는 "무명가수들의 대결이 싱어게인이라면 무명 요리사들의 대결을 해보자고 기획했다. (자본력이 있는) 넷플릭스이니 규모를 키워서 백종원 대표를 섭외했다"며 "기존 서바이벌 방식을 규모만 키우는 것은 (재미에) 한계가 있으니 기획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 해서 '백종원'과 100명의 요리사, 100이라는 단어에서 '흑백'이라는 이분법 세계를 찾고, 무명이라는 콘셉트를 더해 무명 요리사와 유명 요리사가 대비되는 계급을 부여했다. 우리 만의 세계관에서 흑수저·백수저를 키워드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타이틀도 '무명 요리사'에서 촬영 직전에야 '흑백요리사'로 바뀌었다는 게 이들의 귀띔이다. 김학민 PD는 "여담이지만 흑백 개념 자체가 외국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 느낌이 있다. 한국에서는 바둑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글로벌 시청자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었다"며 "역으로 한국에서 인정받고 납득되니 결국은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김학민 PD는 흑백요리사의 또 다른 성공 이유로 '성공문법을 따르지 않은' 차별성을 들었다. 그는 "창작자 입장에서는 성공문법이 있다면 그 문법을 따라가야 안심되는 게 있다. 흑백요리사가 성공하고 나서는 창작자로서 자유를 얻은 느낌을 받았다"며 "(성공 문법을) 따라가지 않아도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새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면 대중들이 좋아해줄 수 있다. 창작자가 상상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즌 2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면서 회의를 시작했는데 시즌 1과 똑같이 너무 어려웠다"며 "시즌 1이라는 가상의 정답이 있다는 자체가 더 힘들고, 어떻게 하면 (답습하지 않고) 피해갈 수 있을지, 시즌 2가 성공할 수 있을지 매우 불안하다. 이런 마음가짐이 된다는 게 신기하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은지 PD는 흑백요리사 출연진 섭외에 대해서는 "많은 셰프들을 만나면서 실력은 기본이고, 이들 중 누가 우승해도 재밌을 만한 서사가 있는 셰프를 섭외했다"고 했다. 또 요리 장르에 따라 유·불리가 없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원칙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콘텐츠 인사이트는 국내외 콘텐츠 거장들이 콘텐츠산업의 최신 동향과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우수 콘텐츠의 성공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는 '콘텐츠의 진화: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주제로 21~22일 양일 간 IP, 창의융합, 첨단기술, 플랫폼 분야 글로벌 전문가들이 강연과 워크숍, 패널토크 등으로 진행된다.
22일 첨단기술 세션에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콘텐츠 진화를 이끄는 첨단기술'을 주제로 ▲AWS(Amazon Web Services)의 그레첸 리비가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 제작 경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와 첨단기술이 이끄는 콘텐츠 제작의 미래를 논한다.
이어 넷플릭스 '마블 데어데블'의 음악감독 폴 디트먼은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 작업 참여 경험담을 전하고, 영화 '반지의 제왕'과 디즈니플러스 '만달로리안' 등을 제작한 아마존 스튜디오의 댄 스미첵은 ICVFX (In-Camera Visual Effects), 모션캡처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의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플랫폼 세션에서는 '변화하는 플랫폼 서비스, 콘텐츠 미래전략의 진화'라는 주제로 국내외 주요 OTT 플랫폼별 미래전략과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티빙의 전택수 CPO와 인도 대표 OTT 플랫폼 'JPN'의 카우살 모디 부사장은 OTT 플랫폼의 콘텐츠 마케팅 인사이트를, 티빙 오리지널 '피라미드 게임'의 박소연 감독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및 기획과정의 차별점에 대해 살펴본다.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1위 달성한 흑백요리사.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