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정이삭 감독 연출 블록버스터
내면의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
액션과 감성 조화… 미국 흥행 신기록영화 ‘트위스터스’는 광활한 미국 오클라호마 들판에서 휘몰아치는 거대한 토네이도를 실감 나게 담았다. 정이삭 감독은 “관객들이 토네이도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클라호마에 가서 야외 촬영을 했다. 특수효과가 아닌 실제를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워더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인간은 자연이 만든 재난에 완벽히 맞설 수 있을까. 재난이 휩쓸고 간 뒤의 상흔을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화 ‘트위스터스’는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사실 재난 이후 인간이 마주해야 할 두려움과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미나리’로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정이삭 감독의 신작 영화 ‘트위스터스’가 오는 14일 개봉한다. 개봉을 앞두고 정 감독과 주연 배우 데이지 에드가 존스, 애슐리 J. 샌드버그 제작 총괄 프로듀서가 7일 한국을 방문했다. 정 감독은 “한국 관객과 영화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영광”이라며 “어릴 때부터 극장 영화를 좋아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블록버스터 감독을 하게 됐다. 꿈을 이뤘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트위스터스’는 폭풍을 쫓는 연구원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와 논란을 쫓는 인플루언서 타일러(글렌 파월)가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역대급 토네이도에 맞서 정면 돌파에 나서는 재난 블록버스터다. 1996년 개봉했던 영화 ‘트위스터’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과거 토네이도를 길들이기 위해 친구들과 실험에 나섰다가 친구 3명을 잃은 케이트는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다.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간 케이트에게 옛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가 찾아오고, 새로운 방법으로 토네이도를 없애보자고 제안한다. 거대한 토네이도를 쫓아 오클라호마로 온 타일러 일행과 마주친 케이트는 이들과 함께 거대한 토네이도를 여러 번 마주한다. 이 과정에서 케이트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토네이도는 케이트가 극복하려는 내적 괴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토네이도를 두려워하면서도 매료돼서 쫓아다니는 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하면서도 그것이 내면에 공존하는 케이트를 표현한다고 생각했다”며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우며 나의 아픔을 아우르고 나아갈 수 있는, 두려움을 길들이고 극복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두려움은 맞서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야”라는 타일러의 극 중 대사는 영화의 이 같은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 액션과 감성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예상치를 웃도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19일 미국에서 개봉한 ‘트위스터스’는 개봉 첫 주에만 8125만 달러(약 1117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재난 영화 첫 주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개봉 2주 만에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전 세계 흥행 순위 10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중이다.
다만 한국 관객들은 토네이도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탓에 미국에서만큼 뜨거운 공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얼마 전에 엄태화 감독과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그 영화는 잘 되지 않았나”라며 “내가 통제력을 상실하는 느낌, 무력감, 뜻하지 않게 방향이 틀어지는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위스터스’는 극장이란 안전한 곳에서 그런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데이지가 연기를 잘해줘서 케이트의 여정을 몰입해서 잘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