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여운 주는 독립영화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애니메이션까지/사진=CJ ENM골라 보는 재미가 없다. 올 추석 연휴 극장가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서너편의 텐트폴 영화가 각축전을 벌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한국 영화들이 눈치 싸움을 하면서 '베테랑2'가 단독으로 출격하게 됐다. 이 가운데에 작지만 알찬 독립 영화들과 애니메이션, 외화 등이 '베테랑2'의 공세 속에 출사표를 던졌다.
◆ 어차피 승자는 '베테랑2'흥행 대박의 기운이다. '베테랑2'는 1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일인 전날 49만 7000여명을 불러들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매출액 점유율은 90.2%. 단순 티켓 수익으로만 환산하면 극장을 방문한 관객 10명 중 9명은 '베테랑 2'를 본 셈이다. 또 이날 오전 7시 기준 예매 관객 수 63만 4000여명, 예매율 75.4%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는 가족들도 못 챙기며 범죄자들과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사건 가해자들을 처단하는 '해치'라는 인물을 쫓으면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이 합류하고,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흐른다.
황정민은 9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서도철 형사의 모습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보는 이의 뼈가 아플 정도의 액션까지 소화한다. 쉰넷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달리고 또 달린다. 정해인은 전작 조태오(유아인)와는 결을 달리한 소시오패스 성향의 빌런 박선우로 분해 서늘한 안광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전작의 위트와 통쾌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CGV가 실제 관람객의 평가를 바탕으로 산정하는 골든에그지수에서 '베테랑 2'는 개봉일 90%대에서 하락해 현재 86%를 기록 중이다. 개봉 후 실관람객들은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었다", "다소 실망스럽다", "전개가 진부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는 악을 처단하는 통쾌함보다,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해 대중에게 질문을 던진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은 "속 시원한 해답을 가지고 나가는 것보다 함께 토론할 만한 질문거리를 가지고 나가게 하고 싶었다"며 "성공을 재탕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쿠키 영상 있음.
◆ 잔잔하지만 짙은 여운…독립영화 어때?/사진=영화로운 형제, 인디스토리이번 추석엔 독립영화들에 눈을 돌려 보는 건 어떨까. 작고 소박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들이 라인업에 올랐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그녀에게'(이상철 감독)는 입소문을 타고 극장에 걸린 지 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만명을 돌파한 작품이다.
‘그녀에게’는 프로페셔널한 삶을 지향하던 신문사 정치부 기자 상연이 계획에 없던 장애아 엄마가 되면서 겪게 되는 10년 동안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 출신이자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인 류승연 작가의 스테디셀러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밀수'에 출연했던 배우 김재화가 장애인 아들을 키우면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눈을 뜨고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상연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상연의 아들 지우역은 오디션을 통해 뽑힌 빈주원이 연기했다. 촬영 당시 7살인 그는 조심스럽게 장애 아동 연기를 해냈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5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을 시작으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 '장손'(오정민 감독)도 눈여겨볼 만 하다.
김씨 집안 3대가 모두 모인 제삿날, 대가족의 생계가 달린 소중한 가업인 두부 공장의 운영 문제로 가족들이 다투고 장손인 성진은 밥줄을 잇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 가족의 70년 가족사를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남긴 상흔과 수많은 이념, 세대, 계급, 젠더 갈등 등으로 빚어진 다양한 감정들을 스크린에 그려낸다.
관객은 별 탈 없어 보이는 보통의 대가족에게 드리운 고요하고 장대한 붕괴의 시간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목도할 수 있다. 대가족의 이야기를 따라 울다 웃기를 반복하면 어느새 묵직한 감정과 엔딩의 진한 잔상을 품게 된다. 강승호, 우상전, 손숙, 차미경, 오만석 등 출연.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1분.
◆ 아이들과 함께 하하 호호…'하츄핑' 라이벌 등장/사진=CJ CGV, 플레이그램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눈앞에 둔 '사랑의 하츄핑'의 라이벌들이 등장했다. 국산 애니메이션 '브레드이발소'의 두 번째 극장판 '브레드이발소: 빵스타의 탄생'(정지환 감독)이 추석 어린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브레드이발소: 빵스타의 탄생'은 천재 이발사 브레드, 사고뭉치 조수 윌크, 시크한 캐셔 초코와 귀염둥이 소시지까지, 최고의 빵스타로 돌아온 친구들의 신나는 일상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영화는 초코와 버터가 액션 배우로 변신하고, 베이커리타운 최고의 슈퍼모델들과 화려한 월드스타 탄빵보이즈가 등장하는 등 화려한 빵스타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개봉일인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수도권부터 부산, 대구, 대전, 천안 등 전국 방방곡곡 무대 인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76분.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작하고 '씽', '인크레더블' 제작진이 만든 에코메이션 '오지: 사라진 숲을 찾아서'(팀 하퍼 감독)도 개봉했다. 디카프리오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더욱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하고 싶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인플루언서 오랑우탄 ‘오지’가 사라진 숲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영화다. 우연히 발견한 부모님의 흔적을 따라 모험을 시작한 오지가 환경을 파괴하려는 인간들의 음모를 알게 되고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숲을 되찾을 계획을 세운다.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86분.
◆ 제임스 맥어보이, 블레이크 라이블리 그리고 존 트라볼타/사진=유니버설 픽쳐스, 롯데컬쳐웍스,제이씨엔터웍스'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외화 박스오피스를 접수한 가운데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스픽 노 이블'(제임스 왓킨스 감독)이 스크린에 걸린다.
휴가지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가족의 초대, 친절하지만 불편한 그들의 충격적인 비밀을 다룬 이 영화는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소재에서 오는 긴장감과 제임스 맥어보이의 미친 열연으로 기대를 모으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제임스 맥어보이, 맥켄지 데이비스, 스쿳 맥네이리 출연.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영화 '우리가 끝이야'(저스틴 밸도니 감독)도 개봉했다. 운명처럼 찾아온 라일과 사랑에 빠진 릴리가 잊힌 첫사랑 아틀라스와 우연한 재회 후, 감춰져 있던 라일의 위협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되며 용기가 필요한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이게 되는 내용을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가십걸'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여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릴리 역을 맡아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또한 배우 겸 감독으로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저스틴 밸도니가 이번 작품의 연출과 함께 라일 역을 맡았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제니 슬레이트가 엘리사 역으로 가세해 믿고 보는 배우 라인업을 완성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영화 '캐시 아웃'(아이브스 감독)은 존 트라볼타의 유쾌한 매력이 묻어나는 영화다. 은퇴한 강도단의 보스이자 완벽한 설계자 메이슨(존 트라볼타)이 팀원들이 망쳐버린 은행 강도 현장을 마주하고, FBI에 맞서 마지막 한탕을 성공시키려는 이야기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