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주 감독 연출[데일리안 = 류지윤 기자]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제 남편 될 사람 죽은 거 아세요?"
민조(윤혜리 분)는 영환(서벽준 분)과의 결혼식을 취소하기 위해 열을 내고 있다. 어제 남자친구 영환이 만취가 된 상태로 지하철에서 걸그룹 노래를 흥얼거리며 노상방뇨를 했고, 이 모습은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찍혀 뉴스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난리가 났다.
전날 동창들을 만나러 나간다고 말한 뒤 연락이 되지 않는 영환을 동료들과 점심 먹으러 온 냉면집 TV에 흘러나온 뉴스로 마주했을 때 민조의 당혹감이 감춰지지 않는다.
결혼식을 무르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신혼여행 티켓, 결혼식장, 여행 캐리어 등 환불 받아야 할 것 투성이다. 자신의 마음처럼 한 번에 환불이 되면 좋겠지만, 규정상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매번 들어야 한다. 무더운 여름, 민조의 인상은 짜증과 더위에 펴질 날이 없다. 민조는 소비자보호법까지 들먹이며 환불을 받아내려 하지만 쉽지 않자, 남편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민조의 짜증과 울분은 지하철의 옆자리 여성으로 인해 폭발한다. 옆자리 앉은 여성의 음악소리가 너무 컸다. 하필 듣고 있는 노래가 영환이 노상방뇨를 하며 부르고 있던 걸그룹의 곡이었다. 볼륨을 낮춰달라는 의도로 말을 건넸건만 여성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지하철에서 큰 소리를 내버렸다. 사람들은 민조를 스마트폰을 찍기 시작하고 민조의 언성이 더 높아질 때, 지하철이 지상으로 접어들며 노을 진 하늘의 빛이 마음에 들어선다.
영환의 노상방뇨, 어제 내린 비처럼 우리의 삶이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민조의 몸부림은 허공을 향한 발길질 같다. 중요한 건 어제 내린 '비'가 아니라 '어제' 내린 비라는 점이다. 민조는 집에 찾아온 영환을 아무 일 없던 듯이 집에 들이고 수박을 먹으며 다시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영환이 노상방뇨를 하면서 불렀던 걸그룹 노래인 '어마어마해'는 이제 민조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는 것처럼 예기치 않은 사건을 받아들이고 불완전의 일상의 순간들을 포용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쩌면 인생의 여정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