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 스틸(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히든페이스'는 '방자전'(2010) '인간중독'(2014)으로 에로티시즘이라는 자신만의 장르와 영역을 구축한 김대우 감독의 신작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으레 19금 영화가 '노출' '베드신' 등 자극적 요소를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지 않듯, '히든페이스'는 김대우 감독의 '고품격 에로티시즘' 혹은 '파격 밀실 스릴러'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았다.
시사회 이후에는 마케팅에 가려졌던 영화의 면면이 속속 드러난다. 김대우 감독이 전작들에서 멜로로 에로티시즘을 풀었다면, 이번엔 스릴러를 시도했다는 점을 부각했지만, 장르라는 외피보다 중요한 건 주제 의식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히든페이스'의 셀링 포인트인 에로티시즘과 스릴러를 지워본다면, 자극 없이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과연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 의문이 남는다.
히든페이스 스틸오는 20일 개봉하는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밀실 스릴러 영화다. 지난 2011년 개봉한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가 원작이다.
'히든페이스'는 '방자전' '인간중독'에 이어 마찬가지로 '욕망'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욕망은 19금 영화의 흔한 소재다. 대부분 작품의 이야기의 결론은 욕망에 충실한 결과다. 그렇다면 그 욕망을 얼마큼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냈는지가 영화적 성패를 가른다. 어차피 베드신이라는 답이 정해져 있다면 과정에선 개연성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히든페이스'의 주요 인물인 성진과 수연, 미주는 각기 다른 욕망이 있는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캐릭터가 다소 단순했던 원작보다 개개인의 서사가 더 확대됐다. 각자 콤플렉스와 소유욕, 질투와 배신 등이 숨겨뒀던 욕망을 표출하게 되는 그럴싸한 이유가 되지만,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얕고 피상적으로 그려졌다.
성진이 약혼녀 수연이 사라진 후 수연의 후배 미주에게 끌리게 되면서 선을 넘는 과정도 전혀 세밀하지 않아 캐릭터의 매력도,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고민도 죄책감도 다층적인 감정선이 생략됐다. 하물며 진실을 알게 된 이후 표현됐어야 하는, 상대에 대한 감정선도 의미 있게 다뤄지지 않아 후반부에서 캐릭터는 힘을 잃는다.
그렇기에 원작과는 관계 설정이 다른 성진과 미주의 정사신도 갑작스럽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굳이 고수위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야기 전개에는 지장이 없을 만큼, 베드신과 적나라한 노출이 맥락상 꼭 필요한 신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카메라는 성진의 욕망으로 시작된 육체적 관계임에도 지나치게 미주에 집중하면서 둘의 베드신을 단순히 에로티시즘을 위한 장면으로 소비해 버린다. 미주의 화장실 노출신도 원작에 있는 장면이라지만, 관객들조차 당황스러운 장면이다.
김대우 감독 또한 최근 인터뷰 당시 카메라 앵글이 남성적이라는 평에 대해 "어떻게 극복해야 될지 잘 모르겠더라"며 "그래서 조심을 정말 많이 하는데 최고로 노력할 수 있을 뿐 완벽히 극복은 못하겠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어 "제 의지 하에서는 뭔가 남성적인, 마초적인 시선으로 그려야지 하는 이런 의도는 0%"라면서도 "만약 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냥 거기까지 제가 못 다룬 것"이라고 말했다.
히든페이스 스틸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을 주는 밀실이라는 공간과 반전을 보여주는 미주 캐릭터는 분명 파격적이다. 하지만 파격에만 집중한 나머지 밀실이 생겨난 사연은 매끄러운 흐름으로 다뤄지지도 않았는데 설명으로 애써 끼워맞춘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고, 설정 자체부터 무리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연과 미주의 관계도 첼로 레슨 외엔 별다른 계기 없이 엮인 관계처럼 그려지며 기계적 명분을 만들어간다. 미주의 행위의 이유가 됐어야 할 배신감과 상실감, 질투가 강렬하고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만큼, 그의 선택 또한 관객에게 와닿지 않는다.
'히든페이스'는 원작보다 인물의 더 많은 서사를 담아내고자 하면서 함께 다뤘어야 할 개연성과 디테일이 결여된 만큼, 영화가 부각한 외피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 '파격'의 몫은 대부분 박지현이 소화한다. 송승헌과의 베드신 외에도 설정과 반전도 파격이다. '파격'이라는 포장지 없이, 알맹이라는 본질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스토리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도 자못 궁금해진다. '과욕'처럼 비쳐지기까지 한 영화의 의도와 관객의 반응이 상통할지, 혹은 엇갈릴지, 종국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더욱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