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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리뷰 ❶

원천:3377TV   출시 시간:2024-11-28
백현진쑈 문명의 끝



박경근 | 한국 | 2024년 | 60분 | 개막작

2023년 9월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백현진쑈: 공개방송> 공연을 스크린을 통해 관람할 자리가 마련됐다. 그러나 <백현진쇼 문명의 끝>의 의의는 휘발성 강한 연극을 온전한 기록물의 형태로 남겨뒀다는 데에 한정되지 않는다. 영화는 공연 영상에, 연극 연출에 도전한 백현진의 고민, 배우들과 함께한 준비 과정과 같은 추가 촬영본을 더해 완성됐다. 문상훈, 장기하, 김선영, 김고은, 한예리 등 출연자들은 백현진의 디렉팅하에 토크쇼의 진행자이자 립싱크하는 가수, 독백을 읊는 이가 되어 연극무대에 오른다. 반복되는 모티브가 존재할지언정 내러티브와 같은 전형적 요소를 배제한 연극 <백현진쑈: 공개방송>과 영화 <백현진쑈 문명의 끝>의 실험적 연출은 분명 닮았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은 배우이자 화가, 가수, 연출가로서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삶을 살아온 백현진의 방향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가 들려주는 생의 궤적을 함께 듣다 보면 백현진이라는 인물을 다시금 정의내리게 될 것이다. /조현나

봄밤



강미자 | 한국 | 2024년 | 67분 | 본선 장편경쟁

여기 두 남녀가 있다. 양육권을 뺏긴 뒤 알코올중독자가 된 여자 영경(한예리)과 큰 빚을 떠안고 류머티즘 관절염을 안고 사는 남자 수한(김설진)이다. 소주잔을 앞에 둔 대화에서 시작해 남자가 만취한 여자를 업어서 데려다주며 종결되는 몇번의 밤은 둘을 각별한 사이로 만든다. 그러나 이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서로에게 간절해질수록 각자의 병은 악화한다. 권여선 작가의 동명 단편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강미자 감독의 <봄밤>에는 붙잡고 따라갈 서사랄 게 없다. 대신 떠는 손, 풀려버린 다리, 눈물로 뒤엉킨 얼굴, 슬픔의 시를 뱉어내는 입까지. 망가지고 연약해진 몸들의 결속된 힘이 더디되 분명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영화는 두 주인공을 회복과 치유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지금 아파하는 존재로서 그저 바라보며 곁에서 함께 견디길 자처한다. 무용가이기도 한 배우 한예리와 김설진은 뼈 마디마디가 아리는 고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폐허인 삶 속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통각이 이들의 몸을 통해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이유채

1980 사북



박봉남 | 한국 | 2024년 | 124분 | 페스티벌 초이스

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이었던 사북의 동원탄좌는 폐광됐지만 그 자리엔 여전히 투쟁의 상흔이 남아 있다. 1980년 4월 동원탄좌의 광부들은 불합리한 노동환경과 회사와 결탁한 어용노조의 부정선거에 분개하며 시위를 조직한다. 사북을 점거한 노동자들이 경찰과 충돌하자 정부는 계엄군을 투입한다.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기적적으로 협상은 타결되지만 이후 국가는 광부를 폭도로 매도하고 철저히 탄압한다. 사북 항쟁을 겪은 형이 있는 영화의 내레이터는 사북을 찾아 그날의 현장을 다시 기록한다. <1980 사북>은 국가가 자행한 참극을 채탄한다. 5년에 걸친 인터뷰와 자료조사로 역사의 흔적을 발굴하고, 생존자들의 육신에 새겨진 고문의 흉터와 증언을 마주하며 고통스러운 분진을 함께 뒤집어쓴다. 영화는 역사를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폭거의 주체를 명확히 고발하려는 분류의 과정에 다다른다. 침묵하는 국가에 맞서 상처를 회복하고 항쟁의 시간을 되짚으려는 생존자들의 태도에서 경외심과 비탄함을 모두 느끼게 된다. /최현수 객원기자

비트메이커



신인기 | 한국 | 2024년 | 90분 | 본선 장편경쟁

판소리를 하는 은솔(고도은)은 주로 명창 박만춘 선생의 손녀딸로 불린다. 할아버지의 기념관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공연을 선보이며 독립적으로 인정받으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호응은 늘 시원찮고 기념관이 폐관 위기에 놓이면서 무대까지 잃을 처지다. 악화일로의 상황에서 은솔에게 귀인이 찾아온다. 귀인의 정체는 기념관에 어쩌다 숨어든 래퍼 시정(김준형)이다. 그와의 즉석 공연이 좋은 반응을 끌어내자 은솔은 시정에게 판소리 대회에 함께 나가면 기념관에 머물러도 된다고 제안한다. <비트메이커>는 앉은 관객을 흔드는 영화다. 강하게 둥둥 울리는 힙합 비트를 타고 뻗어나가는 구성진 가락은 손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공연의 포인트를 살리는 정확한 편집이 흥을 한층 돋운다. 신구 조합의 개성 강한 음악에 대한 흥미는 공연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좋아하는 일이 먹고사는 일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청년들이 자기 방향을 차츰 찾아나가는 과정은 공감대를 넓히며 영화와 관객의 사이를 좁힌다. /이유채

미션



안준국, 조현경 | 한국 | 2024년 | 90분 | 새로운선택

명문 한국사관학교에는 오래된 소문이 있다. 매년 의문의 쪽지를 받아 ‘미션’을 완수하는 학생 한명에게 비밀 단체가 아이비리그 입학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부족함 없이 자란 학생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야기지만 아직 추천서를 못 구한 모범생 지우(박서윤)는 남몰래 미션에 임한다. 한편 한국사관학교 최초의 재수생이자 유튜버인 훈(정태성)은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꿈꾼다. 돈이 모자란 훈은 미션을 세팅해달라는 동창의 부탁에 응한다. 한국 사회에서 입시는 계급사회의 진입로다. 하지만 <미션>에서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설치하는 남자는 죽음을 갈구하고 있다. 커다란 계급 우화처럼 보이는 역설적인 설정들은 세태 전반에 깃든 허망함을 겨냥한다. 다만 발칙한 풍자극으로서 과감하게 질주하기보다는 두 차례 등장하는 감시자와 인물간의 긴 숨바꼭질로 서스펜스를 직조하는 데 집중한다. 마치 마임이나 현대무용처럼 보이는 유려한 동선을 좇다 보면 어느새 영화가 이끄는 간결하고 날카로운 결말에 도착할 것이다. /최현수 객원기자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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