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페이스'로 '기생충'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배우 조여정을 만났다. 조여정은 영화 '히든페이스'에서 오케스트라 첼리스트이자 지휘자 '성진'의 약혼녀로 어느 날 갑자기 영상 편지만 남기고 밀실에 갇힌 뒤 그곳에서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게 되는 '수연'을 연기했다.
'기생충' 이후 오랜만의 영화이지만 조여정은 "오랜만이어서 떨리는 건 아니고 작품 나오면 당연히 긴장된다. 개봉하는 자체가 기쁘다. 그게 더 많이 앞선다."라며 개봉의 소감을 밝혔다.
영하 '기생충' 이후 5년 만의 영화인 조여정은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영화라는 게 내가 하고 싶다고 하게 되는 게 아니다. '기생충' 이후 내리 4편의 드라마를 촬영했다. 쉬지 않고 드라마를 엄청 하고 나니까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때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며 그간의 근황을 설명했다.
김대우 감독의 영화 '방자전' '인간중독'에 이어 '히든페이스'까지 무려 3편의 작품을 함께 한 조여정은 "한 감독의 뮤즈가 된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다. 이미 작품을 한 분에게서 새로운 얼굴이 발견되는 거니까. 저는 김대우 감독에게 왜 저를 또 캐스팅하셨는지를 물어보지 않는다. 다음 작품에서 나를 증명해내지 않으면 물어볼 수도 없는 질문이다. 믿고 맡겼다는 건 내가 뭔가 해내야 하고 꺼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다."라며 뮤즈라는 말이 너무 좋긴 하지만 다음 작품에서 캐스팅되지 않으면 더 이상 뮤즈가 아닌 거니 슬플 거 같다는 말도 해 웃음을 안겼다.
사극, 시대극, 현대극까지 다양한 시대를 김대우 감독과 연기한 조여정은 "시대가 달라지다 보니 처음 만난 분과 새 작품을 하는 기분이 들더라."며 오랜 시간 김대우 감독과 작업하면서도 매번 새로운 분과 일하는 기분이 든다는 말을 했다.
조여정은 "김대우 감독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 발도장을 찍는 분이시다. 어떤 감독이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시지만 김대우 감독은 결이 다르다. 세상 모든 건 뻔하지 않고 누구나 의외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외성이 오히려 보편적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김대우 감독의 작품 속 인물들이 그러하다. 의외이지만 사실은 이렇다는 걸 영화 속에서 진짜 있는 인물처럼 그려주신다. 그게 김대우 감독님의 특징"이라며 함께 작업하며 어떤 지점이 매력적이었는지를 밝혔다.
세 번이나 작품을 같이 할 정도면 조여정에게 이번 역할을 맡기며 어떤 특별한 주문이라도 했을 법 한데 그는 "저를 캐스팅하면서 감독님이 따로 말씀하신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책이 왔고 밤늦게 읽었는데 너무 하고 싶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회사에 전화했다. 너무 하고 싶으니까 되려 침착해지더라. 들뜨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꾹꾹 눌러서 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했다."며 김대우 감독이 별다른 설명이나 요구도 하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내가 수연을 연기하니까 그 캐릭터를 주로 봐야 한다는 걸 살짝 잊고 멜로만 따라가며 볼 정도였다. 중간에 내 역할이 등장하니까 '아차' 싶더라. 첫 등장하는 첫 줄에 '앞머리 뱅헤어를 한 수연'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글에서 느껴지는 게 심상치 않아서 그냥 하고 싶었다. 뒤로 갈수록 반전 때문이 아니라 내가 연기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 놀라며, 내가 할 수 있을까? 해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역동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들더라."며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조여정은 작은 체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좋은 연기를 펼쳤다. 그는 "배우라서 만족스러운 순간은 바로 지금, 이런 순간이다. 내 작품을 보고 기자들이 인터뷰하러 와서 질문도 해주고 이런 반응을 보여주시니 정말 행복하다. 제가 하는 일은 관객이 필요한 일이다. 즐거워서 연기한다지만 봐주는 사람이 있고 좋건 나쁘건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 작업이다. 반응이 없다면 의미가 없는 직업 아니겠나."라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며 해사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며 "연기는 저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 준다. 여러 가지 입장을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고 다른 삶을 살아보게 해주지 않나"라며 연기를 통해 나는 사람, 좋은 삶을 살려는 노력을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혀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로 11월 20일 개봉한다.