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이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영화제를 소개합니다구로사와 기요시, 지아장커, 페드로 알모도바르 , 레오스 카락스, 션 베이커... 이름만으로도 시네필들의 가슴을 뜨겁게할 감독들의 신작부터 배우 이선균의 회고전까지. 여느때보다 내실있고 다채로운 상영작들로 무장한 29회 부산국제영화제(10/2~10/11)가 오는 20일 개, 폐막작 예매를 앞둔 가운데, 다양한 성격과 장르의 영화들로 선택의 즐거움을 선사할 영화제들이 관객들과 만난다.
앞서 사상 처음으로 9월에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필두로, '우정과 연대'를 강조한 DMZ다큐멘터리영화제까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전 준비된 영화제들을 소개한다.
▲ 스웨덴영화제 상영작 <투게더 99> 포스터.ⓒ 스웨덴영화제
스웨덴영화제올해로 13회를 맞은 스웨덴영화제는 매년 스웨덴영화의 현재 경향과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신작들을 소개하며 북유럽영화제의 대표격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9편의 영화들을 소개하며, 스웨덴의 현재를 조망한다.
개막작인 <아브델>을 필두로, 공동체와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폭력과 혐오에 노출된 이민 공동체 청소년들이 겪는 좌절과 희망을 그린 <아브델>, 부모 세대와 결별하고 독자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현세대의 이야기 'UFO 스웨덴'과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쇼 미 러브'와 '천상의 릴리아'로 스웨덴영화계에 파란을 일으킨 루카스 무디슨의 <투게더 99>,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16세의 유년기를 조명한 <더 킹>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그밖에 팬데믹 시절 소개됐던 화제작 4편을 다시 선보이는 스웨덴영화제는 9월 10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의 개막을 시작으로, 오는 9월 29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 인천 영화공간 주안, CGV대구에서 순차적으로 상영을 이어간다.
▲ 마스무라 야스조의 대표작 <문신> 포스터. 와카오 아야코의 매력이 빛을 발한 작품.ⓒ 일본국제문화교류기금
마스무라 야스조 탄생 백 주년 기념 회고전'일본영화의 근대주의자'이자 욕망과 경계를 탐닉한 거장 마스무라 야스조 탄생 백 주년을 기념해 그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는 회고전이 오는 2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허물고 욕망의 모호한 대상을 좇아 경계의 끝에 이르는 인물들을 탐구하며 독보적인 영화미학을 구축한 그의 대표작 14편을 4K디지털 복원본과 35mm 필름으로 만날 수 있다.
와카오 아야코와의 협업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표작 <세이사쿠의 아내>, <아내는 고백한다>, <문신> 외에도 <최고수훈부인>, <거인과 완구>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영화들도 상영된다. 두려움 없이 광기로 치닫는 욕망과 금기, 파국에 이르는 내면의 발화를 도발적이면서도 정제된 미학으로 펼쳐낸 거장의 눈부신 미학을 목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알포인트>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공로상 수상자 이선균 배우의 신인 시절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도시) 전설 x 드림 스크린'심야괴담회' 등 도시전설을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여전히 유효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도시전설에 공포를 입힌 영화들을 한데 모은 '(도시) 전설 x 드림 스크린'이 오는 9월 25일부터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린다. <곤지암>부터 최근의 <늘봄가든>까지 도시전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생명력이 여전함이 입증된 가운데, 이보다 진화한 호러영화의 미학과 레전드로 불릴만한 고전까지 두루 선보이는 기획으로 호러팬들의 이목을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 전설'과 '레전드'로 섹션을 구분해, '도시 전설'에서는 이른바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들, '전설'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 공포영화와 대만, 인도네시아 영화를 상영한다. 우선 '도시 전설' 상영작 중에서는 현대괴담영화의 근간 <여고괴담>, 한국현대호러의 베스트로 손꼽히는 <알포인트>, <장화, 홍련>, <불신지옥>, 등이 관객들과 만난다. 특히 <알포인트>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의 주인공 배우 이선균의 출연작으로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그 외에도 시야를 넓혀 해외영화들도 함께 상영한다. '비디오괴담'의 시초이자 변하지 않는 전설 <링>을 비롯해 미이케 다카시의 '전화괴담' <착신아리>, 인도네시아 호러의 거장 조코 안와르의 <포비든 도어>, 프루트 챈의 '인육만두괴담' <만두>, 게임 원작의 태국 학교괴담 <반교: 디텐션>까지 20세기와 21세기를 아우르는 괴담호러 대표작들을 망라했으며, 21세기 하우스호러 유행의 시초 <주온>은 '오리지널주온'의 비디오 버전으로 상영, 특유의 불쾌하고 음습한 기운을 그대로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 <깊은 밤 갑자기>의 한 장면. 김영애 배우의 연기와 그로테스크한 무드가 인상적인 수작.ⓒ 한국영상자료원
'레전드' 섹션에서는 말 그대로 '전설'로 불릴만한 한국고전호러의 대표작들을 엄선했다. 한맺힌 여귀의 복수라는 한국 공포의 전형을 충실한 공포로 전달한 <목없는 미녀>를 비롯해 '원조 호러 퀸' 도금봉의 연기가 압권인 <월하의 공동묘지>, 한국고어의 숨겨진 명작 <악령>이 4K로 소개된다. 샤머니즘과 이상심리를 근간으로 여성의 불안을 전무후무한 호러의 색채로 완성한 80년대 호러 걸작 <깊은 밤 갑자기>도 오랜만에 관객들과 조우한다.
▲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폐막작 <영화광들!> 포스터.ⓒ DMZ DOCS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16회를 맞이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슬로건은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이다. 갈등과 폭력, 전쟁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대처하자는 의미로, 43개국의 다큐멘터리 140편(장편 80편, 단편 6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개막작은 <혁명을 경작하다>로 농업법에 반대하기 위해 인도 전역에서 모인 수십만 농민들의 시위 현장을 담아내며 역사와 희생의 의미를 묻는다. 폐막작은 국내에서도 시네필들의 사랑을 받는 감독 아르노 데플레셍 감독의 <영화광들!>로 영화관이라는 장소가 품은 마술적 힘을 찬미한다.
그밖에 근친상간이라는 금기를 다루며 사회적 규범과 가족의 관점에 도전하는 영화적 여정 <가족>, 병원 시스템의 자유주의화가 던지는 폭력의 상관관계를 묻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이혼한 부모에게 거부당한 이란 소녀의 주체적 여정 <나를 지켜줘>, 프랑스 다큐멘터리의 대모 클레르 시몽의 <수업>, '사이먼 앤 가펑클' 폴 사이먼의 독자적인 여정을 담은 초상화 <사이먼 앤 가펑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사탄 숭배자들의 일상과 비일상적인 모습을 그린 신비한 초상화 <사탄의 왕국〉 등 사적 다큐멘터리와 공동체, 이슈에 관한 논쟁적 함의를 담은 주목할만한 영화들이 눈길을 끈다.
그밖에 한국 방송 다큐멘터리의 관행과 형식에 혁신을 불러온 '모던 코리아'의 시네마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시네마' 섹션에서 상영할 다섯 편의 장편 다큐들 또한 방송 다큐와 다큐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대안을 제시할 흥미로운 기획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